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의 도쿄·베이징 올림픽 딜레마

  • 문화일보
  • 입력 2021-07-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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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日의 ‘삼단콤보’ 외교결례에
文,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
더 노골적인 中의 ‘내정간섭’

내년 베이징올림픽 참석하나
친중·반일 비판 받는 文정부
‘新김대중·오부치 선언’ 절실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고, 8·15 직전이어서 임기 말임에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청와대 내부에선 독도 방문 여부를 놓고 격론이 오갔는데,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외교라인은 반대했다. 그러나 정무라인은 일본의 위안부 해법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고, 결국 정무 측 주장이 관철됐다. 이후 한·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 국면으로 빠져들었고, 다음 정상회담은 3년 6개월이나 지나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23일 도쿄(東京)올림픽 개막식 불참 결정에도 유사 논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림픽 개막 D-5가 돼서야 불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내부 격론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 ‘마스터베이션(자위)’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반일 국민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무라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무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실무적 협상은 계속하라”고 지시한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단초다.

분명 빌미는 일본이 제공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사전 합의한 약식 정상회담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무산시킨 ‘결례’에 문 대통령 방일을 기정사실화하는 ‘언론 플레이’, 소마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 ‘폄하’ 발언까지 ‘삼단 콤보’였다. 일본은 공식 초청 및 외교 당국 간 협의에도 불성실했고, 최소 1시간 회담 시간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식 면에서 예를 지키지 않았다. 후속 조치에서도 일본은 소마 총괄공사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소환이나 경질 등 구체적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해도 문 대통령의 방일 불발은 아쉽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일본 파견과 올해 3·1절 기념사 등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해왔는데, 올림픽 개막식이야말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은 성과 도출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지금처럼 꽉 막힌 상태에서는 ‘톱다운’식 회담도 필요하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6월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하며 내놓은 논리이며, 대표적 사례가 같은 해 2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이다.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은 다른 난제도 만들어냈다. 앞으로 7개월 뒤인 내년 2월에는 중국에서 베이징(北京)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문 대통령은 이 개막식에는 참석할 것인가. 내년에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유럽에서는 코로나19 기원설을 놓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외교적 보이콧’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국내의 한 대선 주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평했고, 이런 싱 대사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직무를 다했다”고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사석에서 발언한 소마 총괄공사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다.

‘친중·반일’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문 정부는 연내에 한·일 관계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익의 문제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미국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력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풀려야 미국의 문 정부 ‘중국 편향’ 우려가 어느 정도 불식되며, 문 대통령의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에도 명분이 생긴다. 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협상의 동력을 살리려는 ‘어게인 2018’ 시도 역시 첫 단추가 한·일 관계 개선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북핵 구상에 마지막 시도도 가능해진다. 국회의장 시절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문희상안’을 내놓았던 문희상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명예위원장은 최근 한중저널 인터뷰에서 “먼저 한·일 두 정상이 만나 관계 개선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명예위원장 조언처럼 지금 우리에겐 안정적 한·일 관계를 열었던 신(新)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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