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 문화 munhwa.com

문화전체 문화일반 도서·출판·학술 문학 공연 전시 문화재 종교 여행 스타일·패션 생활·요리 의학·건강

설치미술가 이불, 세계 톱갤러리 하우저앤워스와 전속계약 설치미술가 이불(61)이 한국 작가 최초로 하우저앤워스의 전속 작가가 됐다.하우저앤워스는 최근 서울 기반 갤러리 BB&M과 협력해 이불 작가의 공동 전속 갤러리가 됐다고 밝혔다. 세계 정상급 대형 화랑으로 꼽히는 하우저앤워스는 1992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해 현재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홍콩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마크 파요 하우저 앤드 워스 대표는 "이불 작가는 자타공인 당대 가장 뛰어난 한국의 예술가"라며 "엄격한 개념을 바탕으로 재료에 섬세하게 접근하고 이를 깊은 휴머니즘과 결합해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평가했다. 이불 작가는 하우저앤워스와 함께 이달 말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에서 조각과 회화를 선보인다. 내년에는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이불 작가는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인간의 욕망과 기술의 변화, 여성 문제 등을 폭넓게 다뤄왔다. 30대 초반이었던 199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썩어가는 물고기를 스팽글로 장식한 ‘장엄한 광채’(Majestic Splendor)를 전시해 주목받았고 이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 한국관 전시 등에 참여하며 한국 대표 현대미술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한국 작가 최초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정면 외벽에 조각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올해 9월 리움미술관 전시가 예정돼 있다.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20 21:22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30돌 전시 ‘두껍아 두껍아:집의 시간’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한국관은 건립 3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7일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2025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 전시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한국관에서는 전시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을 통해 한국관의 건립 과정 및 국가관의 건축적 의미, 지속가능성 등을 탐구한다.베네치아비엔날레는 미술전과 건축전이 격년으로 열린다.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라티가 예술감독을 맡은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은 5월 10일 개막해 11월 23일까지 약 6개월간 계속된다. 한국관 전시는 기획집단 씨에이씨(CAC·정다영, 김희정, 정성규)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이들은 김현종(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 박희찬(스튜디오히치), 양예나(플라스티크판타스티크), 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 작가(건축가)와 함께 지난 30년간 한국관이 쌓아온 역사를 되돌아본다. 이날 정다영 CAC 큐레이터는 전래동요에서 따온 올해 주제에 관해 "집의 재생과 변화를 바라는 가사의 동요로, 30년을 기점으로 나뉜 한국관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은유적 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1995년 설립된 한국관은 베네치아비엔날레 국가관 구역인 자르디니 내에 26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설치된 국가관이다. 그러나 올해 카타르관이 새롭게 들어서면 마지막 국가관이란 타이틀은 내려놓게 됐다. 일본관과 독일관 사이에 자리 잡은 한국관은 건축가 고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함께 설계했다. 사각 형태인 일반적인 전시장과 달리 철골조의 비정형 유리 건물로 되어 있는데, 이는 건립 당시 부지 내 나무를 한 그루도 손상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에 따른 것이다.작가들은 오늘날 한국관 건축에 영향을 끼쳤던 나무에 주목해 전시를 구성했다. 이다미는 나무와 한국관을 드나드는 고양이 등에 영감을 받아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는 한국관의 의미를 돌아본다. 박희찬은 한국관을 둘러싼 나무에 반응하는 건축 장치를 만든다. 실내 공간 외에 한국관의 필로티 하부 공간과 옥상도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예컨대, 양예나는 한국관이 있는 자르디니의 땅속 가상 이야기에서 출발해, 지상에 떠 있는 한국관 필로티 하부 공간 등에서 전시를 선보인다. 김현종은 배의 돛 같은 형상을 한국관 옥상에 설치할 예정이다. 5월 9일에는 한국관의 역사적 의의를 탐구하는 건축 포럼도 열린다. 현지에서 열리는 포럼에는 한국관 공동설계자인 만쿠조를 비롯해 2014년 건축전에서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아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김종성 등이 참여한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18 17:36
무질서한 듯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잠재력’을 깨우다 달걀, 새, 깃털, 밧줄, 종, 눈, 얼굴, 스테인드글라스…. 다양한 기호와 상징을 중첩하는, 독특한 시각 언어로 유명한 미국 작가 래리 피트먼(73). 그가 캔버스 위에 쌓아 올린 도상들은 언뜻 무질서해 보이지만,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직조돼 있다. 그래서일까, 한참을 보고 있자니 스멀스멀 ‘낙관적 미래’가 들어차는 것도 같다. ‘어수선한’ 그림 속에서도 단단한 기운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그것은 평생 현대인의 회복과 재생을 탐구해온 피트먼의 철학과 기술이 응축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0여 년간 피트먼은 휘트니, 베니스비엔날레, 카셀도쿠멘타 등에서 탁월한 경력을 쌓으며 우리 세대 가장 중요한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작가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18일 전남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래리 피트먼:거울&은유’. 국제적 인지도에 비해 국내선 덜 알려졌던 피트먼의 예술 세계를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 14년간 제작한 회화 40여 점을 선별했으며, 시대를 꿰뚫는 작가의 예리한 시선뿐만 아니라 인류를 향한 따스함까지 함께 감지할 수 있다.전시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우선 피트먼의 수많은 연작 중 주요한 일곱 개에서 선정한 작품들이 최초로 한 공간에 모인다는 것이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 큐레이터 로셸 스타이너가 기획했으며, 일곱 개의 연작은 ‘사고의 형태’(2012) ‘카프리초스’(2015) ‘야상곡’(2015) ‘아이리스 샷, 시작과 끝’(2020) ‘디오라마와 바니타스’(2021) ‘알 기념물이 있는 도시’ (2022)‘알 기념물이 있는 반짝이는 도시’(2023) 이다. 