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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핀 역동적 색채… 서울 녹이는 ‘아프리카 생명력’ 타오르는 불일까, 만개한 꽃일까. 서울 강남구 화이트 큐브 서울에 들어서면, 갑자기 계절이 바뀐다. 바깥은 칼바람 부는 차가운 서울인데, 전시장엔 아프리카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뜬 것만 같다. 나이지리아계 영국 작가 툰지 아데니-존스의 첫 한국 개인전 ‘무아경’의 풍경이다. 영국의 대형 갤러리 중 하나로 지난 2023년 서울에 진출한 화이트 큐브는 2주년을 맞는 올해 첫 전시로 강렬한 색채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툰지 아데니-존스의 신작 11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선명한 붉은 물결에 시선을 뺏긴다. 이어 신비로운 보랏빛과 청량한 푸른빛, 그리고 생생한 노란빛들의 향연에 움츠러든 몸이 스르륵 풀린다. 예술에서 인간적인 ‘효능’을 구하자면, 이런 것이 아닐까. 추위로부터,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로부터, 심연에 자리한 근원적 불안으로부터의 구원, 자유, 치유 같은 것. 서울의 살풍경에 정면으로 맞선 듯한 뜨거운 그림들을 들고 온 작가는 그렇게 ‘제5의 계절’로 우리를 이끈다. “자연 속엔 힐링과 영적인 힘이 있다”고 말하며 말이다. 옥스퍼드대와 예일대에서 공부한 작가는 초기에는 정통 사조의 흐름을 따르는 듯했으나, 언젠가부터 자기 정체성의 다양한 층을 하나씩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북미 대륙의 자연, 사람, 음식, 집, 옷, 하늘, 땅,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공기까지 모두 품었다가, 다시 큰 호흡으로 뱉어낸 듯하다. 불길이나 꽃잎, 숲처럼 보이는 그림 속엔 늘 사람이 있다. 그것은 신체 전체이기도 하고, 신체 일부분이기도 한데, 물결과 함께 그림 속을 유영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몸을 둘러싼 공간에 집중하면서, 몸이 남긴 진동과 파동을 그려낸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즉, 척추, 어깨 등 신체의 일부는 누군가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로서 표현된 것이다. 작가는 지난해 4월 베니스비엔날레 나이지리아관에서 선보인 ‘천상의 모임’으로 주목받으며, 지금 세계 미술신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런던, 파리, 홍콩에 이어 서울에서 자신의 네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면서 처음으로 한국 관람객과 만나게 된 그는 “서울의 겨울이 매우 춥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를 염두에 두고 신작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을 상쇄할 밝고 급진적인 색감, 즉 빨강, 보라, 파랑 등은 그렇게 탄생했다. 또한, 작품에는 은은하게 진주 빛 흰색도 드러나곤 하는데, 이에 대해 그는 “서울을 뒤덮은 하얀 안개, 절제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영감받은 백색도 주요 색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역동성’도 작가가 감지한 한국, 그리고 한국 미술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한국 추상화에서도 느껴지는 예술·사회·문화적 역동성이 나의 그림과 나이지리아의 문화와도 닿아 있기에 이번 전시가 무척 기대된다”고 전했다. 특히, 작가가 최근 몰입하고 있는 건 서아프리카 요루바 민족의 문화다. 이들은 가족 중심적이고 영성과 전통을 중시한다. 작가는 “이들의 철학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동작, 댄스 퍼포먼스, 음식, 좋아하는 색채까지 여러 면모가 최근 나의 작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른 보랏빛 잠수(Blue Violet Dive)’ ‘푸른 보랏빛 탑(Blue Violet Tower)’ ‘펄 화이트 궤도 운동(Pearl White Orbit Motion)’ 등 선명한 작품 제목들은 전시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제목은 대부분 색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특정 형태나 동작으로 이어진다. 제목을 따라 관람객들은 오묘한 빛을 느낀 후, 그 속을 가득 채운 움직임을 찾아 시선을 옮기면 된다. 특히, 작가가 캔버스에 가장 마지막에 더하는 요소인 아몬드 모양의 눈을 놓치지 말 것. 그 눈이 던지는 거침없는 시선은 관람객을 향하고, 동시에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점유하고 관통한다. 눈과 눈이 마주할 때의 긴장감. 그 ‘무아경’에 이르는 순간, 어느새 작가의 팬이 돼 있을지 모른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1-14 09:04
김환기 뉴욕시기 걸작 새주인 찾는다...케이옥션 올해 첫 경매는 케이옥션의 올해 첫 경매가 오는 2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다. 이번 경매에는 총 118점 약 70억 원 어치가 출품됐다. 한국 추상미술의 효시인 김환기(1913∼1974)가 뉴욕 활동 시절에 그린 ‘무제’(별도문의)와 ‘4-XI-69 #132’(8억∼18억 원)를 필두로 천경자(1924∼2015)의 ‘백일 白日’(3억∼5억5000만 원), 김창열의 ‘회귀 SH9006’(2억4000만∼4억 원)과 ‘물방울 SI201501’(1억7000만∼2억4000만 원), 정상화의 ‘무제’(1억7000만∼4억 원), 하종현의 ‘접합 97-012’(3억∼5억3000만 원) 등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수작을 대거 선보인다. 김환기의 작품은 8점이 출품됐다. ‘무제’와 ‘4-XI-69 #132’뿐 아니라 ‘산월’(4500만∼7000만 원)등 약 21억 원 규모다. 최근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요를 이어가고 있는 이배의 작품은 ‘불로부터-ch3-19’(1억5000만∼2억5000만 원), ‘붓질 A08’(7000만∼1억5000만 원) 등 5점이 경매에 오르며, 양혜규, 정영주, 우국원, 문형태, 강준석 등 독창적인 스타일로 개인과 사회적 고민, 서사를 담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새 주인을 찾는다. 고 박서보 화백이 영국 화이트 큐브 개인전에서 언급했던 이진우 작가의 작품도 주목된다. 프랑스에서 재료학을 전공한 이 작가는 물질의 성질과 반복적인 기법을 탐구해 자기만의 예술 언어로 드러낸다. 실험을 통한 노동집약적 창작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경매에는 ‘무제 No. 16c-018’(5000만∼9000만 원)과 ‘무제 No. 16c-030’(2000만∼5000만 원)이 나온다. 최근 경매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 준 강요배 작가의 ‘참외밭’(1500만∼4000만 원)과 ‘봉숭아’(1300만∼5000만 원)도 출품됐다. 두 작품 모두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생명력과 순환을 강렬하면서도 조화로운 색으로 표현했다. 해외 부문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니콜라스 파티, 우고 론디노네 등 해외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동시대 명작들이 새 주인을 찾는다.경매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경매가 열리는 22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경매는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한, 22일에는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1-13 11:51
