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 ‘IND’

 

김승원 로비의혹 쟁점으로 부각

약효 인정과 무관한 식약처 절차

IND후 임상 1·2·3상 과정 남아

 

팬데믹땐 식약처 신속심사 운영

30일 절차가 2주 안팎으로 압축

 

1만개 후보물질중 출시는 1개뿐

평균기간 10~15년 걸려 ‘별따기’

 

자료 평가에 사람 판단 영향 커

로비 차단 등 내부통제장치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로비’ 의혹이 인사청문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 김 후보자가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잘 챙겨봐 달라”고 요구했고, 2주 뒤 승인이 났다는 것이 의혹의 뼈대다. 의혹의 무대가 된 것은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IND)이라는 절차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신약이 개발부터 약국에 놓이기까지 거쳐야 하는 여러 관문 가운데 사람에게 약을 처음 써보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IND는 약효를 인정받는 절차가 아닌데도, 승인 소식 하나에 주가가 움직이고 기술이전 협상의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중요한 절차이기도 하다. 의혹의 무대가 된 IND란 무엇이며 승인 이후에는 어떤 절차가 남는지, 팬데믹 시기 신속심사는 평시와 무엇이 달랐는지, 신약 개발은 왜 그토록 어렵고 그럼에도 왜 모두가 뛰어드는지, 그리고 심사 과정 어디에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는지 등을 10문10답으로 짚어본다.

1. 이번 의혹의 대상인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IND)’은 무엇인가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써봐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식약처 고시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 승인에 관한 규정’은 IND를 ‘인체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유효성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해당 의약품을 사용해 임상시험을 하려는 자가 식약처장의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약효를 인정받는 절차가 아니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임상시험 1상 검토는 안전성 평가를 위주로 하고, 2·3상은 안전성·유효성과 함께 품목허가 기준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신청자가 제출하는 자료는 크게 세 갈래다. 하나는 동물실험 등으로 얻은 독성·약리 자료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미리 가늠하는 근거다. 이 부분에서 제넨셀이 코로나19에 감염시킨 햄스터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는데도 실험한 것처럼 자료를 꾸미고, 실험동물의 사망과 토혈이 발생한 사실을 보고서에서 누락한 점이 법원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다른 하나는 시험에 쓸 약을 제조·품질관리기준에 맞게 만들었는지를 증명하는 자료고, 마지막이 임상시험 계획서로 대상자 선발 기준과 부작용이 나오면 어떻게 보고할지를 규정한다.

2. IND 승인 후엔 어떤 절차를 밟나

임상은 한 번 승인받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1상은 건강한 사람 20∼80명에게 투여해 체내 흡수와 대사,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용량을 정하고, 2상은 환자 100∼200명을 대상으로 약효가 실제로 있는지와 적정 용량을 확인한다. 3상은 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비교대조군과 시험처치군을 동시에 두고 효능과 안전성을 확증한다.

식약처 승인만으로 시험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시험을 수행하는 병원마다 독립적으로 설치된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가 계획서와 동의서 양식을 따로 심의한다. 이후 시험책임자가 참여자에게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은 뒤 실제 투여가 시작된다.

식약처는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기관과 의뢰자, 시험책임자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할 수 있고, 승인 신청 때 낸 비임상시험의 신뢰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도 실태조사가 가능하다. 3상까지 마쳐야 비로소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그 뒤에야 건강보험 급여 등재와 시판 후 장기 안전성을 보는 4상이 남는다. 제넨셀의 치료제도 이 절차를 거쳐 2022년 국내 임상 2상에서 환자 93명에게 투약됐다. 다만 3상까지 가지는 못했다. 제넨셀은 지난 2023년 5월 중간 통계분석과 임상전략 수정을 이유로 시험을 중단했다.

3. 제넨셀이 밟은 코로나19 치료제 신속심사 과정, 일반 신약 심사와 무엇이 달랐나

식약처는 지난 2020년 4월 ‘고강도 신속 제품화 촉진 프로그램’, 이른바 고(GO)·신속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연구·개발(R&D)부터 허가심사까지 전 단계에 걸친 코로나19 전담 상담창구를 열고,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품목에는 전담관리자를 지정해 개발 단계별로 맞춤 지원했다. 개발 과정의 애로사항을 즉시 해소하도록 제품화지원팀장과의 핫라인도 설치했다.

핵심은 심사 기간이다. 식약처는 경험 있는 심사자로 구성된 심사팀을 운영해 이미 사용 경험이 있는 물질은 7일 이내, 신물질은 15일 이내로 임상시험 심사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했다. 통상 30일 안팎이 걸리던 절차가 사실상 2주 안팎으로 압축됐다. 제출자료도 개발 단계에 맞는 최소한만 내고 임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고, 안전성이 입증된 플랫폼으로 만든 백신은 독성시험을 면제했다.

