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없거나 다르게 받으면 바로 영업정지
기존에는 시정명령 그쳐 재발 방지 어려워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8000원짜리 순대를 주문한 손님에게 상인이 임의로 고기를 섞은 뒤 1만원을 요구하는 바가지 논란이 한때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가운데 정부가 가격표보다 비싸게 돈을 받는 음식점에 첫 적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음식점과 제과점 등 식품접객업소의 가격표 미게시 및 표시 가격 초과 수수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전날부터 공포·시행했다. 기존에는 1차 적발 시 시정명령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곧바로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는다.
이번 제도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광장시장이다.
지난해 11월 구독자 150만명 안팎의 먹방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는 광장시장을 찾았다가 노점 5곳 중 4곳에서 불친절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순대 가게에서 메뉴판에 8000원으로 표시된 ‘큰 순대’를 주문했지만 상인이 고기를 추가한 뒤 1만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다시 한번 광장시장 바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유튜버가 “여기 8000원이라고 써 있는데 왜 1만원이냐”고 묻자 상인은 “고기랑 섞었잖아, 내가”라고 답했다. 유튜버는 고기를 섞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가게 측은 유튜버가 고기를 섞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유튜버는 이를 다시 반박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가격 문제뿐만 아니라 위생과 불친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해당 유튜버는 칼국수 조리 과정에서 다른 손님의 면에 김가루와 고명이 붙어 있는 면을 함께 삶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하는 등 광장시장 내 여러 점포의 영업 행태를 비판했다.
앞서 2023년에도 한 유튜버가 포장마차에서 전을 주문한 뒤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다른 인플루언서가 순대를 주문할 때 고기나 내장을 섞어줄지 묻고, 이를 선택하면 별도의 모둠 가격을 받는 방식의 영업 행태를 지적하는 등 유사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논란이 반복되자 메뉴판에 가격뿐 아니라 음식의 정량까지 표시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하고, 상시적으로 시장을 찾아 가격과 서비스 실태를 점검하는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시행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에도 바가지와 불친절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기존 대책의 실효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이번에는 행정처분 자체를 강화해 가격 표시 위반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기로 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소가 가격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된 가격보다 비싼 금액을 받다 적발되면 1차 위반부터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는다. 2차 위반은 기존 7일에서 10일로, 3차 위반은 15일에서 20일로 영업정지 기간이 각각 늘어난다.
식약처는 성수기나 대규모 행사 등을 중심으로 바가지 요금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계속됐지만, 기존에는 1차 위반에 대한 제재가 시정명령에 그쳐 재발 방지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가격표에 적힌 금액과 실제 결제 금액이 다른 경우 음식점이 부담해야 할 행정상 제재가 크게 무거워지면서 관광지와 전통시장 등의 가격 표시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가격표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영업자들의 행정 부담은 줄였다. 즉석판매 제조가공업자가 덜어서 판매할 수 있는 식품에는 어육 제품과 식초, 전분이 추가됐고, 영업장 내 영업신고증 보관 의무와 이를 위반했을 때 부과하던 과태료 규정도 폐지됐다. 영업허가·등록·신고사항을 변경할 때 관련 서류 원본을 제출해야 했던 의무도 없앴다.
결국 이번 개정의 핵심은 소비자가 메뉴판을 보고 선택한 가격과 실제 지불하는 가격 사이의 ‘꼼수’를 줄이는 데 있다. 광장시장처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 가격과 양, 서비스 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수록 해당 지역과 전통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장 단속과 함께 강화된 행정처분이 실제 영업 관행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무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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