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꿈의 ‘창작공간’

  • 문화일보
  • 입력 2018-07-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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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금천구 시흥2동의 ‘무한상상 스페이스’에서 주민들이 원목 목공예를 배우고 있다. 여성들도 많아 나무를 다루는 일이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금천 ‘무한상상 스페이스’

3D프린터 등 디지털기기 구비
첨단기술 요구하는 작업 가능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지원도

아날로그 목재·봉제공방 갖춰
인형·자녀 책상 만들며 ‘실험’
재료外 공간·장비 사용 무료

스스로 필요한 물건 제작하는
‘메이커 운동’의 대표적 사례


요즘 4차 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4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3D 프린팅, 가상현실, 드론, 로봇 같은 4차 산업과 연관된 산업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드론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것도 있지만 3D 프린터처럼 아직 일반인이 장비를 갖추고 사용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것들도 있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문제지만 장비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3D 프린터 같은 첨단의 기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 금천구 시흥2동에 있는 ‘무한상상 스페이스’는 3D 프린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도구를 갖추고 주민들의 창의적 만들기를 도와주는 곳이다. 2015년 12월, 옛 시흥2동 주민 센터가 인근의 새 건물로 이전하고 난 건물에 자리를 틀었다. 무한상상 스페이스는 이곳 말고도 전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2015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창의성과 상상력 아이디어를 발굴해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으로 현재 전국에 21개소가 운영 중이다.

‘무한상상 스페이스’가 첨단의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금천 ‘무한상상 스페이스’에는 재봉틀과 바느질로 옷이나 장식품을 만들 수 있는 봉제공방과 커다란 목재를 단숨에 자를 수 있는 레이저커터기와 회전 톱을 갖춘 목제공방이 있다. 나무를 다루는 일이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이곳의 목재공방을 가득 채운 여성들로 인해 사라지고 만다. 아이들을 위한 책상에서 집 안을 장식하는 소품까지 자르고 붙이고 갈아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보안경을 쓰고 작업하는 모습에 진지함이 담겨있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봉제공방이다. 봉제공방의 이용자들은 관내 청소년들이 공연하는 레미제라블 의상의 일부를 맡아 제작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곳에서 다양한 봉제 및 패션프로그램을 이수한 주민들이 창업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시제품 제작실에서는 3D 프린터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작은 꽃병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3D 프린터로 집도 지을 수 있다 하니 그 능력이 대단하다. 이 공간에서는 로봇의 기본원리가 되는 아두이노(Arduino)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두이노를 통해서 로봇뿐만 아니라 음악 및 사운드장치, 스마트 홈, 동작감지기, 장난감 등을 만들 수 있다. 금천 ‘무한상상 스페이스’에서는 올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 과학경제 캠프인 ‘이런 캠프 처음이지’와 ‘청소년 로봇동아리’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에게는 4차 산업과 로봇제작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학생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가까운 거리에 창작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주부들의 방문도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천 ‘무한상상 스페이스’의 또 다른 매력은 일부 재료비를 제외한 공간과 장비의 사용료가 무료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을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 라고 한다. 메이커스페이스는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CNC 머신 등 디지털 제작 장비를 갖춘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제작실험실 ‘팹랩(FabLab)’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에서 메이커스페이스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크숍(TechShop)’으로 발전했고 일본과 대만에서는 작업장과 카페를 결합한 ‘팹카페(FabCafe)’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2013년 ‘팹랩 서울’이 최초의 메이커스페이스로 소개되었다. ‘무한상상 스페이스’는 카페의 형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메이커스페이스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메이커스페이스 대중화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팹카페의 준비소식이 들린다.

예전에는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의 형태였는데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드는 메이커운동이 소비의 형태에도 영향을 주었다. 메이커운동이 확산될 수 있는 배경에는 제작 장비의 대중화에 있다. 가격은 낮아졌고 다루기가 편해졌다. 또한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나 만들 수 없었던 시절이 지나고 누구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면 판매도 가능해진 것이다.

4차 산업은 이미 시작된 미래의 산업이고 사람들의 창의력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창의력은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키워지지 않는다. 여름방학을 맞아 동네 가까이 있는 ‘무한상상 스페이스’를 찾아 무한한 창의력을 키우는 것도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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