신윤복·김홍도 대표작 대구간송미술관서 본다 지난해 개관 첫 전시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를 흥행시킨 대구간송미술관이 상설 전시로 그 기세를 이어간다. 1938년 개관 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대구로 소장품을 이전한 간송미술관은 ‘여세동보’에서 국보급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대거 공개하며 미술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석 달간 22만 명 이상이 다녀간 전시는 연일 매진됐으며, 현장은 표를 구하려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개관전 종료 후 임시 휴관했던 대구간송미술관은 오는 16일 간송 전형필(1906∼1962)의 대표 수집품으로 이뤄진 상설 전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윤복과 김홍도 등 조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산수화와 풍속화를 비롯해 각 시대를 대표하는 도자와 서예 작품들이 대거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 등 일부 섹션은 ‘여세동보’ 전시를 그대로 이어간다고 미술관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설 전시는 우리 문화와 한국 고미술을 대표하는 명작들을 만나며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느끼고 나아가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람료는 성인 6000원(단체 5000원), 어린이와 청소년(7∼19세) 3000원이다. 무료 관람을 유지해 온 간송미술관은 지난해 10월 53년 만에 유료화를 결정했다. 관람권은 현재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1-13 09:18
송은미술대상에 탁영준 작가 선정 송은문화재단은 제24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로 탁영준(사진) 작가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탁 작가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질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탁 작가는 상금 2000만 원과 함께 서울 청담동 송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기회를 얻는다. 또, 송은문화재단과 까르띠에의 후원으로 작품 2점이 매입되며 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각각 1점씩 소장한다. 탁 작가를 포함해 제24회 송은미술대상 본선 진출 작가 20명(팀)의 작품은 다음 달 22일까지 송은에서 볼 수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1-08 11:43
예스러운데 ‘힙’하다… 미술관 휩쓰는 조선의 멋 올해 미술계 화두는 ‘힙트래디션’이 될 전망이다. 힙트래디션은 ‘전통’(트래디션·Tradition)에 ‘멋있고 인기 있다’는 뜻의 ‘힙(hip)’을 붙인 신조어.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흥미로운 문화현상 중 하나다. 우리 옛것을 힙하게 여기며 이를 즐기는 분위기가 전시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일까. 국내 미술계를 리드하는, 말 그대로 ‘힙’한 사립미술관 두 곳에서 올해 가장 먼저 여는 대형 전시가 모두 우리 전통 미술을 조명한다. 호암미술관의 ‘겸재 정선’전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조선민화대전’(가제). 지속적인 미술 시장 불황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예년에 비해 굵직한 전시 소식은 아직 없는 가운데, K-컬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전통 미술을 전면에 내세운 건 오히려 신선하고 시의적절하다. 두 전시를 필두로, 국내외 현대미술 거장의 개인전 등 2025년 주목할 전시를 소개한다. ◇10년 만에 외출하는 ‘금강전도’…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전 = 오는 4월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겸재 정선’은 삼성문화재단이 간송미술재단과 의기투합해 마련한 특별전시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이자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화가, 겸재의 작품 120여 점이 대거 수장고 밖을 나온다. 진경산수화뿐만 아니라 인물화, 화조영모화 등 겸재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특히, 국보인 ‘금강전도’(1734)는 2015년 리움미술관 ‘세밀가귀’전 이후 10년 만의 공개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또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다.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또 다른 미술관 리움에서도 작지만 뜻깊은 전시가 진행된다. ‘겸재 정선’ 전보다 앞서 3월에 해외에 소장된 우수한 한국문화유산의 보존 처리 성과를 공유하는 전시가 열리는 것.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이 보존 처리한 미국 피보디에식스박물관 소장품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와 단국대 석주선기념관이 보존 처리한 조선 왕실 ‘활옷’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보존 처리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보는 이의 미감을 충만하게 하지만, 이를 통해 평소엔 잘 보이지 않는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 그 존재 의의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전시다.◇이토록 ‘힙’하고 현대적인 조선 민화…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조선민화대전’ = 3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리는 고미술 기획전 ‘조선민화대전’도 기대를 모은다. 겸재 정선이라는 대가의 중후한 작품들과는 또 다른, 선조들의 자유로운 예술 언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민화의 독특한 화법을 현대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경계와 규정짓기를 거부하고, 특유의 강렬한 색채를 뽐내는 민화를 한껏 부각시킨 전시는 관람객에게 민화를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16개 기관에서 소장한 조선시대부터 근대기 민화 120여 점을 모았다. 유교 덕목 8가지를 쓰고 그 안을 그림으로 채운 ‘문자도8폭병풍’, 책을 중심으로 여러 문방구를 그린 책거리(冊巨里) 그림을 모은 ‘책거리8폭병풍’ 등 민화와 공예품을 함께 전시해 시대를 풍미한 예술 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론 뮤익·부르주아·김창열… 현대미술은 국내외 거장 중심 = 국립현대미술관은 4월 호주 출신 세계적인 조각가 론 뮤익으로 신년 전시를 시작한다. 론 뮤익은 극사실주의 조각가로 세계 어디서 전시를 열어도 늘 성공하는 ‘흥행불패’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전시 예산도 높기로 유명한데, 이번 전시는 카르티에 재단의 후원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뮤익의 특징은 인물의 크기를 과장하거나 축소시켜 인간의 감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주며, 삶과 죽음, 고독, 불안 등 복잡한 감정을 전달한다. 아시아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선보인 ‘매스’(Mass)를 비롯한 조각과 사진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8월에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회고전이 열려 주목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3월 서소문본관에서 강명희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1970년대 초 프랑스로 이주해 국내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작가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재조명한다. 또 북서울미술관에서는 4월 이건희컬렉션의 한국근현대작가 10명의 작업을 소개하는 ‘그림이라는 별세계-이건희컬렉션과 한국근현대작가’전을 연다. K-미술의 빈 곳을 채워 넣는 의미 있는 전시다.대형 거미 조각 ‘마망’으로 유명한 전설의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도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를 기획한 건 ‘마망’의 국내 소장처인 호암미술관으로, 지난해 9월 개최한 도쿄 모리미술관의 회고전과는 또 다른 성격으로 준비 중이라는 후문이다. 또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외벽에 조각품을 전시한 이불 작가는 9월 리움미술관에서 작품 활동 40년을 돌아보는 전시를 연다. 아트선재센터는 2월부터 하종현의 초기 작업을 집중 조명하는 ‘하종현 5975’를 연다. 하종현은 배압법이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1-08 09:38
