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승진시키고, 후임에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을 발탁했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 사퇴 이후 한 달 만의 인사다. 외부에서 새 인물을 찾기보다 내부 승진으로 정책의 연속·안정성을 중시한 선택이다. 그러나 지금 요구되는 것이 기존 정책의 고수인지 정책 기조 전환인지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9월 수출은 1209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고 무역수지도 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연내 1조 달러 수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만 603억 달러로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자동차 수출은 5.5%, 일반기계는 3.2% 감소했다. 수출 호황의 이면에 산업 간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물가도 안심하기에 이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내려왔지만, 할인 지원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정부도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5%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위적 정책 수단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 것과 물가 불안 요인 자체가 해소된 것은 구분해야 한다. 부동산은 더 문제다. 서울 아파트 값은 86주 연속 상승하며 문재인 정부 때의 최장 기록을 넘어섰다. 강남권 초고가 주택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상승 불씨가 중저가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훨씬 심각하다는 의미다.
하준경 정책실장은 그동안 부동산 세제 강화를 강조해 왔고, 대출 규제를 주도했던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재정경제부 1차관에 발탁됐다. 이번 인사가 공급 확대보다 기존처럼 부동산 수요 규제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언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나 경제에 직격탄이 될지 모른다. 산업·자산의 양극화, 주거 불안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경제 전반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정책 기조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이미 한계를 드러낸 기존 정책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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