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신정근 “명품조연 난 동료 받쳐주는 수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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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46)에게 배우는 천직이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겠단다. 20년 넘게 배고픈 연극배우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힘, 영화·드라마를 종횡무진 누비는 ‘명품조연’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한눈 팔지 않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고집이다.

올해 영화만 6편에 출연하는, 스케쥴 빡빡한 신정근을 지난 18일 AM7 본사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다작’(多作)이 생활이 됐기에 헷갈리지 않을까였다.

“밤에 분장하면서, 옷 갈아입으면서 낮에 연기했던 캐릭터는 잊어버리고 새로 연기할 인물에 몰두합니다. 출연작품이 많다보니 촬영현장에 일찍 도착해 스태프들, 동료 연기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감을 익히죠. 개인 연습량도 많은 편이구요. 이렇다보니 헷갈리는 건 전혀 없어요.”

영화 ‘차형사’와 ‘하울링’에선 형사반장을, ‘시체가 돌아왔다’에선 국가정보원 팀장을 연기했다. 복싱과 합기도로 단련된 몸. 게다가 강렬한 인상을 지녀 ‘포스’가 느껴지는 배역을 주로 맡는다. 그러나 본성은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다. 나름의 ‘조연 철학’도 지니고 있다.

“촬영현장이나 무대에서 제 포지션은 수비수예요. 공격수를 받쳐주고 밀어주는 수비수가 나대면 안 돼죠. 수비수는 동료연기자, 주연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어머니처럼 말이죠. 이런 게 조연이 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백수’와 다름없던 연극배우 시절엔 경제력 0였던 가장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부터 신정근이란 배우를 찾는 촬영현장이 부쩍 늘었다.

“연극 시작하고 1년 4개월만에 3만 원 받았어요. 연봉 50만 원짜리 생활이 너무 길었죠. 극단 후배였던 아내가 결혼하고나선 초등학생 과외를 하면서 생계를 꾸렸나갔어요. 요즘엔 가장 노릇 잘 합니다. 집사람이 제일 좋아합니다. 남편이 하고 싶어하는 일 마음껏 하고, 수입도 훨씬 많아졌으니까요. 밤샘 촬영이 잦은데 화이팅 ♥, 사랑해 ♥ 등의 문자메시지를 아내한테서 받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니까요.”

신정근이 얼굴을 널리 알린 계기는 1년 전 TV를 통해 방송됐던 드라마 ‘여인의 향기’였다. 윗사람에겐 비굴하게 비위를 맞추고, 아랫사람은 비열하게 들볶는 캐릭터.

“제가 직장생활을 해봤어야 뭘 알죠. 넥타이조차 어색한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여주인공이자 부하직원인 연재(김선아)를 죽기살기로 괴롭히는데 초첨을 맞췄어요. 그랬더니 저를 보는 사람들마다 ‘한 대 때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거예요. 저에게는 칭찬이었죠.”

그 뒤로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인해달라거나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도 부쩍 늘었다.

“45살이 돼서야 배우로서의 인지도를 얻었으니 만학도인셈이죠. 그런데 인기 있는 배우보다는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자연인으로서, 연기자로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내는 배우가 되렵니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사진=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