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 길 먼 실종수사
4명중 3명은 ‘1년 이상’ 장기화
신고 1시간 초동 수사 관건인데
아동 등과 달리 추적·수색 미비
가족들 사비로 탐정 고용하기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찾아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저 기다려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2023년 울산 울주군에서 실종된 동생 차정원(34) 씨를 끝내 찾지 못한 차모 씨는 2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경찰이 초기 CCTV를 잘못 확인해 동생의 이동 방향을 잘못 파악했고, 이후에도 적극적인 수색이 이어지지 않았다”며 경찰 실종 수사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당시 차 씨의 동생은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차 씨는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조현병처럼 더 심한 질환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설명을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일반 성인 실종’ 역시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성인의 경우 신속한 추적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을뿐더러 일선 경찰에서도 안일하게 대응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30대 여성 실종·사망 사건’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종 사건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신속한 위치 파악과 수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경찰청이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미해제 실종자는 총 1993명으로 이 중 일반 성인에 해당하는 ‘실종 성인(가출인)’은 1848명(92.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종 성인을 제외하면 18세 미만 아동 58명(2.9%), 치매환자 45명(2.3%),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42명(2.1%) 등 순이었다.
미해제 실종 성인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8∼29세가 450명(24.4%)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39세 397명(21.5%), 40∼49세 377명(20.4%), 50∼59세 354명(19.2%), 60∼69세 166명(9.0%), 70세 이상 104명(5.6%) 순이었다. 성별로(불상 3명 제외)는 남성이 1103명(59.7%)으로 여성 742명(40.2%)보다 많았다.
문제는 실종 성인 중 1년 이상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1360명(73.6%)에 달하는 등 성인 실종의 경우 사건이 장기화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실종이 장기화되는 이유는 아동·치매환자·장애인과 달리 신속한 추적·수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실종 성인에 대해서는 실종경보를 발령할 수 없어 경찰이 적극적인 공개 수색에 나서는 데 제약이 있다. 최근 제주에서 실종된 뒤 주검으로 발견된 30대 여성 장모 씨의 경우에도 경찰이 뒤늦게 장 씨를 등록장애인이 아님에도 실종자 분류상 ‘장애인’으로 표기해 실종 경보를 발령하는 등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성인 실종의 경우 가족들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직접 수백만 원의 사비를 들여 사설탐정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기준 실종 신고 이후 해제된 성인 4만2000여 명 중 53.6%가 ‘1시간’ 안에 발견됐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발견 사례는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며 “경찰은 전 과정을 원점에서 점검해 모든 실종 신고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욱 기자, 김유진 기자, 김유정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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