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1심 무죄율 일반재판의 5배 넘어

- 文정부 1심선고 95건 분석

15.8% 무죄… 일반은 3.1%
재판기간도 평균의 2배 육박
“무리한 정치보복 수사” 비판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적폐청산’으로 촉발된 수사에 따른 재판의 1심 무죄 판결률이 일반 형사사건의 5배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문화일보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법원에 의해 진행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의 재판 106건 경과를 전수 조사한 결과, 1심 판결이 나온 95건의 무죄 판결률은 15.8%를 기록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1심 형사사건 무죄율(재판 인원 대비 무죄판결 인원)은 3.1%다. 재판 기간도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길었다. 1심 선고가 내려진 사건의 평균 재판 기간은 265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상반기 1심 형사재판의 평균 기간이 156일인 것에 비춰 볼 때도 100일 이상 길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횟수와 시각 등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허위작성공문서 행사)로 2018년 3월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503일이 지나서 1심 선고 결과(징역 1년·집행유예 2년)가 나왔다.

1심 재판이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도 부지기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따라 지난해 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1심 재판은 1년 8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경향은 3심 재판에서도 두드러졌다. 106건 중 대법원이 선고한 재판 60건의 평균 심리 기간은 323일로, 2020년 상반기 대법원 평균 형사재판 심리 기간인 87일의 4배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 106건 중 45건의 사건은 최종판결이 안 났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대적으로 진행된 적폐수사가 무리한 수사·재판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무죄율이 높고 장기화되는 것은 그만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고, 법원은 무리하게 재판을 끌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