비교적 근작으로 구성된 전시는 에이즈 위기, 인종 갈등, 성소수자 시민권 운동 등 사회정치적 투쟁의 영향을 받은 초기작과 달리 심리적 주제를 포함한 내면적 공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그는 작품에 일관되게 ‘알(eggs)’을 등장시키는데, 이를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면 피트먼의 예술 세계가 보다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알’에 대해선 작가가 일찌감치 그 의도를 자주 밝혀왔는데, 이는 ‘잠재성’‘가능성’을 포용하는 관념으로, 상징이라기보다는 은유에 가깝다.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지점은 작가가 팬데믹 기간에 열심히 그려낸 작품들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그림들로, 대도시를 오마주한 작품들이 대다수다. 작가 특유의 밀도 높고 복잡하게 얽힌 이미지, 강렬한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대형 회화로 제작됐다. 작품들은 작가의 주된 탐구 주제인 삶과 죽음, 사랑과 성, 소비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개념들을 코로나19가 안겨준 ‘고립’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따라올 도시의 ‘재탄생’까지 아우른다. 온 세상이 가장 암울했고, 가장 비관적이 되었던 그때에, 작가는 그동안 추구해 온 ‘회복과 재생’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던 셈이다. 당시, 많은 예술가들이 팬데믹을 도시 문명이 만든 재앙으로 규정하며 자연으로의 회귀 등을 작품에 담아내곤 했으나, 피트먼은 반대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의 아름다움과 복합성, 무질서한 잠재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소 논쟁적이고 공격적일 수 있으나, 도시만이 지닌 특별한 활기에 주목한 것이다. 그의 세대 많은 예술가들이 조수를 두고 작업하거나 디지털 도구 등 여러 제작 수단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피트먼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며 홀로 작업한다. 그의 회화 작품은 복잡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으나, 그림은 단순하게 그리는 것이다. 그는 사전 스케치 없이 캔버스에 직접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힌다. 또, 작품마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생각을 글로 정리한 후, 시각적 구조를 설계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이 스스로 만드는 대화를 발견하고, 작품에 내재한 집단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방식을 연구하는 것일 터. 이러한 작가의 철학과 작업 방식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읽어내면, 관람이 몇 배는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미국계 갤러리 리먼 머핀 서울과의 협업으로 성사됐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유수의 갤러리들과 함께 국제적으로 인지도 높은 작가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작품 대여나 구성, 기획 등을 함께 논의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앞서 페레스프로젝트를 통해 리처드 케네디를, 아트선재를 통해 리너스 반 데 벨데를 소개한 바 있다. 전시는 6월 15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3-18 14:01
“화랑업 본질은 작가 발굴… 돈벌이 앞서 문화유산 만들어야” “화랑업의 본질은 작가 발굴입니다. 올해 화랑미술제는 신진 작가 발굴과 지원 사업을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내달 개막하는 국내 최대 미술품 장터 ‘2025 화랑미술제’를 앞두고 이성훈(사진)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화랑은 돈벌이에 앞서 문화유산을 만드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1979년 시작해 올해 43회째를 맞은 화랑미술제는 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홀에서 개최된다. 168개 회원 화랑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화랑협회 새 회장으로 선출된 이 회장은 이날 “올해 주력 프로그램은 신진작가 특별전이 될 것”이라면서 “작가들에게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관람객들에겐 독창적 작품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신진작가 전시는 ‘줌-인’(ZOOM-IN) 섹션에서 열린다. 공모에 참여한 600여 명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가 10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레지나킴, 민정씨(See), 박보선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후원사인 KB금융그룹이 1명을 선정해 ‘KB스타상’을 수여한다. 수상작가는 KB금융그룹 달력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또, 올해부터 작가 1명을 집중 조명하는 솔로부스 섹션도 신설됐다. 16개 갤러리가 참여해 이원우 작가(PKM갤러리), 이은 작가(아트스페이스3), 조은 작가(아트사이드 갤러리) 등을 소개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3-18 11:42
‘금관총 금관’ 63년 만에 독일 나들이…獨 드레스덴 ‘백 가지 행복, 한국문화특별전’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성(城)에서 국보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를 비롯해 한국 문화유산의 정수를 담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국립중앙박물관(박물관)은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과 함께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국보 3건 19점을 비롯해 총 185건 349점의 문화유산으로 구성한 ‘백 가지 행복, 한국문화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전시 장소인 드레스덴 성은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장소이자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손상된 뒤 지금도 복원이 진행 중인 도시 역사의 상징이다.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은 1560년 궁정박물관으로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작센주 내 15개의 박물관의 통합기구로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명소다.이번 특별전은 드레스덴 성의 두 곳에서 열린다. 먼저 성 1층 신(新)그린볼트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는 특별전 속 특별전으로 전시의 백미인 ‘황금의 나라, 신라’가 펼쳐진다. ‘녹색 금고’라는 뜻의 그린볼트는 작센 문화의 황금기를 연 아우구스트 2세가 자신의 애장품을 간직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전시품 중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인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가 단연 돋보인다.