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연극 ‘맨 끝줄 소년’… 어디까지 상상이고 어디부터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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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한 것.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고 결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학 교사 헤르만(박윤희)이 제자 클라우디오(전박찬)에게 늘 강조하는 건 바로 그거다. 물론 이런 말을 수업시간에 하는 건 아니다. 헤르만은 글쓰기에 재능을 가진 클라우디오에게 ‘비밀과외’를 한다. 한때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클라우디오가 자신을 대신해 안톤 체호프, 세르반테스, 카프카, 혹은 빅토르 위고와 같은 대문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작가가 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누구를 위해 쓰는가’야” “독자에게 쉴 틈을 줘서는 안 돼”….

마치 문학 수업을 듣는듯 하다. 연극 ‘맨 끝줄 소년’(연출 김동현·사진)은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자신이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시절의 일화에 상상력을 더해서 쓴 희곡이다.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상상일까. 답은 없다. 마요르가 역시 “실제와 상상 속의 삶을 혼동하는 위험, 상상하는 행위 그 자체를 무대에 올렸다”고 했다.

헤르만은 매일 다른 ‘위대한’ 작가들의 책을 건네고, 클라우디오는 같은 반 친구 라파(유승락)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그의 집에 들어간다. 다른 이의 글을 흡수하고, 친구의 가족을 관찰하고, 그리고 쓴다. 헤르만이 갈등이 필요하다고 하자, 클라우디오는 조금 더 깊게 라파의 집을 파고든다. 그렇게 클라우디오가 써오는 글을 자신의 아내인 후아나(염혜란)와 함께 읽으며 점점 빠져들던 헤르만은 위험을 감지한다. 클라우디오의 글 속에 등장하는 갈등이 단순히 관찰에 의한 것인지, 상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클라우디오가 실제로 관여해 발생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행한 가족사를 지닌 클라우디오는 라파의 어머니인 에스테르(김현영)를 좋아하게 된다. 에스테르는 어딘지 우울해 보이는 클라우디오가 라파와 어울리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어느 날 “비조차도 저렇게 맨발로 춤추지 않는다”는 시구를 적어 건넨 클라우디오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드디어 여러 관찰자(헤르만과 그의 아내, 그리고 관객까지)가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 벌어진다. 두 사람의 키스 장면. 헤르만 부부의 분노와 절망 속에서 관객들은 의심하기 시작한다. 어디가 실제이고, 어디가 꿈일까. “이제 그만 쓰라”는 헤르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디오는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불온한 상상이란 의지와 상관없이 확장되니까.

연극은 2013년 ‘인 더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해 호평받았다. 결말은 헤르만이 강조한 것처럼 “예상치 못했으나, 그럴 법하다”. 극장 맨 끝줄에 앉아 보면,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클라우디오가 선호하는 맨 끝줄은 가장 좋은 자리다. 아무도 거기를 못 보는데, 거기서는 모두를 볼 수 있으니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2월 3일까지. 02-580-1300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