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더 좋은 단일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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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尹·安 협력이 선거 막판 변수
野 단일화 넘는 명분 제시하고
여론조사 방식 소모전 피해야

권력은 나눌수록 바르고 커져
尹은 역할 분담 인색하지 말고
협력 방해하는 주변 경계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협력은 3·9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강력한 요구다. 설 연휴 이후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윤 후보가 단일화 없이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유권자 다수는 윤·안 후보가 힘을 합쳐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그 동력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안 후보가 13일 먼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치고 나왔다. 윤 후보도 조심스럽지만 호응했다. 사전 투표일까지 불과 18일이 남았다. 빠른 결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선 종반전은 윤·안 단일화와 협력이라는 구도가 지배할 상황이 됐다.

윤·안 협력 또는 단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물론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도 충분히 명분으로 삼을 만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가치를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위한 중도·보수의 통합, 위기 극복과 국가 재도약을 위한 윤·안의 국정 책임 분담 등이 국민에게는 더 큰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다. 명분이 제대로 세워지면 방법론은 훨씬 유연해진다. 안 후보가 제시한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 경선도 고집할 명분이 줄어든다.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두 당은 얼굴을 붉히며 서로를 공격해야 할 것이 뻔한데, 그래서는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안 후보의 제안은 ‘여론조사’보다 ‘단일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안 후보가 ‘더 좋은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국민 다수가 원하는 ‘더 좋은 단일화’도 받아들여야 한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도 안 후보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론조사가 아닌 단일화는 사실상 윤·안 후보 간의 협상이 될 것이다. 담판을 한다면, 대통령 후보는 윤 후보가 맡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제1 야당의 후보일 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 국정 책임 분담 차원에서든, 미래를 위한 준비 차원에서든 안 후보는 정부 내 직책을 맡는 것이 더 타당하다. 국민의힘이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공천했기 때문에 안 후보가 현재 당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제한적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안 후보가 지휘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합당이 전제돼야 한다. 안 후보의 정치 전면 등장은 2024년 총선이 적당한 시점이다.

안 후보는 총리로서 국정을 분담하는 것이 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합리적 역할이다. 특히 과학기술·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부 등 미래 산업 관련 부처, 코로나 대응 및 의료보험·연금 개혁 등이 필요한 보건복지부는 안 후보가 직접 관장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교수 출신인 안 후보가 좀 더 의욕을 보인다면 교육부도 총리가 인사와 정책을 직접 챙길 수 있다. 윤 후보가 제시했던 디지털 정부 전환도 안 후보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여당에서는 ‘권력 나눠 먹기’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 나누기는 비판이 아니라 칭송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권은 시대에 뒤떨어진 운동권·친북 세력이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에 국익을 훼손하며 이 나라의 진로를 거꾸로 되돌리려고 했던 것이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고, 방향도 제대로 잡히는 것이다.

결국 윤 후보의 권력 분점 의지 문제인데, 아낌없이 과감히 양보해도 된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합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필자는 국무총리실을 출입했다. DJ와 JP는 장관 자리를 절반(6 대 6이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7 대 5)으로 나눴지만, 필자가 느낀 청와대와 총리실의 권력 차이는 5 대 5나 6 대 4가 아니라 9 대 1 정도였다.

윤·안 단일화 시동 과정에서 두 후보 간의 소통 문제가 있었다. 서로 협력하려는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표현을 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전화 한번 하는 데도 인색했다. 안 후보는 주변 상황을 통해 윤 후보의 협력 의중을 알면서도 기습적으로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그런 식으로 상대를 대하면 안 된다. 대선 전까지, 집권한다면 국정 수행에도 매일이든 매주든 정기적으로 소통할 확고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두 사람 주변에 협력을 깨고 싶은 세력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