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는 196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예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국보전’에 출품된 후 화제를 모았다. 63년 만의 독일 나들이로, 여기에 국보인 관모와 관꾸미개, 그리고 함께 출토된 귀걸이와 팔찌, 금제 그릇 등도 함께 선보여 금관총 출토 금제품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됐다. 특히 금관총 금관의 ‘새날개모양 관꾸미개’는 이번 포스터에 등장하며 이번 전시를 대표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더불어 최근 금관총 재발굴 성과를 담은 동영상도 살필 수 있게 해 심도 있는 관람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한편 바로크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2층 대의전실의 9개 방은 각각의 주제를 담아 꾸며졌다. ‘기쁨의 색채’에서는 한복이 가진 멋을, ‘풍요와 안식’에서는 토기에 나타난 삼국시대 사람들의 현세와 내세에서의 바람을, ‘신앙의 솜씨’와 ‘자비의 약속’에서는 고려,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불교미술을, ‘비색의 아름다움’과 ‘절제와 품격’에서는 고려청자·분청사기·백자로 이어지는 우리 도자기의 미와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또 ‘찬란한 권위’, ‘용기와 기개’에서는 궁중 복식과 군사 복식·무기를, 끝으로 ‘행복한 삶’에서는 행복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병풍을 전시한다.각 전시 공간에는 가야·신라의 ‘상형 토기’, 고려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과 ‘함평궁주방명 청동은입사향로’, ‘기린장식 청자향로’, 조선의 ‘달항아리’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엄선돼 자리하고 있다. 전시의 주제를 더욱 선명히 드러내기 위해 경주, 대구, 부여, 김해 등 지역국립박물관 소장품이 총출동한 셈이다.드레스덴박물관연합 소속박물관 중 하나인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은 현재 조선의 외교고문을 역임했던 묄렌도르프 등 조선과 대한제국을 방문했던 독일인 여행자의 컬렉션을 포함해 약 2000 건의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 소장품을 비롯해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이 소장 중인 조선시대 병풍과 갑옷 등 10점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자수 병풍은 이번 특별전 제목을 선정하는 데 영감을 줬다. 또한 ‘곽분양행락도’ 병풍 역시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래 낱장 상태로 보관해 왔던 것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지원해 국내에서 원형 복원을 마치고 지난해 돌아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기에 더 뜻깊다.지난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왕이 사랑한 보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의 교환 전시인 이번 전시는 8월 10일까지 계속된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3-18 10:46
설치작가 이미래의 첫 퍼포먼스..28일 국립현대미술관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개인전 ‘열린 상처(Open Wound)’를 선보이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미래(37)작가가 처음으로 퍼포먼스 작품에 도전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다원예술 ‘우주 엘리베이터’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이 작가의 퍼포먼스 ‘미래의 고향(Hometown to Come)’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작품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원공간에서 진행된다. 미술관에 따르면, 퍼포먼스 ‘미래의 고향’은 음악가 이민휘의 동명 앨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민휘와 배우 배선희가 실연자로 참여하게 된다. 이 작가는 서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열린 상처’를 전시하고 있다. 기계와 인간의 경계, 산업 시스템과 유기적 생명력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주목받고 있다. 다원예술 ‘우주 엘리베이터’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욕망과 그 실현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예술적 관점에서 탐구한 연간 프로젝트다. 지난해 5월부터 서울관에서 월별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며 이 작가가 마지막으로 참여한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우주 개발과 같은 인류의 거대한 도전이 남긴 흔적들에 주목했으며, 그동안 설치 작업을 통해 다뤄 온 시간성과 공간성을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구현할 예정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전시와 실연으로 나뉜다. 전시는 28일부터 30일까지 미술관 운영 시간(10시-18시, 토요일은 21시까지) 중 퍼포먼스 시연을 제외한 시간에 상시 관람 가능하다. 실연은 28일(금) 14시와 17시, 29일(토) 17시와 20시, 30일(일) 14시, 17시에 진행된다. 관람은 14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사전신청을 통해 가능하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14 12:10
“근대미술관 건립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독립” ‘국립20C(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근대미술작품 수집을 위한 모금과 작품 기증 운동을 펼친다고 12일 밝혔다. 이 모임 상임 간사인 정준모(얼굴 사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독립과 이를 완성하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미술관 건립을 위한 최소한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그동안 이 모임은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왔으며, 국립근대미술관이 건립되면 기증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경매를 통해 박영선(1910∼1994) 화백이 파리 유학 시절 제작한 ‘센 강가의 고서점’(큰 사진)을 낙찰받았으며, 석촌 윤용구, 우당 이회영 등 일제강점기 독립지사 화가의 작품도 150여 점 모았다. 또 저평가됐던 근대기 여성미술가들의 작품 수집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미술 애호가들과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작품기증의향서 제출운동도 전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약 100명이 700여 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2021년 발족한 모임은 국립근대미술관 설립과 관련한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한국 근대기 미술을 책임질 근대미술관의 건립”을 주장하고 있다. 건립지로는 서울 송현동, 청와대 여민관 일대 또는 청와대 인근 수송부, 경찰 경비단 부지 등을 제안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3-12 11:38