국립현대미술관, 작년 외국인 관람 22만명 역대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이 22만 명을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3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2024년 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덕수궁·청주관 등 4개 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총 22만607명이다. 이는 개관 이래 최고 기록으로, 2023년(20만8938명)보다 1만1669명 많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6만2326명)과 비교해도 35.9% 증가한 수치다. 또, 2013년 서울관 개관 이래 4개 관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총 101만2647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지난해 미술관 외국인 관람객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27.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유럽(26.4%), 중국(18.8%), 일본(8.5%), 동남아(7.0%) 등의 순이었다. 4개 관 중 가장 많은 외국인이 다녀간 곳은 서울관으로 작년에만 약 19만 명이 방문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1-03 11:52
문명이 만든 ‘욕망의 돌기’… 인위적 정교함에 매혹됐다 기계적인 정교함과 탐미적 예술 행위를 작업 과정에 반영해 온 중견 설치미술가 김병호가 오랜만에 국내서 개인전을 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막한 ‘탐닉의 정원’은 국내 화랑가에서도 모처럼 열리는 조각 전시로 눈길을 끈다. 화려하고 매끈한 질감, 자연스럽게 의도한 먹빛이 상반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물신주의적 사회의 양면적 초상인 걸까. 냉소와 찬미가 공존하는 삶에 질문을 던지는, 김병호의 ‘정원’이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없는… ‘김병호의 정원’= 나무, 꽃, 풀, 흙…. ‘정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김병호 작가의 전시장에는 없다. 대신, 반들반들한 표면에 얼굴이 비치고, 정교한 짜임새의 금속 모듈이 구성의 미를 뽐낸다. 점, 선, 면이 규칙적으로 직조된 이곳에, 규격화된 형태의 타원구가 가득 모여있다. 이 질서정연한 풍경을 가꾼 주재료는 ‘문명’이다. 즉, 김 작가의 ‘정원’은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공해 조성한다’는 개념만을 가져와 새로운 도화지 위에 그려낸 또 다른 세계다. 정원의 개념을 조형 원리로 삼은 작가는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빈틈없고 매끄러운, 그래서 매혹적인 요소들을 선보인다. 거대한 철판을 구부려 바나나 껍질 같은 형태로 세우거나 눕힌 조형물(정원의 단면), 평평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은 조금씩 부풀어 오른 9개의 원반(관찰), 57개의 ‘혹’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거나(수직 정원), 185개 ‘혹’이 360도로 빈틈없이 직조(수평 정원)돼 있다. 이번 전시는 산업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것, 그리고 아파트처럼 이미 잘 마감돼 있어 주변에 존재해도 인식하지 못하는 요소들을 끄집어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마치 예술작품도 철저하게 계획된 현대식 설계나 분업 시스템, 그리고 규범과 규칙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 합의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직선과 평면은 늘 차가운 요소로 여겨지지만, 현대인의 주변에 아주 흔하고 일상적이죠. 그리고 사실 우린 그것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김 작가는 "기간 산업의 제품, 즉 철강과 같은 것들은 결국 인류의 도화지가 아닐까"라고 질문하며 "이를 인간의 기억과 삶의 방식을 섞은 작품으로 드러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그의 정원은 현대인이 회의하고 부정하면서도 결국 이끌리고 매혹당하고, 탐닉하는 ‘문명의 정원’인 셈이다. 전시는 김 작가가 2018년 해외에서만 선보였던 ‘수평 정원’을 국내 처음 공개하며 신작 14점을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문명의 혹’이라 불리는 금속 타원구 조각. 그의 전매특허인 이 조각들은 이번 전시에서도 화려한 빛으로 공간을 눈부시게 만든다. 이 혹은 자꾸 부풀어 올라, 언젠가 터져 버릴지도 모르는 ‘욕망의 돌기’ 같다. ◇냉소와 찬미… 양가적 시선이 교차하는 ‘탐닉의 정원’= 전시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3개 층(지하 1층, 1층, 3층)을 모두 활용했다. 작품의 주제를 좇아 층을 번갈아 다니면 훨씬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관람객들은 1층에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은빛 조형물 ‘57개의 수직 정원’에 우선 시선을 뺏길 것이다. 촘촘히 맺힌 57개의 금속은 은빛을 반사하며 동시에 관찰자의 얼굴을 흡수한다. 내가 작품을 보는 것일까. 작품이 나를 보는 것일까. 57개의 ‘나’를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주객전도다. 지하 1층에서 금빛 조형물 ‘수평 정원’을 마주하면, 작가가 추구하는 기하학적 미감이 더욱 가깝게 와 닿는다. 500㎏에 달하는 이 거대한 조형물은 관람객의 눈높이에 떠 있도록 설치됐다. 바닥에는 데칼코마니 같은 선명한 그림자가 만들어져 전시장을 ‘3D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3층에선 작가의 예술 철학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평면 및 선의 조형성에 주목한 작품들이 주로 전시됐는데, 4점의 ‘정원의 단면’ 연작은 구부러진 형태에서 서거나 누운 자세다. 무광의 검은색 피막을 입은 조각들은 은빛, 금빛을 뿜는 다른 층과 대비된다. 수평·수직 정원이 현대 문명에 대한 찬미의 시선을 품고 있다면, 정원의 단면은 물질문명에 대한 냉소와 성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검정의 원판들이 겹겹이 쌓인 구성의 ‘아홉 번의 관찰’은 이른바 평면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씩 부풀어 오른 원판들은 마치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김 작가는 "관찰은 목적을 둔 현대적 행위"라면서 "삶이 결국 관찰의 연속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청동거울(Seeing is Believing)은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 작가는 "우리의 모든 행위는 자신을 믿기 위해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고, 자신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로 점철된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떠나기 전에 1층 문 앞의 회전형 기계 형태의 작품 ‘두 개의 충돌’로 ‘탐닉’을 끝낼 수 있다. 두 개의 거대한 조형물이 하나는 시계 반향, 또 하나는 반 시계 방향으로 돈다. 하나는 은빛, 하나는 먹빛으로 서로 다른 재료와 질감, 색감을 지니고, 반대로 회전하는 두 조형물은 결코 만나거나 부딪히지 않는다. 작가는 "이게 충돌하면 큰일이다. 다시 만들어야 하니까"라며 웃었다. 그 웃음에 바로 이 전시의 정수가 깃들어 있는 것 아닐까. 예술과 삶에는 냉소와 찬미가 공존할 수밖에 없고, 현대 문명은 좋지만 싫은 것이고, 양평 산속에서 작업하는 김 작가도 전시는 번듯하고 정갈한 도심의 미술관에서 해야만 하니까.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31 09:32
