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관계 ‘출구전략’ 서두르나

  • 문화일보
  • 입력 2015-05-07 14:24
프린트
일각 “北에 휘둘릴 우려”

정부가 경색된 남북관계 출구전략을 모색하면서 심각한 조급증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에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종욱 부위원장이 “지금까지 충분한 제재가 가해진 만큼 더 이상의 대북 제재는 필요 없다”고 밝힌 발언까지 나왔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탐색적 대화’라는 타이틀 아래 북한과의 대화 개시를 위한 전제조건이 아예 사라졌다. 통일부는 대북 비료 지원 허용 등을 통해 사실상 5·24 대북제재 해제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24 제재의 원인이 됐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북 사과 요구는 사라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조치는 이런 분위기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북한 온실조성사업 관련 비료 15t 반출 허용(4월 27일)→남북 사회·문화교류·인도지원 허용 확대(1일)→6·15 남북공동선언 15주년 공동행사 준비를 위한 남북 접촉 승인(4일) 등으로 이어지는 유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대해 사과를 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정부가 먼저 제재를 풀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 중인 지난 5일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에는 별도 조건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방미 당시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에는 적절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황 본부장이 채 1년이 되지 않아 ‘조건 없음’으로 급격히 후퇴한 것이다. 정부가 조급하게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가 이곳저곳에서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정부가 주장해온 원칙이 실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원칙 없이 조급하게 나서면 북한에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정부의 각종 제안에 대해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보영·유현진 기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