UFO 빼닮은 사원… 문화 충돌로 역사 재해석 깜깜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화면 속 성전과 마주한다. 언뜻 우주를 유영하는 비행체 같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가 치열한 쟁탈전을 벌여온 예루살렘의 고대 건축물 ‘바위의 돔’을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은 바위의 돔이 자리한 실제 지역의 이름을 따 ‘알 아크사 공원’(2006)이라 명명됐다. 러닝타임 10분 동안 이 사원은 이리저리 굴려지지만, 아슬아슬한 축 하나에 매달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멈출 듯 멈추지 않는다. 중동 지역의 끊이지 않는 싸움과 분쟁, 폭력처럼 말이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는 이집트 출신의 중동을 대표하는 작가 와엘 샤키(54)의 개인전 ‘텔레마치와 다른 이야기들’이 열리고 있다. ‘알 아크사 공원’을 필두로 ‘텔레마치’ 시리즈(2007∼2009), ‘동굴(암스테르담)’(2005) 등이 출품됐는데, 대부분 20여 년 전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롭고, 흥미롭고, 유효하다. 긴말 필요할까. 초입에서 ‘알 아크사 공원’에 압도된 관람객은 와엘 샤키의 우주에 몸을 던질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가 왜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지, 왜 지난해 그가 초대된 베니스비엔날레 이집트관이 연일 ‘오픈런’ 현상을 일으켰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이다. “저는 스스로 역사의 통역자, 번역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 갤러리에서 만난 와엘 샤키는 현대미술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예술 철학을 이렇게 정리했다. 즉, 그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서구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를 재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이때 형식적으로는 재구성, 스토리텔링 기법이 특징이고, 주제적으로는 서로 다른 문화와 규범, 제도가 교차, 충돌, 변화, 융합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작가의 이런 ‘주특기’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오롯이 담긴 건 ‘텔레마치’ 시리즈다. 그중 세 작품(‘텔레마치 사다트’ ‘텔레마치 교외’ ‘텔레마치 쉘터’)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여기서, ‘텔레마치’란 1970년대 서독의 인기 TV쇼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 방송은 두 마을이 나와 제한 시간 동안 경기를 벌이는 형식이었는데, 유년시절 이를 보고 자란 작가는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충돌하고 교류하며 만들어내는 오락과 균열을 작품의 구성으로 가져온다.‘텔레마치 쉘터’는 이집트 서부 사막 한복판에 자리한 진흙 오두막에 아이들이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는 유목과 정주라는 대척점에 선 생활 풍경을 상기시키며, 현대와 전통 간의 역학 관계를 곱씹게 한다. 또, ‘텔레마치 교외’는 나일강 삼각주 지역의 시골 마을에 한 헤비메탈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접해 본 적 없는 주민들의 표정이 압권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고 노래하는 밴드 앞에서 주민들은 대체로 당황한 기색. 여기에, 약간의 호기심이 뒤범벅된 채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준다. ‘텔레마치 사다트’는 무함마드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의 장례식을 어린아이들이 재연한 작품이다.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은 이집트의 집단 기억에 각인된 사건인데, 이에 대한 정보와 지식, 개념과 판단이 없는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극도의 생경함을 자아낸다. 작가는 역사를 ‘통·번역’한다고 했는데, 텔레마치 시리즈는 감상자에게도 역사를 통·번역할 틈과 공간을 넉넉하게 내어준다. 그것이 가능한 건 와엘 샤키가 아이들을 작품에 자주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이들은 사회적·젠더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느슨하거나 거의 없다. 이들을 주체로 내세울 때 작품이 ‘의도치 않은 해석’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동굴’ 시리즈 중 하나인 ‘동굴(암스테르담)’도 느닷없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눈과 귀, 마음을 깨운다. 이 작품엔 긴박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 리포터 혹은 잔뜩 열이 오른 래퍼와 같은 모습으로 작가가 직접 출연한다. 지하 1층 벽 한 면을 다 채운 거대한 비디오 속에서 작가는 암스테르담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 앞에 서 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쉬지 않고 그가 읊어대는 건 쿠란의 동굴의 장(카흐프의 장). 한 무리의 신실한 청년들이 신앙적 박해를 피해 동굴로 도망쳤고, 신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309년 동안 잠들게 했다는 이야기. 유럽의 슈퍼마켓과 쿠란이라는 이질적 요소는 작가의 불안한 음성과 표정을 만나 극대화된다. 세계화가 각 지역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부조화를 일으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 작품으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이 낯선 풍광에 빠져드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3-11 09:24
예술위, 2026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공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2026년 개최되는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총괄할 예술감독을 이달 24일까지 공모한다. 지원 신청을 원하는 이는 전시계획서와 포트폴리오를 첨부해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예술위는 4월 중 1차 서류심사를 진행한 후, 전시계획안 프레젠테이션과 인터뷰로 구성된 2차 심사를 통해 예술감독을 뽑겠다고 밝혔다. 선정된 예술감독은 5월 중 발표될 예정으로, 접수 인원과 심사 기간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베니스비엔날레는 세계 최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짝수년에는 미술전, 홀수년에는 건축전이 번갈아 열린다. 베니스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선출 회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는 자이츠미술관의 총괄 디렉터 코요 쿠오(Koyo Kouoh)를 제61회 국제미술전 총감독으로 선정했다. 전시 일정 및 주제는 아직 미정으로, 이탈리아 베니스시 카스텔로 공원 및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10 17:13