몽환적 회화·한지 공예… 나만의 그림 취향 찾아 떠나볼까 겨울은 흔히 전시 비수기로 알려져 있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대형 아트페어는 봄에, 광주·부산 비엔날레는 가을에 열린다. 이에 맞춰 국내 주요 미술관과 화랑들도 봄과 가을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전시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예술이 필요한 계절은 겨울이 아닐까. 움츠러드는 겨울, 지친 몸과 마음에 쉼을 안겨 줄 ‘나만의 그림’을 찾아 나서보자. 일상과 상상을 ‘있을법하게’ 그려내는 30대 신진 최민영부터, 사진으로 포착한 현실을 포개어 재구성하는 중견 작가 박진아, 한지 예술에 매진한 60년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광영까지…. 시의적절하게 찾아온 국내 작가들의 개인전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민영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최민영(35)의 국내 첫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낯익은 듯하면서도 신선하다. 햇빛이 침대 위 벽면을 가득 메운‘침실’은 안온한 한낮의 풍경 같은 그림이지만, 갑자기 낯설어진다. 방 안에 나뭇잎이 날리고, 책상 위에 거대한 불가사리가 서 있다. 이것은 혹시 한낮에 꾸는 꿈일까. 마술적 사실주의의 거장 마르케스의 소설 제목에서 빌려온 전시명처럼 작가는 캔버스 위에 자기만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펼쳐 놓는다. 한강 연작들도 흥미롭다. 강변을 따라 자리 잡은 고층 빌딩 숲은 익숙한데, 강 한가운데 아마존 분홍돌고래가 헤엄을 친다. 사람보다 큰 거북이가 잔디밭을 어슬렁거리고, 거대한 사자가 물끄러미 사람들을 응시한다. ‘말도 안 되는’ 모순적 상황은 생생한 빛에 반사되며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장소로, 곧 벌어질 것만 같은 사건이 된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내년 2월 23일까지, 관람료는 8000원. ◇전광영 개인전 ‘집합:공명과 그 사이’= 세계적인 한지 작가 전광영(80)이 6년여 만에 한국에서 여는 개인전으로 초기 추상회화 ‘빛’ 시리즈를 비롯해 대형 설치작품, 힐링 시리즈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집합(Aggregation)’ 연작을 선보인다. ‘집합’은 수천 개의 삼각형 스티로폼을 논어, 맹자, 법전이나 소설 등의 내용이 담긴 한지로 감싼 후 종이 끈으로 묶고, 화판에 촘촘하게 매달아 완성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197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유학시절, 자신의 경쟁력을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1982년 귀국했다. 이곳저곳 다니며 영감을 얻고자 노력하다가 불현듯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풍경이 떠올랐으며, 보자기로 감싸는 우리 문화, 즉 정(情)에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1995년부터 발전시켜온 집합 기법의 진화를 집중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국제무대에 각인시킨 그의 예술적 여정을 탐구할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2001년 가나아트에서 개최된 ‘올해의 작가 2001 - 전광영’과 함께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ined)’ 출품작들도 포함돼 그의 예술적 성취를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내년 2월 2일까지, 관람은 무료. ◇박진아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 이 전시는 특정 장소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게 한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생경하지 않은 것은 이들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박 작가 덕이다. 그는 전시장을 꾸리고 있는 미술관, 레스토랑의 키친, 그리고 피아노 공장 등을 다니며 사진을 찍은 후 이를 유화와 수채화로 화폭에 재구성했다. 신작 40여 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마주한 그림 속 장면들은 매우 일상적이다. 또한 그것은 분명 실재했다. 그러나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여러 장의 사진을 조합해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순간이기 때문. 작가의 그림은 한편으론 ‘가상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작품 속 인물들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 행위는 너무 순간적이어서 당사자도, 보는 이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 작가의 작업 세계의 근간이 자리한다. 작가는 카메라의 시선을 통과한 ‘순간’을 자신의 마음과 손을 통과시켜 소환해 온다. ‘찰나’를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즉, 흐르는 시간을 회화적인 시간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전시 제목 중 ‘돌’에 해당하는 작품군은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초대로 그룹전에 참여했을 당시에 작가가 포착한 장면들이다. 앞선 전시의 설치 기간에 미술관을 방문했던 작가는 아트 핸들러 업체 직원들이 설치 작업의 일부인 돌을 다루는 장면, 작업자들이 전시장에 부착될 시트지를 준비하는 장면 등을 목격했다. 또, ‘연기’로 일컬어지는 작품군은 국제갤러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키친 내부의 분주한 풍경이 담겨있다. 또한, ‘피아노’ 작품군은 작가가 올해 독일의 슈타인그래버(Steingraeber) 피아노 공장에 방문해 그 내부의 면면을 그려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 내년 1월 26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31 09:31
