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제3자 수입 고가브랜드’ 소비자 불만 급증

  • 문화일보
  • 입력 2016-01-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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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4兆 시장… AS·환불은 ‘나몰라라’

독점 업체보다 30~60%가량 저렴
정부 “8조 규모 확대… 경쟁 촉진”

병행수입업 대부분 5인미만 사업자
“영세 규모라 소비자 요구 대응 못해”

독점수입업체, 추가 비용 받더라도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 함께 나눠야


서울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A 씨(여·35)는 지난해 9월 인터넷을 통해 평소 구매하고 싶었던 해외 명품 브랜드 패딩을 130만 원에 구매했다. 국내 백화점에서 구매했을 때보다 30% 저렴한 가격이었다. 업체는 병행수입 제품이라 싼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품이 아닐 경우 ‘구입 가격의 200% 환불’까지 약속했다. A 씨는 패딩 구매 후 주변 지인들로부터 싼 가격에 잘 샀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3개월 뒤 벌어졌다. A 씨는 최근 패딩 지퍼가 고장 나자 병행수입업체에 수리를 의뢰했다. 하지만 업체는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행수입 상품은 수리해 줄 의무도 없고 환불은 더더욱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A 씨는 몇 차례 더 항의 끝에 수리를 포기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등 판매채널 다양화로 해마다 국내로 들어오는 병행수입 상품이 꾸준히 증가하지만 상품에 대한 사후관리는 여전히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세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통관인증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병행수입 상품은 170만7591건으로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난 2012년(1만3492건)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병행수입 시장 규모가 약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소비재 수입품 가격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병행수입 규모를 8조 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병행수입은 국내 독점수입업체 외 제3자가 수입품을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통관인증제는 수입품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들어왔다는 것을 인증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통관인증은 정품인증과 다르다. 대개 병행수입 제품은 독점수입업체를 통해 들어온 상품보다 30∼60% 정도 저렴하다. 이는 병행수입업체가 상품 가격이 저렴한 국가에서 대량으로 상품을 구입해 환차익 등을 노리고 물건을 팔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5년 독점수입업체가 해외에서 상품을 들여오면서 가격을 뻥튀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행수입을 허용했다. 당시 업계에선 이를 ‘리바이스 보급 조치’로 불렀다. 청바지 리바이스가 독점 수입되면서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일자 병행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이 허용됐을 때 독점수입업체를 통해 들어온 리바이스 청바지 가격이 10만 원대이지만 병행수입 상품은 3만∼4만 원에 불과했다”며 “병행수입 허용으로 리바이스 청바지가 국내에서 유행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병행수입 허용이 각 제품의 가격 하락에는 한몫했지만 대부분 업체가 영세한 규모여서 소비자에게 애프터서비스(AS)나 환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 병행수입업체 관계자는 “대형 독점수입업체와 달리 병행수입업체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자”라며 “최근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익도 줄어 AS나 환불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독점수입업체는 병행수입 제품은 자신들이 들여온 상품이 아니라며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독점수입업체는 병행수입업체에 대해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는 격’이라며 불만을 표시한다.

독점수입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브랜드 이미지나 상품을 알리기 위해 막대한 광고비와 홍보비를 쏟아붓는다”며 “하지만 병행수입업체는 일체 이런 투자 없이 상품만 판매해 우리가 가져가야 할 이득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병행수입으로 들어온 가짜제품이나 구매 이후 발생하는 AS, 환불 문제로 우리가 떠안는 이미지 타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병행수입 제품으로 소비자가 겪는 AS나 환불 문제는 독점수입업체와 병행수입업체 간 갈등에서 시작한다. 제조사가 같더라도 누가 들여왔느냐에 따라 AS나 환불에 차별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동사와 삼성사 등 유명 AS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도록 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독점수입업체가 추가 비용을 받더라도 병행수입 제품에 대해서도 상품 사후관리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지난해 4월부터 병행수입도 AS를 받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누가 들여왔든 정품으로 확인되면 사후관리 책임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맹 정책국장은 “법적으로 독점수입업체 보고 병행수입 제품까지 AS를 책임지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독점수입업체가 병행수입업체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만큼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이어 “병행수입업체는 진입 장벽이 따로 없어 독점수입업체와 달리 경쟁에 민감하고 영세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병행수입 시장 확대로 수입품 가격 경쟁 유도와 내수 활성화 등을 달성하려면 ‘내가 판 것만 책임진다’는 독점수입업체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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