4. 신약 통과는 얼마나 어려운가

신약 개발은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실험실에서 후보로 걸러낸 화합물 5000∼1만 개 가운데 동물실험까지 가는 것은 250개 안팎이다. 여기서 사람에게 처음 투여해보는 단계, 즉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것은 5개 남짓이다. 그리고 그중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는 약은 1개다. 처음 출발선에 섰던 물질의 0.01%만 약국에 도달하는 셈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바이오협회가 10년간 7455개 임상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임상 1상에 진입한 약이 최종 승인까지 가는 확률은 9.6%였다. 단계별로는 1상 63.2%, 3상 58.1%인 데 비해 약효를 처음 검증하는 2상이 30.7%로 가장 낮았다. 개발 기간은 평균 10∼15년, 비용은 실패한 후보물질과 자본비용까지 합쳐 신약 1개당 26억 달러가 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5. 왜 로비 유인이 생기나

임상시험 승인이 갖는 시장 가치 때문이다. IND 승인은 약효를 인정한 것이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호재 공시로 읽힌다. 승인 소식에 주가가 뛰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조건이 달라지고 기술이전 협상력도 올라간다. 한미약품이 제넨텍에 이전한 비만·대사질환 후보물질은 임상 1상 단계였는데도 계약 규모가 최대 3조1892억 원에 달했다. 시판까지 갈 길이 한참 남은 초기 단계에도 큰 값이 매겨진다.

개발사가 처한 시간 압박도 유인을 키운다. 자체 매출이 없는 신약개발 벤처는 10년 넘게 연구비만 쓰면서 외부 자금으로 버텨야 하는 구조다. 임상 단계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비용은 몇 배로 뛰는데, 다음 단계 승인이 늦어지면 그 사이 현금이 마른다. 승인 시점 자체가 자금 조달 일정과 직결되는 셈이다. 실제로 제넨셀은 임상 승인 직전 11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연합뉴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연합뉴스

6. 심사 과정에서 사람의 재량이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신약 심사는 관련 법령과 심사 기준에 따라 이뤄지지만, 제출 자료만으로 승인 여부가 기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판단의 여지가 가장 큰 대목은 자료의 충분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보완 자료를 요구할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IND 심사의 경우 비임상 독성시험 결과, 투여 용량, 임상시험 설계 및 환자 선정 기준 등이 사람에게 시험약을 투여하기에 충분히 안전한지를 심사관이 판단한다. 문제가 발견됐을 때 이를 즉각 승인 거부할지, 아니면 보완을 거쳐 해소할 사안인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신속심사 과정에서도 대상 지정과 자료 검토 시 보완 요구나 전문가 자문도 이뤄진다. ‘동일한 자료가 입증하는 위험성과 충분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등이 심사 과정에서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사 기록의 투명한 관리와 보완 요구의 일관성 유지, 그리고 외부 압력이나 로비를 차단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7. 왜 다들 신약개발에 목을 매나

성공한 신약 하나는 글로벌 제약사 전체 실적을 좌우할 만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미국 머크(MSD)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2025년 약 317억 달러(약 4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회사 전체 매출(650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했다. 일라이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역시 같은 해 매출이 전년 대비 급증해 230억 달러를 기록했고,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까지 합친 두 품목의 매출만 365억 달러에 달했다. 신약은 최종 판매 이전의 개발 단계부터 경제적 가치가 발생한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IND 승인, 임상 1·2·3상으로 진행될 때마다 성공 확률이 높아져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자산이 된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성사시키면 대규모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향후 판매 로열티 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 투자 유치 및 유상증자의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8. 국산 신약은 어떤 것들이 있나

국산 신약의 역사는 1999년 허가된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1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항암제, 위장질환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백신, 세포·유전자치료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등으로 점차 영역을 확장했다. 주요 사례로는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국산 30호),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31호) 등이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하고 동아에스티가 국내 허가를 받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41호 신약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일에는 아주약품과 지엘팜텍이 공동 개발한 안구건조증 치료제 ‘라티카점안액’이 44호로 승인됐다.

9. 국산 신약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대표적 국산 신약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다. 지난해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매출은 약 6300억 원 수준으로, 같은 해 SK바이오팜 전체 연결 기준 매출(약 7067억 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팜은 장기간 대규모 R&D 비용만 감당해야 했던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흑자를 내는 영업 구조로 전환했다. 성공한 신약 하나가 기업의 강력한 현금창출원이 되는 동시에 후속 파이프라인 투자를 위한 자금줄이자 성장의 기반이 된 사례다.

10. 신약개발, 주가 급등락 사례는

신약 개발 기업의 주가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의 임상 성공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임상 데이터 하나에 기업가치가 출렁이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올바이오파마다. 지난 4월 미국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바토클리맙’의 갑상선안병증(TED) 임상 3상에서 주평가지표인 안구돌출반응률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결과 발표 당일 이뮤노반트의 주가는 미국 애프터마켓에서 10% 이상 하락했고, 다음 날 한올바이오파마 주가 역시 국내 증시 장 초반 약 15.5% 급락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기술이전했던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가 임상 2·3상에서 전체생존기간(OS)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에 하루 만에 주가가 19.3% 폭락했다. 다만 토베시미그는 1차 평가지표 중 하나인 객관적반응률(ORR)은 충족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가치를 두고 회사와 시장의 평가가 다소 엇갈리기도 했다.

노지운 기자, 장석범 기자
노지운
장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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