일상의 찰나를 소환하다..박진아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 연기 나는 주방에서 묵묵히 요리하는 사람, 타인을 의식하지 못한 채 피아노 만들기에 열중하는 장인, 전시를 준비하는 이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진아 작가의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는 특정 장소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게 한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생경하지 않은 것은 이들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박 작가 덕이다. 그는 전시장을 꾸리고 있는 미술관, 레스토랑의 키친, 그리고 피아노 공장 등을 다니며 사진을 찍은 후 이를 유화와 수채화로 화폭에 재구성했다. 총 40여 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마주한 그림 속 장면들은 매우 일상적이다. 또한 그것은 분명 실재했다. 그러나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여러 장의 사진을 조합해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순간이기 때문. 작가의 그림은 한편으론 ‘가상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 행위는 너무 순간적이어서 당사자도, 보는 이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 작가의 작업 세계의 근간이 자리한다. 이른바 회화성의 극대화. 작가는 카메라의 시선을 통과한 ‘순간’을 자신의 마음과 손을 통과시켜 소환해 온다. ‘찰나’를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즉, 흐르는 시간을 회화적인 시간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시 제목 중 ‘돌’에 해당하는 작품군은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초대로 그룹전에 참여했을 당시에 작가가 포착한 장면들이다. 앞선 전시의 설치 기간에 미술관을 방문했던 작가는 아트 핸들러 업체 직원들이 설치 작업의 일부인 돌을 다루는 장면, 작업자들이 전시장에 부착될 시트지를 준비하는 장면 등을 목겼했다. 또, ‘연기’로 일컬어지는 작품군은 국제갤러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키친 내부의 분주한 풍경이 담겨있다. 또한, ‘피아노’ 작품군은 작가가 올해 독일의 슈타인그래버(Steingraeber) 피아노 공장에 방문해 그 내부의 면면을 그려냈다. 이 그림들은 특별히 의미 전달을 의도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의 포즈를 통해 해당 장면의 전후를 유추하도록 한다. 암시가 가득한 그림은 긴장감도 잔뜩 품고 있다, 일상적 소재, 맥락과 의미의 소거, 선·점·면의 형식적 관계 부각 등 이번 전시는 결국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로서의 실험에 작가가 한발 더 다가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과연, ‘회화성이란 무엇인가’ 질문하며 말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 작가는 런던 첼시미술대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성곡미술관과 삼성미술관 플라토,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등 국내 유수의 전시에 작품을 선보여 왔다. 신작 40여 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 2관과 한옥 전시공간에서 열리고 있으며, 내년 1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29 13:06
미술애호가 필독! 이건희 컬렉션의 모든 것..‘아주 사적인 미술관’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미술품과 문화 유산을 통칭하는 ‘이건희 컬렉션’. 전국 순회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200만 명 넘는 관람객을 만나는 등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애호가라면 이 책에 주목하자. 일간지 미술 담당 기자가 직접 쓴 ‘아주 사적인 미술관: 이건희 홍라희 마스터피스’(중앙북스)는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백남순과 이중섭, 유영국, 이성자, 이배, 박수근, 장욱진, 도상봉 등의 주요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과 수집에 관련한 이야기를 담았다. 예컨대, 책은 첫머리에 백남순의 ‘낙원’(1936)을 소개하는데, 이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1920년대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떠났던 백남순은 이중섭을 가르치기도 했던 화가다. 그러다 6·25 전쟁통에 대부분의 그림이 사라졌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국내 화단에서는 잊힌 존재가 된다. 그런데 ‘낙원’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작가는 1936년 이 그림을 그려 친구에게 결혼 선물로 보냈고, 친구가 반세기 동안 간직했던 그림을 삼성가가 사들이면서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되게 된다. ‘사(私)적인’ 컬렉션이 종국에 ‘사(史)적인 컬렉션이 되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적이다. 책은 이러한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세상에 덜 알려진 작품을 미리 알아보고 모아둔 컬렉터의 집요함이 녹아있다"고 평가했다. 392쪽, 2만5000원.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29 11:40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10人에 韓 조각 전도사 김윤신 조각가 김윤신이 미국 온라인 미술품 플랫폼인 아트시(Artsy)가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10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아트시가 발표한 ‘2024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명단에 따르면 김윤신은 에티오피아 출신의 미국 작가 줄리 머레투와 미국 작가 제프리 깁슨, 이탈리아 작가 이사벨라 두크로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과 함께 이 명단에 포함됐다.아트시는 김윤신을 두고 “60여년 동안 회화와 나무 조각 작업을 하며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해 88세 나이로 세계 미술계에 극적으로 등장했다”면서 그의 작품이 (올해 열린)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높이 평가하며 소개했다.이 명단에는 이 밖에도 올해 영국의 권위 있는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 수상자인 재슬린 카우르를 비롯해 조앤 조나스와 스티브 매퀸, 샤지아 시칸더, 알바로 배링턴이 포함됐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4-12-22 07:47
수백 년 견딘 ‘평범’의 진가 박물관의 2024년은 온갖 진귀한 국보와 보물로 빛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장 국보를 지역 박물관에 대여하는 ‘국보 순회전’으로 전국적 흥행을 이끌었고 마침내 공개된 ‘이건희 컬렉션’은 기존 박물관 유물에 익숙한 관람객마저 수차례 다시 찾아가게 했다. 최근 막을 내린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기념전시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해 김홍도, 김득신 등 국보를 앞세워 지역 전시로는 이례적으로 20만 구름 관중을 동원했다. 그러나 국보와 보물이 빛나기 위해선 묵묵히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평범한 유물들의 역할도 큰 법. 그간 국보에 가려져 무심코 지나쳤던 소박한 유물들의 진면모를 조명해 주인공의 위치에 올려놓은 두 전시가 이목을 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특별전 ‘소소하고 소중한’과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의 기획 테마전 ‘달라도 좋아, 평범해도 괜찮아’가 그 주인공이다.◇신라 태자가 거닐던 호수에서 발견한 신비… 경주 ‘소소하고 소중한’전 =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며 박물관 경력 34년차인 관장부터 3년차 막내 학예사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전시장 뒤편의 수장고를 꼼꼼히 살폈다. 12명의 큐레이터들은 30만 점에 이르는 수장품 중 저마다의 독특한 이야기를 간직한 채 잠들어 있던 44건 144점의 유물을 엄선해 깨웠다. 