美서 화제된 조선 책가도, 한국 경매에도..추정가 8억 케이옥션은 오는 19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3월 경매를 개최한다고 7일 맑혔다. 한국 근현대 미술품과 한국화 및 고미술 등 총 142점, 약109억 원어치가 출품된다. 특히, 이번 경매에는 희귀하면서도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조선 시대 8폭 병풍 책가도가 나올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작품 중 가장 칸 수가 많은 73칸에 230개의 사물이 진열돼 있어 조형적·장식적으로 풍부하고 탁월하다. 추정가는 3~8억 원. 최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책가도가 약 9억 3000만 원에 거래되며(낙찰 수수료 포함)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만큼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된다.근현대 부문에는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근현대 거장들과 동시대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선보인다. 유영국, 천경자, 김창열 등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수작과 우국원, 조지 콘도, 요시토모 나라, 아야코 록카쿠와 같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새 주인을 찾는다. 또한, 최근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트렌드에 발 맞추어 웬델 캐슬(Wendell Castle), 움베르투 캄파나, 페르난두 캄파나 (Humberto Campana, Fernando Campana) 등 실용성과 조형미를 갖춘 디자인 가구들도 출품된다. 경매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오는 8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19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07 17:03
한정판 루이비통 경매 시작가 0원? 서울옥션 3월 경매 서울옥션은 오는 28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현대미술 작품을 경매하는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Contemporary Art Sale)’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3월 기획 경매의 출품작은 총 113랏(Lot·경매 물건 단위)으로, 낮은 추정가 총액 약 105억 원에 달한다. 또, 서울옥션은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 홍콩에서 진행하는 미술품 장터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24일까지는 서울옥션 본사에서, 이후는 홍콩 그랜드하얏트 호텔 살롱에서 프리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경매는 이우환, 김환기, 유영국, 박서보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이우환의 200호 크기 ‘다이알로그(Dialogue)’가 출품돼 눈길을 끈다. 넓은 화폭에 서로 다른 방향과 흐름으로 찍힌 두 개의 붓터치가 긴장감을 자아내는 대작이다. 단순한 구성 안에서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러시아 모스크바 게리 타틴시안(Gary Tatintsian) 갤러리에서 작가의 개인전으로 공개된 이력이 있다. 종이의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 위에 작가가 추구한 자연의 울림과 리듬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김환기의 푸른색 점화도 새 주인을 찾는다.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을 주는 파란색이 점과 선을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며 생동감과 입체감이 느껴진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붉은색 묘법 대작, 뚜렷한 윤곽선 없이 직선과 곡선, 삼각형과 같은 조형요소들로 산의 모습을 그려낸 유영국의 ‘Mountain(산)’도 눈여겨볼 작품이다.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도 다양하다. 내면의 감정과 상상을 표현하는 ‘허구적 풍경화’로 현대미술계에 두각을 드러낸 미국화가 샤라 휴즈가 소설 ‘오즈의 마법사’ 속 노란 벽돌길을 그려낸 ‘Yellow Brick Road(노란 벽돌 길)’가 나올 예정. 또,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그리는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잘 알려진 가나 출신 화가 아모아코 보아포의 ‘Smug Face(스머그 페이스)’, 작가를 상징하는 점과 그물로 나비를 그려낸 구사마 야요이의 ‘Butterfly(버터플라이)’, 캔버스를 가득 채운 큰 눈의 소녀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럭셔리 섹션에서는 다카시 무라카미 세계관의 핵심 요소인 ‘슈퍼플랫 판다’ 캐릭터와 루이비통의 시그니처인 모노그램 캔버스로 구성된 ‘OnTheGo BB(온더고 비비)’가 눈에 띈다. 루이비통이 다카시 무라카미와의 첫 협업 20주년을 기념해 올해 출품한 한정판 라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품절 및 대기 현상이 발생했던 화제의 상품인데, 이번 경매에서 시작가 0원의 스페셜 랏으로 선보인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07 11:00
찢고, 엮고, 꼬아버린 캔버스… 평면-입체 넘나드는 세계 비추다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그것을 다시 바느질한다. 박음질 사이 ‘뚫린 공간’으로 캔버스 ‘너머’가 보인다. 이것은 회화일까. 이번엔 그 띠를 다른 캔버스들에서 잘라 온 띠와 엮고 꼬았다. 해체된 여러 회화가 중첩되고 교차하며 다시 태어난다. 평면에서 입체적인 ‘무엇’으로. 전자는 ‘꾸띠아주(박음 회화)’, 후자는 ‘누아주(엮음 회화)’로, 회화의 세계를 유연하게 확장했다고 평가받는 신성희(1948∼2009)를 관통하는 개념과 작업 방식이다. 2차원 회화를 ‘사건’이 발생하는 3차원 공간으로 구현했던 신 작가를독창적인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의 ‘꾸띠아주, 누아주’는 신 작가 작품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누아주’와 ‘꾸띠아주’ 시리즈를 비롯해 작가의 40여 년 예술 여정을 회고할 수 있는 주요 작품 32점을 소개한다.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공심(空心)’ 3부작을 비롯해 1990년대부터 작고한 2009년까지, 작가의 작업 절정기에 탄생한 주요 작품들이 대거 공개돼 주목된다. 갤러리 1층 중앙 벽의 ‘공간별곡’(2009)은 ‘누아주’ 시리즈 중 가장 규모가 큰 작업이다. 서너 점의 평면 추상 회화가 해체됐다가 다시 엮어져 완성된 대작으로, 중첩된 겹들은 작가가 천착해 온 다차원적 시간성과 공간성을 잘 드러낸다. 신 작가의 모든 작업이 ‘회화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라면, 이 작품은 아마도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허상의 그림이 아닌 공간의 영역을 소유한 실상으로서 회화의 옷을 입고 빛 앞에 서자”(‘평면의 문:캔버스의 증언’(2005) 작가 노트 중에서)고 했던 작가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신이 직접 찢는 파괴의 고통을 품고, 가까스로 그 ‘빛’ 앞에 다가섰을 것이다. ‘누아주’ 시리즈는 전시장 2층에서 더욱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평면의 진동’ ‘공간을 향하여’ ‘결합’ 등 시리즈의 변주를 한 공간에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지하 전시장에선 ‘꾸띠아주’ 시리즈의 대표작 ‘연속성의 마무리’ 3점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1980년 파리로 떠난 작가는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스테인드글라스로 쏟아지는 빛에 매료됐다고 한다. 