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수록 적자… 인천市, ‘정책 실패’ 책임 회피로 폐업 미뤄

■ 두더지 리포트 - 폐업신청 왜 수용안되나(下)

市,2007년 도시홍보하려 유치
운영 6년간 혈세 4700억 날려

운영비 절감 방안에 협조 않고
공항공사만 매년 100억 손실

노조 압박도 폐업 지연의 원인

열차를 타는 승객은 없고 적자는 매년 100억 원씩 발생하는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폐업’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폐업할 경우, 4700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투입된 사업에 대한 수요 예측 실패 등에 따른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인천시 등이 관련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 논리와 노조 압박으로 ‘돈 먹는 하마’가 생명을 연장한 채 부실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운행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폐업을 반복 추진해 왔다. 공사는 1년 8개월 전인 2020년 11월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효율화 운영진단용역을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폐업을 한차례 신청했지만, 인천시는 이를 반려했다.

공사는 휴업이 근본 조치가 아니라고 보고 열차 폐업 재신청 준비를 하고 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운영비를 약 30% 줄이는 궤도시설(관광열차, 케이블카 등)로 전환돼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이날 “빠른 시일 내에 폐업 재신청을 위한 환경성·교통성·연관성 검토 용역을 발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이르면 내년 1월쯤 용역을 끝내고 시에 폐업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달 시가 폐업 신청을 끝내 반려한 상황을 고려하면, 폐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시가 책임 회피를 위해 폐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시가 추진한 정책의 예측치가 대폭 엇나갔는데, 운영비 절감 방안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5월 시는 “2009년 인천세계도시엑스포와 2014년 아시안게임 주최를 앞두고 열차가 중요한 도시 홍보수단이 될 것”이라며 유치전에 적극 참여해 우선협상대상 도시로 뽑혔다. 한국기계연구원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단은 당시 “연간 2700억 원의 매출과 9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된 운영진단용역에 따르면, 현재 열차의 경제성(B/C·비용편익분석)은 0.32에 그쳐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관계자는 “행정절차 이행 계획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폐업을 반려했다”고 말했다.

노조 압박도 폐업 지연의 한 이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직원과 시민들이 폐업을 반대한다”며 수차례 성명서를 냈다. 같은 달 민주노총이 인천시장 후보들에게 질의한 결과, 유정복 현 시장을 포함해 모두 “철도시설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시는 지난달 3일 폐업 신청을 반려했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전 교수는 “경제적으로만 보면 폐업이 맞다”며 “시는 도시철도시설을 유지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운영비를 함께 부담하는 등 근본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