그중에서도 양희정 학예연구관이 선정한 4.8㎝ 크기의 ‘금동손’은 단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경주 월지(옛 안압지)에서 출토된 이 유물은 조립돼 완성된 불상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 있는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비로움은 관람객들에게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만드는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월지에서 출토된 금동불입상과 나란히 전시된 느낌이 오묘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더불어 박달나무·대추나무 등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 빗을 비롯해 고대인들의 삶을 함께한 생활 유물도 전시장 한편을 차지했다. 막내 학예사인 임익균 학예사의 선택이다. 주로 무덤에서 출토되는 나무 빗을 통해 망자가 내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내길 바랐던 옛사람들의 애정과 정성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내년 3월 9일까지.◇보물선에서 건져 올린 평범함… 태안 ‘달라도 좋아, 평범해도 괜찮아’전 =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은 화려하고 완전한 출토 유물 대신 돌과 뼈처럼 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유물을 전면에 내세워 파격을 꾀했다. 총 5가지의 주제와 그에 맞는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는 해양 출토 유물의 대표 격인 항아리를 과감히 제외했다. 대신 칼과 낫을 가는 돌멩이인 숫돌이 그 자리에 놓였다. 또한 별다른 무늬가 없는 접시, 작디작은 청자 기름병 등을 통해 문양과 크기로 관람객을 압도하기보다 유물이 견뎌낸 시간 자체를 드러내고 있다. 전시의 마무리에는 보물도 모습을 드러내긴 한다. 다만 새로운 관점이다. 지난 2007∼2008년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발견된 ‘태안선’ 출수(出水) 유물인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는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던 앞모습 대신 뒷모습을 내보인다. 이처럼 잠들어 있던 유물들의 숨겨진 면모는 그동안 빛나는 국보뿐 아니라 평범하거나 불완전한 유물까지도 보존하고 관리해 온 학예사들의 정성 어린 시간을 증명한다. 내년 6월 5일까지.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4-12-18 09:10
백남준의 제자… 빛과 어둠의 대비 ‘영상으로 쓴 詩’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1951∼2024)의 개인전이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최된다.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1932∼2006)의 제자로도 유명한 비올라는 주로 명상적이고 시적인 작업을 해 왔다. 빛과 그림자를 절묘하게 대비시켰던 바로크 시대 화가 카라바조처럼 비올라 역시 빛과 어둠을 대비시킨 영상 작품을 선보여, ‘비디오 아트의 카라바조’라는 별칭도 있다.이번 전시는 지난 7월 비올라 별세 후 처음 선보이는 국내 전시다. 1970년대 초기 비디오 작업부터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전시작, 2006년 작업까지 7점을 선보인다. 이 중 4점이 국내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라 더욱 주목된다. 대표작은 K3 전시장에 설치된 ‘무빙 스틸니스: 마운트 레이니어 1979’(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다.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전시장 한가운데에 스크린이 놓여있고, 그 안엔 눈 덮인 산이, 아래엔 물이 가득하다. 작품을 완성시키는 건 사람의 손. 전시장에 상주하는 직원이 이 물에 손을 담가 물결을 만들면 스크린 속 산이 흔들린다. 물결이 세어지면 산도 거세게 흔들리고, 물결이 잔잔해지면 산도 다시 고요해지는 식이다. K1 전시장 로비에 설치된 1973년 작 ‘인포메이션’(Information)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으로, 2011년 백남준아트센터 전시 이후 1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비디오테이프 리코더로 녹화하던 중 입출력 데이터가 섞이며 발생한 오류를 표현한 영상으로, 비올라가 영상 매체의 물리적 속성을 탐구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으로 국내 처음 선보이는 ‘인터벌’(Interval)도 흥미롭다. 서로 마주 보는 두 개의 스크린을 이용한 작품으로, 한쪽에선 샤워실 안 벌거벗은 남성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에선 불과 물, 신체의 구멍을 노골적으로 클로즈업한다. 두 영상의 재생 속도는 점차 빨라지다가 결국 검은 화면이 돼, 시공간의 뒤얽힘과 통합을 표현한다. 이와 함께, 영상과 회화의 중간 상태를 보여주는 ‘포엠 B(더 게스트 하우스)’(Poem B(The Guest House)·2006), 연못의 일렁임과 수면의 반사체를 담아낸 ‘더 리플렉팅 풀’(The Reflecting Pool·1977∼1979·1997) 등이 삶과 죽음, 의식의 흐름, 자연의 순환을 탐구하던 비올라의 우주 속으로 잠시 우리를 데려간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11 09:17
빈센트 반 고흐 ‘마지막 10년의 작품’ 한국인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서양 화가는 단연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일 것이다. 그림을 그린 건 10년 남짓이지만, 미술사의 한 획을 그으며 ‘영원의 화가’로 남은 반 고흐의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07년,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개최되는 국내 회고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로,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서 공수한 70여 점이 한국 관람객들을 만난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반 고흐의 작품을 많이 소장한 미술관이다. 　전시는 유화 39점을 비롯해 드로잉, 판화 등 총 76점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자화상’(1887), ‘씨 뿌리는 사람’(1888), ‘착한 사마리아인’(들라크루아 원작·1890) 등이다. 　전시는 고흐가 화가로 살았던 삶의 마지막 10년을 연대기 순으로 펼친다.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네덜란드 시기(1881∼1885)’를 시작으로 인상파의 강렬한 색채로부터 영감을 받았던 ‘파리 시기(1886∼1888)’,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를에 머물며 인물화·풍경화의 색채 실험을 거듭하던 ‘아를 시기(1888∼1889)’, 자연의 위대함을 경험하며 정신병원 생활을 했던 ‘생레미 시기(1889∼1890)’, 고향에 대한 향수에 젖은 채 생을 마감한 ‘오베르쉬르우아즈 시기(1890)’까지 총 5개 테마로 구성됐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37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10년 동안 약 2100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국내에서 열린 세 차례의 고흐 회고전 기획 총괄을 맡은 서순주 서울센터뮤지엄 디렉터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고흐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희귀작이 많다. 고흐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5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09 09:23