이에 영감을 얻은 작가는 색채 조각들이 입체적인 구조 공간이 되는 ‘콜라주’ 회화를 탐구하게 됐고, 1990년대 이르러 그 ‘빛’을 ‘꾸띠아주’ 시리즈로 가져온다. ‘연속성의 마무리’는 태양 빛을 닮은 두 개의 추상 회화를 5㎝ 간격으로 정밀하게 재단하고, 재봉틀로 박음질했다. 마주한 곳에는 작가에게 초창기 유명세를 안긴 ‘공심’ 3부작(1971)이 걸려있다. 미술사가 강태희(1947∼2023)가 이를 보고 “창은 그에게 익숙한 하나의 공간이자 끝 간데없이 확장되는 창공 같은 대상”이라 했는데, ‘꾸띠아주’의 비전이 이미 ‘공심’에서 싹을 틔웠던 것이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제자이기도 했던 신 작가는 위로는 단색화 화가들, 아래로는 80년대 민중미술 작가들 사이에 ‘낀’ 작가라고도 볼 수 있다. 1980년대 파리로 활동지를 옮기면서 30여 년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갔지만, 그로 인해 국내에선 비교적 덜 조명된 측면도 있다. 전시는 미완으로 남은 프랑스 개선문 삼색 띠 프로젝트에 관한 영상도 상영하며, 2009년 작고하기 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신 작가의 예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됐다. 16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3-07 09:19
서예 대가 故권오실 유족, 예술의전당에 작품 기증 한국 대표 여성 서예가이자 한글 궁체의 대가인 늘샘 권오실(1936∼2022) 작가의 작품 수십 점이 6일 예술의전당에 기증됐다.이번에 기증되는 작품은 총 47점으로, 권 작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기증이 결정됐다. 1978년부터 2004년까지 작업한 작품들은 권 작가의 한글 궁체 변천 과정과 완숙미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1996년 작 ‘한글 궁체의 예술성’, ‘면앙정가’는 작가 특유의 정갈하고 개성 있는 궁체를 엿볼 수 있는 대작으로 손꼽힌다.권 작가는 평생 한글 궁체 분야에 헌신해 온 서예가로, 1980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서예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고등학생 시절 서예가 갈물 이철경(1914∼1989)을 사사했으며, 갈물한글서회의 제2·3대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에게 서예를 지도한 일화도 유명하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은 "한글 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올해, 한국 서예의 중흥기를 이끈 대표적인 여성 서예가인 권오실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게 되어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뜻깊은 결정을 해주신 유족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07 08:54
복합문화공간 ‘알파 콜렉티브’ 개관…16일까지 전시 서울 강남구에서 지난달 21일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알파 콜렉티브’(Ahlfah! Collective)에서 개관전 ‘손을 찾는 손: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7인이 참여해 공예부터 회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김혜정, 데코레이티브 노이(맨디 리, 조수연), 박카로, 심현석, 이상협, 이현승, 허지예 등이다.‘알파 콜렉티브’는 예술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을 목표로 개관했다. 이에 전시장에는 작가가 제작한 공예품을 활용한 식음료 공간을 비롯해 작가들이 직접 진행하는 클래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공간 명 ‘알파 콜렉티브’도 개관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손을 찾는 손’(A Hand Looking for a Hand)에서 따왔다.전시 관계자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서로 연결되고,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이 관람객의 손과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뜻에서 출발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알파 콜렉티브’의 1층 카페와 쇼룸에서는 작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2층과 4층까지 총 3개 층이 모두 개관전으로 꾸려졌다.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5-03-05 15:40
“획에 담은 시대정신”… 김양동 서예전·세미나 서예가이자 전각가인 근원(近園) 김양동(사진) 계명대 석좌교수의 개인전 ‘획의 노래’가 오는 9일까지 자하미술관에서 열린다. 8일엔 전시와 연계한 세미나도 진행한다. 근원은 전각, 글씨, 그림을 하나의 화면에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각(刻)·서(書)·화(畵)’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서예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대가이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획 하나가 문장이 되고, 그림이 되며, 결국 시대의 정신을 담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신석기 시대 토기 문양 ‘빗살무늬’를 ‘빛살무늬’로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한국 미술의 원형으로 본다. 따라서 빛살을 전통 서예 획의 시작이라고 여긴다. 그의 획은 단순한 선을 넘어 문자와 형상, 빛과 조형을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옹기 흙으로 도판을 만들고, 문자를 새긴 뒤 구워 한지에 찍어내는 그의 제작 방식은 한국 전통 공예 기법과 서예의 경계를 허문다. 전시회에서는 대표작들을 선보이며 그의 독창적인 미학과 조형 언어를 조명한다. 세미나는 8일 오후 3시 자하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를 포함해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서예평론가), 도병훈 미술작가 등이 발표를 맡았다. 김남수 예술평론가와 김찬호 경희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서 근원의 예술세계를 조망한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 김지은 기자
- 2025-03-05 11:36
