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전 통상교섭본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내세워 온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한국이 540억 달러(약 73조38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처럼 9월 30일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중간선거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매장된 가스의 양이나 미국 정부의 추진 의지만으로 투자 타당성을 판단할 수 없다. 시설을 얼마에 건설하고, 가스를 어떤 가격에 확보하며, LNG를 얼마에 팔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리스크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사업자가 제시한 총사업비만 445억∼545억 달러이고,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과거 LNG 인프라 사업에서도 공사비가 애초보다 50% 이상 증가한 사례가 많다. 둘째, 높은 건설비가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 가스 매장량이 많더라도 가스관과 액화시설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LNG 공급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셋째, 미국 걸프 연안과 캐나다 등의 공급 확대 속에서 아시아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장기 구매계약 없이 수요 전망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다. 넷째, 영구동토·산악지형·혹한에 따른 시공 난도(難度)와 환경·규제 관련 분쟁이 공사 지연과 추가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엑슨모빌·BP·코노코필립스가 2016년 기존 공동 투자 구조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당시의 에너지 가격 하락과 사업성 문제가 있었다.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과거 LNG 사업의 비용 초과율과 추가 예비비를 적용하면 알래스카 사업비가 10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추진할 가치’와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상업적 합리성’은 구분해야 한다. 알래스카는 걸프 연안보다 동북아시아에 가깝고, 한국으로 운송할 때 파나마 운하나 호르무즈 해협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공급선 다변화도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익이 높은 건설비와 장기적인 가격 위험을 상쇄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에 가장 위험한 구조는 ‘돈을 계속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공공재원이 사업비 대부분을 부담하면서 초과 비용과 손실까지 떠안는다면, 자금 부담에 상응하는 통제권과 수익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가스관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뒤 터미널 비용이 급증했을 때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미 많이 투자했으니 끝까지 가야 한다는 판단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가 출자 한도와 중단권, 부족 자금의 부담 주체를 계약에 명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총사업비가 얼마인가’와 함께 ‘예산을 넘는 순간 누가 얼마까지 책임지는가’이다. 한국이 참여하려면 독립적인 원가 검증과 충분한 장기 구매계약을 전제로, 공사비 초과·지연·성능 미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금 지급도 건설 진척과 계약 확보에 맞춰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 가스 사업자와 생산 기업이 자기자본을 얼마나 투입하고 어떤 손실을 함께 부담하는지는 경제성을 판단할 중요한 근거다. 민간이 감수하지 않는 위험을 한국이 대신 부담한다면 상응하는 수익권·통제권·보증이 필요하다. 이를 확보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면, 한국은 투자자가 아니라 사업 전체의 최종 자금 공급자 처지에서 못 벗어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전 통상교섭본부장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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