쿠사마, 박서보, 카텔란..케이옥션 18일 올해 마지막 경매 케이옥션은 오는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올해 마지막 경매를 개최한다고 최근 밝혔다. 총 101점, 약 63억 원 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는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Pumpkin)’ 원화와 판화 등 쿠사마의 작품이 5점 출품돼 눈길을 끈다. 또, 도록 표지를 장식한 박서보의 후기 작품 ‘묘법 No. 070422’을 비롯해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국내외 근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골고루 선보인다. 쿠사마의 작품 중 가장 주목되는 건 1호 사이즈 ‘호박’은 Pumpkin’. 낙찰 추정가는 약 7억 6000만 원에서 9억 원 사이다. 또, 박서보의 ‘묘법 No. 070422’는 4억7000만 원에 경매가 시작되며, 초기 연필 묘법 작품 ‘묘법 No. 4-76’도 낮은 추정가 3억 5000만 원에 경매에 오른다. 또, 최근 경매시장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배 작가의 경우 풍경, 미디엄, 붓질 시리즈가 골고루 나온다. 김창열의 작품은 1970년대 작부터 2000년대 작품까지 5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2017년 제작된 100호 크기의 ‘물방울 SDR201704’(1억 8000만~2억 4000만 원)와 5개의 물방울이 유난히 영롱한 1979년 작 3호 소품 ‘물방울’(8000만~1억8000만 원) 등이다. 이와 함께 ‘꽃과 여인’(1억8000만~6억 원), ‘하이비스커스’(5500만~1억5000만 원) 등 천경자의 작품도 2점이 출품된다.이밖에 마우리치오 카텔란, 올라퍼 앨리아슨, 유이치 히라코, 코헤이 나와, 우국원, 이진우 등 국내외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다채롭게 선보인다. 경매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가 현재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경매 당일인 18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는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를 통해 응찰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경매는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관이 가능하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08 14:12
獨 왕가 왕관, 英 여왕 귀걸이..눈부시게 화려한 보석의 세계 일본의 보석 수집가로 잘 알려진 아리카와 가즈미(有川一三)의 소집품을 소개하는 ‘보석의 예술: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전이 최근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했다. 보석 거래상인 아리카와는 40년 전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앤드앨버트(V&A) 박물관에서 보석을 예술작품으로 처음 접한 뒤 마음이 동요됐다. 이후 전 세계의 보석을 모으기 시작해 고대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500여 점을 소장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총 208점을 선보인다. 대표작으로는 르네상스 시대 조각가 발레리오 벨리가 만든 ‘그리스도와 전도사의 십자가’. 현존하는 벨리의 십자가 3점 중 한 점으로, 나머지 2점은 각각 런던 V&A 박물관과 바티칸 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전시에 나온 십자가는 교황 레오 10세의 의뢰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를 위해 지난 5일 방한한 아리카와는 언론 프리뷰에서 "이 십자가에는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실제 십자가 유물인 성십자가(True Cross)의 일부가 담겨 있다고 바티칸에서 공식 인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보석은 여성의 장식품이나 사치품으로 생각되곤 하지만, 나는 보석이 더 깊은 본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보석에는 아름다움과 영원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 지식을 얻으려 하지 말고 보석의 아름다움 그대로를 느껴달라"고 덧붙였다.이번 전시의 가장 고가품은 티아라(작은 왕관) 섹션에 있는 독일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파뤼르(Parure)다. 파뤼르는 티아라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브로치가 한 세트를 이루는 장신구로,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파뤼르는 100개가 넘는 천연 핑크 토파즈와 다이아몬드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3세가 공식 문서에 도장을 찍을 때 사용했던 인장반지(시그닛 반지)와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 초상화가 새겨진 에메랄드 펜던트,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부인 조세핀 황후가 지인에게 선물한 귀걸이와 목걸이,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대관식 때 착용한 귀걸이 등이 전시된다.전시장 디자인을 일본의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가 맡은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전시장 입구와 휴식 공간 천장에 보석의 결정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2점도 소개된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 관람료는 2만 원(성인 기준).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08 12:45
양혜규 작가,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英미술지 파워 100 양혜규 작가와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이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다.5일 아트리뷰가 발표한 ‘2024 파워 100’에 따르면 양혜규는 48위, 이 회장은 96위에 올랐다. 이 회장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0년 연속 ‘파워 100’에 포함됐다. ‘2024 파워 100’ 1위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샤르자 비엔날레 디렉터이자 샤르자 예술재단 설립자인 후르 알 카시미가 이름을 올렸고, 태국 출신 현대 미술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닛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으로는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의 정도련 부관장이 30위에,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39위에 올랐다.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05 16:27