야마다 “고3때 이우환 전시 보고 충격… 처음으로 미대 갈 결심” “‘보더라인(Borderline·경계)’이지만 ‘분절’은 아니에요. 이 ‘경계’는 다른 기억과 시간, 공간이 만나 소통과 연결을 이뤄내는 상태입니다.”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만난 야마다 고헤이(28) 작가는 첫 한국 개인전 ‘보더라인’의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해외 전시만 벌써 두 번째. 갤러리 두 개 층에 신작 15점을 채워 넣은 야마다 작가는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이른바 Z세대다. 일찌감치 일본 대형 갤러리 다카이시에 발탁되며 주목받은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그려온 묵직한 색면추상의 분위기를 풍겼다. “제 작품이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요. 그 문맥 안에서 나아갈 방향을 또 고민해야겠지요.”기하학적 색면추상을 추구하는 작가는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위에서 ‘경계’를 탐구한다. 모든 것이 똑같은 크기로 보이는 스마트폰에 대한 반동인지, 작가는 실제 작품의 크기에 민감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5.5m에 달하는 갤러리의 층고를 충분히 활용한 높이 3m 대작부터 그 절반 크기, 다시 그 절반 크기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15점 모두 ‘무제’로 명명한 작가는 ‘경계’를 “상반된 둘 이상의 대상이 서로 맞닿는 물리적·관념적 공간”, 즉 ‘접경지대’로 규정했다. 그곳에서 저마다의 기하학적 형태가 “서로의 빛깔을 끌어당겨 혼합되거나, 대조적으로 밀어내며 상호 작용한다”며 경계에 내재한 소통과 매개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선보인 작품들의 색면 형태는 현대 도시의 선형적 풍경과 닮았다. 다소 경직된 듯하나, 볼수록 따스하다. 캔버스를 360도 돌려가며, 물감을 차곡히 쌓아 올려 생겨난 밀도, 그리고 깊은 색감 덕이다. 작가는 자연의 빛을 은유한 붉은색과 푸른색을 주조 색채로 사용했는데, 각각 땅과 바다의 빛깔을 반영한 것이다. 이 둘은 파편화된 문명사회에서 우리가 자주 ‘관조’하며, ‘숭고’를 느끼는 대상이다. 야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도쿄의 집과 시골 할머니 댁을 오가며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색채는 다소 무겁고 어둡다. 작가가 “자연에서 조금 빗겨나간 색”을 썼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록색은 그 강렬한 상징성을 탈피하기 위해 ‘에메랄드 그린’으로 표현하는 식. 작가는 “색은 하나의 욕망이어서, 그것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부 작품에선 환한 레몬 빛이 시선을 잡아끈다. 이 또한 야마다 작가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 그는 작업을 시작할 때 바탕색으로 레몬색을 칠하고, 그 위로 다양한 색면을 중첩하는데, 간혹 레몬색 부분을 덮지 않고 남긴다. 작가는 “고전 회화에서 두드러지는 ‘빛’을 색면추상에서 구현해 본 것”이라며 “레몬색이 구멍처럼 보여 몰입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작품에 깃든 정서가 사색적이고 원숙하다. 이것이 또래 작가들에 비해 그가 빨리 인지도를 쌓은 비결이 아닐까. 그런데 작가는 “나를 키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미술 시장 ‘거품’”이라며 웃었다. 붓을 잡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세토우치 이우환 미술관에서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며 “현대 미술을 처음 인식하고, 미대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든 것도 그때가 처음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지만, 그때부터 준비해 다음 해 일본 명문 무사시노 미대에 입학했다. 이쯤 되니, 그가 결코 ‘거품’이 아님을 감지한다. “작품을 내놓을 땐 늘 걱정이 앞서요. 그저 ‘이 작가는 아직 젊잖아’하고 열린 마음으로 넉넉하게 감상해 주시기를…. (웃음)”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3-05 09:19
색(色)으로 철학한 40년..김근중의 ‘그곳 혹은 이곳’ 20일까지 서울 명동에 위치한 금산갤러리는 이달 20일까지 김근중의 개인전 ‘Natural Being; There or Here’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해온 김 작가의 작가의 40여 년 작업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 단색화와 색채추상, 드로잉 등 6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이를 통해 존재와 정체성을 탐구해 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깊게 음미할 수 있다. 김 작가의 단색화에는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그려내는 붓놀림뿐만 아니라, 매체 자체에서도 고심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석고붕대를 캔버스에 빈틈없이 감아 돌가루나 진주 빛 안료를 균일하고 섬세하게 바른 후, 이를 갈고 닦아내 얇게 만든다.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으로, 이 행위 자체가 작가가 성찰을 하며 진행하는 수행과도 같다. 색채추상 작업들은 강렬한 붓터치와 비정형적인 색면들이 ‘미’와 ‘추’를 넘나든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밝고 화사한 색들의 사용을 거부하고 이와는 대조되는 다소 어둡고 음울한 색들을 선택해 조화롭게 사용한다. 전통적인 미의 기준을 깨부수고, 새로운 색채적 바탕을 만들어 나가는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드로잉 역시 작가에겐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을 독립적인 회화적 언어로 발전시키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드로잉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그 안에서 회화적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김 작가의 작품들은 전통적 기법과 현대적 해석을 결합, 구상과 추상, 동양적 미학과 서양적 형식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보여왔다. 이번 전시 역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감각과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3-02 07:58
전시 폐기물의 변신..미술관이 만든 친환경 생활용품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김성희)에서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전시 조성물의 재사용 등을 통해 탄소 저감을 실천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은 ESG(환경·사회·투명) 가치를 반영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상품을 기획·판매한다고 27일 밝혔다. 김하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 폐기물인 석고보드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사용한 일상용품 3종이다. 이번에 탄생한 제품은 벽걸이 훅(Wall hook), 수납 트레이(Tray), 도서 받침대(Bookend)로 국립현대미술관 심벌의 조형성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재사용 석고보드에 ‘제스모나이트’라는 친환경 레진을 혼합한 소재를 사용해 환경 부담은 덜고 아름다움은 더했다. 제스모나이트는 무독성 수성 특질에 유해 물질이 없으면서 난연, 불연 소재로 내구성이 강하다. 상품 제작에 사용된 석고보드는 건설현장, 전시장 등에서 수거했다. 벽걸이 훅(Wall hook)은 자성을 이용해 부착할 수 있고, 수납 트레이(Tray)는 사무 및 일상품을 놓거나 운반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도서 받침대 북엔드(Bookend)는 책장이나 책상 위 각종 도서를 안정감 있게 정리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가게는 2022년부터 ‘MMCA Green’제품군을 개발하여 친환경 바이오 소재, 재생 소재 등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하늘 디자이너는 팬데믹 시대에 버려진 마스크를 사용해 의자를 제작하는 작업을 비롯해 폐기처리 될 플라스틱 공병, 비닐 쇼핑백, 박스, 스크린 등을 재사용해 지속가능한 가구나 오브제를 재제작하는 프로젝트로 주목받아왔다.친환경 용품 3종은 오는 28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가게와 온라인숍 미술가게(mmcashop.co.kr)에서 만나볼 수 있다.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2-27 11:13
