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의 시론>尹 ‘한국의 레이건’ 돼야 나라 살린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6-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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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경제·안보 위기와 노조의 횡포
한국 상황 40년 전 미국과 흡사
‘악의 축’에 맞서 ‘힘 통한 평화’

관제사 불법 파업엔 전원 해고
노조 떼法 없애고 정부도 개혁
단기적 고통 견디며 국민 설득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최근 국내외 정세를 보면 10년은커녕 한 달 앞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한다. 그러나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변화가 현란할수록 역사가 더 중요한 이유다. 지금 한국 상황은 뜻밖에 40년 전 미국 상황과 흡사하다. 고물가·고금리와 저성장·저고용, 기득권 노조의 무소불위, 재정 적자 수렁, 국가경쟁력 하락, 소련의 무력 도발…. 소련 대신 북한을 대입하면 판박이 수준이다.

1981년 1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때, 미국 금리는 남북전쟁 뒤 최고 수준(21.5%)이었다. 전임 정권들은 베트남 전비 조달을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냈고, 오일 쇼크가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 미·중 수교 등 공산 진영과 데탕트를 추진했지만, 소련은 역이용해 “세계 공산화”(브레즈네프)를 추구했다. KAL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탈(脫)소련 우려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는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현됐다.

레이건은 정면으로 맞섰다. 파격적 감세와 규제 제거 등 ‘공급 중시 경제’ 정책을 밀어붙였다. 항공관제사 노조(PATCO) 불법 파업 사태는 상징적이다. 미국 노동조합연맹(AFL-CIO) 소속인 PATCO는 연봉 인상과 근로 단축을 요구했고, 레이건은 48시간 내 업무 복귀를 명령했다. 90% 가까운 1만1350명이 거부하자 전원 해고하고 추후 복귀도 봉쇄했다. PATCO는 자신을 지지한 극소수 노조 중 하나였고, 배우노조 조합장도 지낸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 중 유일한 AFL-CIO 평생회원이었음에도 불법에는 단호하게 대응함으로써 노조의 떼법 행태도 뿌리 뽑았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 대응과는 달랐다.

레이건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았지만, 쉽게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개혁에 대한 반발은 즉각적이지만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 부흥과 공산 진영 붕괴는 퇴임 이후의 일이다. 그를 위대한 지도자로 이끈 요인은 첫째, 확고한 신념과 용기다. 소련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우리가 이기고 그들이 진다”며 전략방위구상(SDI)을 밀어붙였다. 소련과의 회담을 피하진 않았지만 “믿으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의지를 확인한 뒤 임기 마지막 해에야 소련을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평양 방문에 연연한 한국 대통령들과 달랐다.

둘째, 힘들어도 필요한 일을 회피하지 않았다. “정부 자체가 문제”라며 재정 긴축과 규제 혁파를 추진하자 반발이 폭발했다. 중간선거에서 대패했다. 그래도 버텼다. 국정 지지율 추락보다 ‘야당보다 앞섰나 뒤졌나’에만 관심을 두었다. 대통령 연임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 출신 주(州)만 제외하고 모든 주에서 승리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셋째, 레이건은 위대한 소통자였다. 8년 임기 내내 하원은 여소야대였다. 야당 원내대표인 팁 오닐이 “오후 6시 이후엔 친구, 6시까지는 정치”라면서 사사건건 맹렬히 반대했음에도 레이건은 “내 시계는 6시”라고 능청을 떨며 수시로 통화했고 야당 의원에 대한 개별 설득도 집요했다. 국민은 그 진정성을 인정하고 야당에 압박을 가했다.

윤석열과 레이건은 연결 고리가 없음에도 공통점이 많다. 비슷한 시대 상황이 비슷한 리더십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확고한 신봉자들이다. 레이건은 원래 민주당원이었고, 윤석열은 민주당 정권에 의해 발탁됐다. 전임 민주당 정권은 단임(지미 카터, 문재인)으로 끝났다.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해 전쟁광 비난을 받은 것도, 여소야대 상황도 같다.

윤 대통령은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밀고 나가겠다”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이지 무슨 당의 수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바른 생각이다. 그런데 가장 필요한데도 가장 부족해 보이는 것이 설득 능력이다. 출근길 약식 회견은 획기적이지만, 더 치밀한 준비와 정제된 메시지가 필요하다. 레이건과 윈스턴 처칠, 김대중 같은 소통의 달인들의 사전 준비를 보면 놀랄 정도다. ‘자유’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며, 고통과 양보를 감내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국민에게 해야 한다. 레이건처럼 쇠락해가는 나라를 구한 지도자가 될지, 국정 방향은 옳지만 실패한 대통령이 될지, 윤 대통령 의지와 설득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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