미술품과 만난 빈티지 가구..서울옥션 ‘장 프루베의 집’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은 가구 거래 업체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와 함께 기획 전시 ‘장 프루베의 집’을 개최한다.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와 국내외 미술작품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전시로 오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열린다. ‘장 프루베의 집’은 서울옥션과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가 지난해 시작한 ‘예술과 가구(Art & Furniture)’시리즈의 두 번째 행사다. 20세기 프랑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장 프루베를 중심으로 그와 동시대 작업 동반자였던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피에르 샤포, 샤를로트 페리앙 등의 작품을 통해 모더니즘이 추구하는 기능주의와 순수한 형태미를 집중 조명한다.이번 전시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장 프루베가 설계한 조립식 건축물 ‘해체할 수 있는 집(Demountable House)’이 실제 크기 그대로 설치돼 눈길을 끈다. 한쪽 벽의 길이는 6m, 면적은 10평 남짓한 이 작품을 통해 건축물을 변형 가능하고 이동할 수 있는 가구로 해석한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제작 당시 약 400개가 생산됐으나 오늘날 완전한 형태로 남은 사례는 드물어, 희소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거장의 손길로 탄생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는 고유한 예술성과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품과 유사하며, 함께 어우러졌을 때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라며 "미술 애호가들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작품의 조합과 조화를 감상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04 10:24
88올림픽·IMF외환위기… 도자에 담긴 70년 한국 현대사 백자 위를 수놓은 푸른빛. 그 곱고 영롱한 색감에 반한 관람객들이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그러다 이내 정교하고 섬세한 붓의 흔적에 감탄하고 만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한 ‘한국 현대 도자 공예 :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 전시장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장면. 이유가 있다. 도화는 처음 그렸을 때 눈으로 보는 것과 가마에 들어갔다 나온 뒤가 달라 쉽지 않은 작업으로 꼽히는데, 당대 가장 뛰어난 도예가와 화가들이 협업한 수작들이 이번 전시에 잔뜩 등장해서다. 바로 처음 공개되는 이건희컬렉션의 ‘도화 시리즈’ 12점이다. 도자·회화·영상 등 200여 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도화는 1960∼1970년대 특히 유행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컬렉션 중에도 도화가 20여 점을 차지하며, 그중 도예가 안동오와 화가 장우성·서세옥·김기창이 참여한 12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백자청화시물고기문편병’ ‘백자청화시비파문육각화분’ 등 백자토와 청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단아함과 균형감이 일품이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초 제작된 지순탁 작가의 검은 다완도 공개됐다. 다도 문화가 활발한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든 도자기로, 녹색과 검은 색감의 조화와 그 미감을 생각하며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도자 전시 하면 고려 청자나 조선 백자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 도자의 발자취를 좇는 이번 전시에선 이제는 집기류로 여겨지는 도자에 얼마나 많은 역사적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앞서 지순탁의 다완처럼 도자는 한때 수출을 위한 상품이 되기도 했고, 1980년대 88서울올림픽을 통해 들어온 국제 예술 양식을 수용한 도자 공예도 흥미롭다. 이때부터 도자 조형이 오브제와 설치작업처럼 변했는데, 여성 도예 그룹 ‘흙의 시나위’ 창립 멤버로 활동한 한애규의 ‘날개를 단 여인’ 등이 도자를 조각이나 예술 작품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1997년 외환 위기 전후 수공예 생활 도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등장한 광주요와 이도를 설립한 이윤신의 작업을 통해 미적 가치를 담은 생활 도자의 정착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21세기 도자들은 어떨까. 지금은 도자를 공간 설치작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업도 낯설지 않다. 가장 주목되는 건 김준명의 작품 ‘가로적인 역사를 담은 도자기’. 왕실용으로만 쓰인 고귀한 백자대호를 가로로 붙여 놓은 작업이다. 연결된 듯 붙어 있는 백자들은 일부러 이음새를 보여주며 현대적 유머를 더했다. 이 밖에 김덕호·이인화의 ‘2022 블루보틀 명동점 사이니지’ 등 젊은 세대를 통해 SNS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감각적인 도자 작품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5월 6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04 08:12
백남준의 ‘TV·로봇’ 부터 퍼포먼스까지 백남준(1932∼2006) 사후 국내 미술관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전시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이 최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막했다. 백남준아트센터, 독일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 등에서 빌려온 작품과 사진, 영상 등 160여 점으로 구성돼 백남준 예술 세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건 1961년 퍼포먼스 비디오 ‘손과 얼굴’(사진). 20대 백남준이 손을 이용해 얼굴을 가리고 드러내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백남준이 참여한 전위예술그룹 ‘플럭서스’의 활동도 소개된다. 소변을 오래 누는 작가가 챔피언이 되는 퍼포먼스 ‘플럭서스 챔피언 콘테스트’(1963) 사진 자료 등을 볼 수 있다.TV 작품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1965년 미국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자석 TV’를 비롯해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던 ‘TV 부처’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1971년 샬럿 무어먼과 함께 만든 ‘TV 첼로’도 볼 수 있다. 대형 설치 작품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1993)도 재현된다. 수직으로 뻗은 나무에 크고 작은 모니터가 여럿 달린 작품으로, 예술적 스승인 존 케이지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았다. 백남준은 1963년 독일에서 개인전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 전자공학을 연구했다. 이때 만든 ‘로봇 K-456’ 등이 이번 전시에 나왔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1997년부터 3년여에 걸쳐 제작된 작품 ‘삼원소’가 주목된다. 맞은편 방에는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처음 공개된 ‘108번뇌’가 자리한다. 108개 모니터에 8·15 광복, 6·25전쟁, 당시 대중문화 아이콘 ‘서태지와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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