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영화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이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히며 무대인사를 비롯한 공식 행사를 취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관객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는 모양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은 개봉 11일 차인 3일, 200만 고지를 밟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개된 한국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28일 ‘타짜:벨제붑의 노래’이 정상을 내줬다. 하지만 하루 만에 1위 자리를 재탈환했고, 2일에는 6만8460명을 보태며 이 자리를 지켰다.

‘암살자(들)’은 1974년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사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

실화를 소재로 삼은 제작진은 상상력을 발휘해 영부인 피격 사건의 배후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는 이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을 기획했다는 음모론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했다며 비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는 영화 상영 중단을 주장했다.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2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1974년 사건 발생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며 ‘암살자(들)’을 둘러싼 질타가 더 거세졌다.

이에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참석자들의 안전을 이유로 영화 관련 행사를 취소했다.

유해진과 이민호는 오는 6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고, 7일 영화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암살자(들)’ 야외무대인사 행사는 무산됐다. 같은 날 이민호가 참여하기로 한 영화제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도 취소됐다.

개봉 2주 차 주말을 맞아 3∼5일 계획된 ‘암살자(들)’ 무대 인사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계 단체는 창작자를 향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잇따라 목소리를 냈다. 비난이 배우 얼굴 등 개인 신상으로까지 향하고 한 보수 단체는 유해진 자택 앞에서 집회한다고 밝히는 등 논란은 과열되는 양상이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듯,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그에 따른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영화 참여자의 개인에 대한 비방과 협박, 사생활 거론, 신변의 안전, 생업을 위협하는 일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도 “작품을 보고 느끼신 생각은 모두 소중하다. 공감도, 아쉬움도, 다른 시각도 영화를 둘러싼 의미 있는 대화의 일부”라면서 “그 대화가 작품을 넘어 창작자와 배우 개인에게 향하거나, 관객의 평가가 있는 그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앞으로 창작자들이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하는 일이 조금씩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했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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