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로 색칠한 ‘오늘의 세상’은?

  • 문화일보
  • 입력 2012-11-14 14:27
프린트
한지에 먹으로 그리는 수묵화는 현대미술에서도 주요한 소재와 기법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통 산수화나 인물화와는 또 다르게 한지 수묵화에 오늘 이 시대를 담아낸 두 작품전이 잇따라 펼쳐진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12월 16일까지 열리는 김범석(49)의 ‘산전수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 29일까지 열리는 장재록(34)의 ‘가속의 상징’이다. 각기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통 한국화를 전공한 두 작가들이 추구하는 오늘의 한국화는 각기 다른 작업으로 시선을 모은다.

◆ 김범석의 ‘산전수전’= 성곡미술관이 선정한 ‘2011 내일의 작가 수상전’이다. 미술관 1, 2층 벽면과 천장에 내건 작품은 200호 크기의 작품 54점을 포함해 소품까지 500여 점에 이른다. 8년 전 서울을 떠나 경기 여주군 장암리에 자리 잡은 작가는 주변 풍경을 산과 나무를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화면에는 동네 야산부터 국내외 스케치 여행에서 접했던 각종 지형, 지물들이 들어서면서 다채로운 세상을 드러낸다. 나무 사이로 다리, 개천, 지방도로, 학교부터 농원, 주유소, 폐사지, 배밭 등이 들어서고 흑백 위주로 마을의 사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지에 숯드로잉으로 출발한 화면에 먹 외에 조개껍데기 가루인 호분과 구아슈 등이 부분적으로 더해진다. 작가가 벽에 세워 놓고 그린 한지 위로 호분 자국이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야트막한 산과 꿋꿋한 나무가 꿈틀거리듯 역동적인 풍경을 이뤄 낸다. 2층 전시작이 화면 가득 산 위주의 이미지라면, 1층 소품들은 배경이 생략된 담백한 나무 모티브 같은 이미지다.

◆ 장재록의 ‘가속의 상징’= 종이에 덧붙인 면천에 묘사된 대상은 외제 자동차다. 전통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현대산업사회를 대표하는 남성의 로망으로 자동차가 그림 속으로 들어섰다. 페라리, 아우디의 최신 모델부터 유연한 곡선의 클래식 벤츠까지 화면 속 자동차는 흑백이지만 극사실적 표현을 통해 수묵화라기보다 사진처럼 이미지가 정교하다. 먹물의 농담에 따라 거의 흰색부터 짙은 검정까지 6∼7단계별로 색을 반복해 올린 작업을 거쳐 무채색 특유의 색감이 드러난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회화뿐 아니라 대형 설치와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그림으론 자동차 신작뿐 아니라 철골 구조의 교각, 화려한 해외 도시의 풍경을 주목한 신작을 발표한다. 이 밖에 ‘하트(Heart)’란 글이 써있는 거대한 시멘트 큐브 속 자동차 엔진을 찾아내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 및 콘크리트 설치작품도 발표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