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기자의 무대 돋보기>獨 ‘케첩 스파게티’ 한국적 해석, 형제의 좌충우돌 떡볶이 만들기

김민기씨가 이끄는 극단 학전은 올해도 생활형 리얼리즘 가족뮤지컬을 연중 레퍼토리로 끌고 갈 예정입니다. 올해 그 첫 번째 작품이 ‘고추장 떡볶이’(3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02-763-8233)입니다. 지난해 가족뮤지컬 시리즈를 연 이 작품은 제17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우수작품상·연기상,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08년 공연 베스트7’에 선정된 데 이어 2008년 연극을 결산하는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아동청소년 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고추장 떡볶이’의 원작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원작팀인 독일 그립스극장의 ‘케첩 스파게티(Spaghetti mit Ketchup)’입니다. 그립스를 이끄는 폴커 루드비히의 형 라이너 하크필드가 쓰고 비르거 하이만이 작곡했습니다. 하이만은 ‘지하철 1호선’ ‘우리는 친구다’ 등도 작곡한 루드비히의 명콤비이지요. 김씨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파게티’를 ‘떡볶이’로 바꾸는 등 한국적 해석과 번안을 더했습니다. 특히 ‘천재 뮤지션’으로 꼽히는 정재일씨가 가세, 음악감독을 맡아 편곡, 즐거운 콘서트를 보는 즐거움도 만들었습니다. 무대는 사실감 나는 부엌에 냉장고가 패스트푸드점으로 변하고, 목욕탕이 세탁소로 변하는 등 원작보다 다채롭다는 평가입니다.

주인공은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초등학교 3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 이들은 엄마가 갑자기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하고 자신들을 돌보러 오기로 한 할머니가 오지 않으면서 ‘나홀로 집에’ 신세가 됩니다. 소심한 이들 형제는 엄마가 할머니에게 주라고 한 돈으로 패스트푸드를 사먹고, 아이스크림을 외상으로 먹습니다. 튀김가루를 튀김인 줄 알고 먹다가 쏟아버리고, 콘프레이크에 상한 우유를 부어 버리는 등 배고픔을 겪다가 떡볶이를 해먹기로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떡볶이 만드는 법을 찾아 간장과 고추장을 마구 붓고 너무 빨갛게 되자 하얀 색을 넣는다며 설탕과 치약마저 넣는 등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잡탕’을 만들어 버립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부쩍 큰 형제는 애들 걱정 끝에 부랴부랴 퇴원해 온 엄마에게 궁중떡볶이를 만들어 감동시킵니다. 아이들의 여러 가지 소동이 세월은 바뀌어도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 없어 흥겨운 동심에 젖게 합니다.

가족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상업화돼 있는 상황에서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작업입니다. 특히 요즘 교육문제가 화두인 상황에서 교육적인 생활리얼리즘 뮤지컬이어서 더욱 의미를 갖습니다.

이성욱, 정문성씨가 소심한 형제 역을 온몸을 던져 재미있게 펼쳐내고 이황의(흰머리 아저씨, 의사), 황예영(엄마), 김민주(여자친구 나리, 외할머니)씨가 1인다역으로 등장, 다양한 맛을 선사합니다. 테마송 ‘난 할 수 있어 뭐든지’를 비롯해 ‘아무 짓도 하지 마’ 등의 노래는 쉬운 멜로디로 아이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실버벨’ 등 하이만이 작곡한 극중 노래 외에 김씨가 고르고 정씨가 편곡해 바닥에 깔아놓은 다채로운 음악을 듣는 재미도 맛깔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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