전시장에 자리 잡은 ‘암세포’… 리움미술관에 퍼진 기묘한 풍경 얼굴 없는 인간과 암세포가 서식하는 전시장? 26일 개막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올해 첫 전시는 다소 어둡다.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프랑스 현대 미술가 피에르 위그(63)의 개인전 ‘리미널’(Liminal).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라는 뜻으로, 제목도 쉽지 않다. 하지만 호기심 충만한 미술 애호가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위그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풍경을 탐구해 온 작가라는 걸 상기하며 입장해 보자. 전시 초입에서 전시 제목과 같은 작품 ‘리미널’과 ‘암세포 변환기’를 마주하고 나면, 어느새 위그의 우주에 성큼 발을 들여놓고 싶을 테니까. ‘리미널’은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을 하고 있다.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센서가 포착한 환경 조건과 인공 신경조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되고 전시 기간 형상은 외부 데이터를 학습하고 쌓아간다. ‘암세포 변환기’는 실제 암세포가 서식하고 지속해서 분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위그의 제작팀이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완성한 작품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변화를 기록하는 현미경 이미지 데이터는 ‘U움벨트-안리’라는 작품으로 송출된다. 또 영상 작업 ‘카마타’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인간 해골을 중심으로 기계가 신비로운 의식을 수행한다. 영상 속 이미지는 전시 공간 내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편집된다.위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생명체 등을 이용해 영상과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을 결합한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베니스의 유명 미술관인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열린 개인전은 당시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꼭 봐야 할 전시로 꼽히며 회자했다. 이번 리움미술관 전시에는 베니스 전시작 중 ‘리미널’과 ‘이디엄’, ‘카마타’를 비롯해 빛과 안개 등으로 구성된 ‘오프스프링’,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폐허가 된 지역에서 찍은 영상 ‘휴먼 마스크’ 등 최근 10년간의 작품 총 12점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미술관은 3년 만에 소장품전을 연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9년 만에 공개돼 주목된다. 또한, 최근 새로 수집한 작품과 함께 처음 수장고 밖을 나오는 27점을 포함해 35명 작가 44점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 관람객을 반긴다. ‘칼레의 시민’은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영국에 점령당한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시민 영웅 6인을 기리기 위해 제작됐는데, 리움 소장품은 단 12점만 제작된 오리지널 에디션 중 마지막 작품이다. ‘칼레의 시민’ 옆에는 마크 로스코와 장욱진의 작품이 나란히 배치됐다. 그 조화로움이 주는 감흥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 밖에 미국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과 칼 안드레, 팝아트 작가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의 작품 27점은 처음 공개된다. 또 독일 개념미술 작가 한네 다보벤, 미국 추상 조각가 루이즈 네벨슨 등 최근 수집한 작품도 선보인다. 피에르 위그 전은 7월 6일까지, 소장품전은 내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두 전시 모두 유료(각 1만6000원·1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5-02-26 09:01
“예술가 역할 재정의” 김아영 작가, LG구겐하임어워드 수상 LG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과 함께 혁신적인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미디어아트 작가 김아영(46)을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아영 작가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미디어 아트 작업을 해 온 작가로, 대표 작품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에서 출발한 영상 작업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가 있다. 이는 미래도시를 달리는 여성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AI 기술로 담아낸 것이다. 심사단은 "전통 기법과 혁신 기술을 융합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로 사회적 이슈를 탐구한다"며 "예술과 기술 사이 새로운 대화를 촉진한 연결자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재정의했다"고 김 작가를 평가했다.올해로 3회차인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한국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가 수여된다. 올해 심사단에는 모하메드 알무시블리 스위스 쿤스트할레 바젤 디렉터 및 수석 큐레이터, 정도련 홍콩 엠플러스 미술관 아트디렉터 및 수석큐레이터, 자비네 힘멜스바흐 스위스 전자예술박물관(HEK) 디렉터, 노암 시걸 구겐하임 뉴욕 아트 & 테크 큐레이터, 설치작가이자 건축가·영화제작자인 알프레도 자가 참여했다.김 작가는 "예술가가 기술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기술에 잠재된 가능성을 탐구하고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작품활동에서도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을 활용해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는 5월 8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수상 축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김 작가는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제정한 ‘ACC 미래상’의 첫 수상자가 돼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선보였다. 현재 지난 13일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개막한 ‘머신 러브’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달 28일부터 독일 베를린 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에서 개인전을 연다. 또, 11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PS1에서도 전시를 개최한다. 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5-02-25 15:50

기사 더보기

AD

가장 많이 읽은 기사

AD

핫클릭!

AD

실시간 최신 뉴스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