■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역설 - (上) 황폐화 된 지역경제

 

의무휴업 땐 손님 발길도 뚝

인근 주유소 이용 30% 줄어

재래시장 오히려 죽이는 규제

“온라인 시장만 배 불려주나”

 

규제뒤 마트月매출15% 감소

입점 매장수는 매년 5%씩 ↓

경남 롯데마트 마산점 의무휴업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신마산시장 일대가 스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전승훈 기자
경남 롯데마트 마산점 의무휴업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신마산시장 일대가 스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전승훈 기자

창원 = 글·사진 노유정 기자, 부산 = 이승륜 기자

한때 경남 창원시 중심 상권으로 꼽혔지만, 마산합포구 롯데마트 마산점과 길 건너 전통시장은 모두 휴일임에도 활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었던 지난달 23일, 마트 맞은편 신마산시장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오후 1시에 시장 건물 1층에 있는 점포 24곳 중 15곳은 문이 잠겨 있었다. 시장 상인 정모(여·72) 씨는 “롯데마트 휴무로 유동인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예 장사를 쉬는 상인이 많다”며 “마트가 영업을 해야 그나마 장사가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25년간 떡집을 운영했다는 박모(72) 씨는 “마트가 여는 일요일에 비해 문을 닫는 일요일에는 매출이 10∼20%는 빠진다”며 “결국 온라인 상거래(이커머스) 시장만 배 불려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신발점포 주인 권모(73) 씨도 “일요일 새벽에 번개시장이 열리면 잠깐 사람이 몰리지만 오전 10시가 넘어 시장이 끝나고 마트까지 문을 안 열면 손님이 끊긴다”며 “그때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고 푸념했다.

의무휴업 여파는 인근 전통시장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과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신마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79) 씨는 “매출이 줄면서 원재료인 생선 구매량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했다. 그는 “생선을 사 오는 마산어시장 도매상도 예전에는 주문이 많아 배송 차량을 5∼6대 뒀지만,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도 없이 혼자 차 한 대로 물량을 소화한다”고 했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겠다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로 오히려 시장과 인근 상인들까지 어려움을 겪는 역설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의무휴업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건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롯데마트 마산점 월평균 매출은 규제 시행 이전인 2011년보다 약 15% 감소했다. 올해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대비 절반가량에 그칠 전망이다. 취재 결과, 마트 내 입점 매장 수는 매년 약 5%씩 감소하고 있고, 현재 입점 매장에 근무하는 인력도 규제 시행 전보다 30%나 줄었다.

전국 곳곳이 14년 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부메랑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원 태백시에서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태백시 유일의 대형마트인 이마트 태백점에서 약 287m 떨어진 주유소는 마트가 쉬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이용객이 평소보다 약 30% 줄어든다고 했다. 주유소 직원 A 씨는 “이마트 이용객이 주유소까지 들르는 경우가 많은데 마트가 문을 닫으면 이곳까지 올 이유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태백중앙시장 집합상가 공실률은 43.1%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각각 51.5%, 50.4%를 기록하며 전국 상권 가운데 유일하게 50%를 넘기기도 했다.

전북 남원시도 태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도시 쇠퇴 분석에 따르면, 이마트 남원점에서 200m 떨어진 춘향골 공설시장 상권이 위치한 금동을 비롯해 동충동·죽항동 등 8개 읍면동에서 사업체가 감소했다. 사업체 기준 쇠퇴율은 34.8%에 달했다.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형마트 규제가 2012년부터 적용됐지만, 2018년까지 오히려 지역 상권은 죽어 간 셈이다. 춘향골 공설시장에서는 5일장이 열리는 시기에만 이용객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홈플러스 진해점 폐점 결정 이후 지역 상권과 생활 인프라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창원시의회는 지난 3월 홈플러스 진해점 폐점에 따른 지역 상권 보호와 고용 안정 대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지만, 진해점은 끝내 문을 닫았다. 진해점은 마트 본사 정규직과 입점업체 종사자를 포함해 500여 명이 생계를 이어 가던 지역 고용의 거점이었다.

지난 7월 청주시정연구원은 충북 청주에 있는 홈플러스 점포 4곳(청주점·동청주점·오창점·청주성안점)이 모두 문을 닫으면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자리 3094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이승륜 기자
노유정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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