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위로와 예술의 울림… 후대에 남을 ‘교회 미술관’ 꿈꾼다[장재선 선임기자의 예술 순례]

  • 문화일보
  • 입력 2022-08-09 09:15
  • 업데이트 2022-12-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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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랑의교회 본당 1층 벽면에 걸려 있는 김병종 화백의 그림 ‘바람이 임의로 불매- 송화분분’을 한 신도가 살펴보고 있다. 가로 55m에 달하는 대작으로, 소나무 꽃가루가 짝을 찾아 날아가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표현한 것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 장재선 선임기자의 예술 순례 - (4) 서울 사랑의교회 ‘아트로드’

회화·미디어 아트·조각 등
복도·벽면에 300여 점 전시
“유럽 성당처럼 문화관광지로”

소나무 가루가 짝 찾아 나는
가로 55m‘송화분분’ 압도적

그리스도의 한없는 사랑 담은
세로 27m ‘은혜의 폭포’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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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명소를 꿈꾸는 교회 미술관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당연히 예술 순례를 할 가치가 있지만, 선뜻 찾게 되지 않더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 갔을 때, 유이삭 문화예술사역부 목사 등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재적 신도 10만여 명(출석 신도 6만여 명), 목회자 130여 명의 이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논란을 기억해서였다. 지난 6월부터 국내 교회의 미술 선교를 취재하며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랑의교회를 추천받았음에도 방문을 서두르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유 목사는 “강남 대형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잘 알고 있다”면서 “교회 문을 모든 분에게 개방하고 공동체의 평화와 화합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미술관 같은 예배당’ ‘예배당 같은 미술관’을 지향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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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의 아트디렉터인 안기순 권사는 “교회 복도와 벽면 등에 140여 점의 미술 작품을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주일학교 등 각종 커뮤니티 공간의 내부까지 합하면 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고 했다. 회화를 비롯해서 미디어아트, 조각, 키네틱아트(kinetic art)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있다. 신앙을 표현한 성화(聖畵)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예술적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많다. 서울대 미대 출신의 작가인 안 권사는 “후대인들도 기억할 수 있는 수작들로 뽑아 걸었다”고 했다. 유 목사는 “유럽 성당들처럼 사람들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 자원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것은 자부심이었다. 100년 후, 아니 그 이후에도 사람들에게 영적인 위로와 더불어 예술의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처치 뮤지엄(church museum)을 만들고 있다는 뿌듯함이었다.

본당 1층 복도 벽에서 김병종(가천대 석좌교수) 화백의 그림을 보는 순간부터 그들의 자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로 55m, 세로 90㎝에 달하는 대작의 규모에 우선 압도됐다. 전통 한국화 기법을 석채(石彩)로 되살린 작품 이름은 ‘바람이 임의로 불매- 송화분분(松花紛紛)’. 소나무 가루가 짝을 찾기 위해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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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김 화백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의교회에 그림을 걸게 된 사연을 들었다. 그는 “신앙 생활을 해 온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내 작품을 걸지 않는다는 소신을 지켜왔다”고 했다. 성화라는 이름 아래 미술품을 우상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서였다. 그런 그가 사랑의교회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성화가 아니어도 영성과 조형성을 잘 조화시킨 작품이면 좋겠다는 뜻을 교회 측이 공감해줬기 때문이다.

김 화백은 자신의 연작 ‘송화분분’에 성경의 내용을 입힌 대작을 만들었다. 그는 어렸을 적 고향 마을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송화가 휘날리는 오솔길을 걸어 만났던 교회당의 푸근한 정서를 되살렸다. “사랑의교회 신도들께서 본당에 예배 보러 가는 길에 제 그림을 만나게 되는데요, 천천히 걸으며 묵상하기를 바랍니다. 마음의 눈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하나님을 만날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 교회 본당 1층은 지난 2013년 신축한 건물(남측 지하 7층~지상 14층, 북측 지하 7층~지상 8층)의 지하 4층에 해당한다. 6500석의 본당은 지하 2~4층에 기둥이 없는 공법으로, 장애인 신도들이 휠체어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로마시대 지하동굴인 카타콤(catacomb)에서 신심을 지켰던 초대 교회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는 지하 5층 벽면에는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의 그림 ‘예수의 생애’가 걸려 있다. 연작 30점을 판화로 제작한 것으로, 성서의 등장인물을 한복 입은 한국인으로 표현함으로써 기독교의 토착화를 꾀한 작품이다. 안 권사는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섬세한지 그림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지하 5층에서 지상 1층을 관통하는 내부 벽에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은혜의 폭포’가 설치돼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한없이 쏟아지는 폭포로 시각화한 것으로,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를 모태로 했다. 세로 27m, 가로 5m의 대형 화면에서 다채롭게 변화하는 폭포의 모습이 17분간 이어지는데, 그 장엄한 울림 때문에 작품 앞에 한참 서 있게 된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주목받는 작가의 아우라가 작품의 다채로운 빛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지하철 서초역 개찰구에서 바로 들어설 수 있는 지하 1층엔 재미작가 안형남의 작품 ‘은혜의 비’가 있다. 움직이는 조각인 키네틱 아트로 유명한 안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영원한 사랑’은 교회 마당에 자리하고 있다. 지상 7층에 있는 장대현 작가의 부조 ‘제너시스(GENESIS·천지창조)’와 함께 영성과 예술성의 역동적 조화를 느끼게 한다. 지하 2·3층의 복도 140m에 걸쳐 있는 ‘바이블 로드(Bible Road)’도 인상적이었다. 사랑의교회 미술인선교회(사미선) 회원들이 헌정한 작품 30여 점이 걸려 있는데, 장르와 기법, 소재가 다채로워서 발길을 오래 붙잡았다. 2000년 창립한 사미선은 국내 교회 최초의 미술인선교회라고 한다.

사랑의교회는 건물 외양에서부터 곡선의 예술적 미학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의 양팔을 상징하는 남측 건물과 북쪽 건물이 광장을 품은 형상이다. “세계지도가 새겨져 있는 ‘글로벌 광장’에 누구나 와서 쉬기를 바란다”는 게 유 목사 설명이다. 서리풀페스티벌 등 지역주민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빌려주고 있다.

이 지역은 대법원, 대검찰청 등 법조타운이 유명하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있어 공연 관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여기서 세상을 새롭게 하는 크리스천 문화 벨트를 이룬다는 게 사랑의교회 꿈이다.

김병종 화백은 “새 시대의 선교는 예술, 문화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오정현 담임목사를 비롯한 목회자들의 굳센 믿음이더라”며 “한국에 이런 교회 미술관이 들어섰다는 것은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것은 이 교회의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순례 후 교회 관계자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해 대형 교회의 빛과 그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그 꿈에 세속의 때가 끼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대형 교회는 세계 개신교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크리스천 커뮤니티에서 신앙의 쇠퇴를 막으며 부흥의 기운을 유럽과 미주 지역에 ‘역수출’하고 있다. 그 이면에 성장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헌금 만능의 물질주의, 교단 간 분열과 경쟁, 교회의 사유화 등이 그것이다.

사랑의교회는 상대적으로 그런 그늘이 옅다는 평을 들어왔다. 전신인 강남은평교회 시절부터 목회자들이 절약과 검소에 모범을 보이고 신도들이 일상에서 따르려고 애쓴 덕분이다. 지역의 상위 계층만이 아니라 각계각층이 모이고, 전국 각지에서 예배를 보러 오는 교회로 자리를 잡았다. 제자훈련, 즉 한 교육자가 여러 신도와 함께 성경 공부 등을 하며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전도의 세계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대형교회로서 큰 몸집 탓에 성소 본연의 모습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늘 경각심을 지닐 필요가 있다. 과거 경험을 ‘고난 자본’으로 삼아 안팎의 유혹을 물리치고 신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크리스천 문화벨트를 잘 가꿔가길 바란다.

■ Tip - 교회 갤러리서 청년작가展

사랑의교회는 지하 5층에 사랑아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문을 닫고 있었으나 오는 13일 다시 연다. 김옥진 작가의 개인전 ‘들꽃의 노래’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28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기독미술 청년작가공모전’ 2019년 대상 수상 기념전이다. 이 교회 미술인선교회가 주관하는 공모전은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것이다. 원래는 수상 이듬해에 전시를 열지만, 감염병 사태로 늦어졌다. 김 작가의 회화는 입체감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신앙의 기쁨을 들꽃의 생명력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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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가운데 움푹 파인 새문안교회… 어머니의 품·이웃사랑 표현

코로나에도 年13회 작품 전시
광림교회도 장천갤러리 운영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건물(사진)은 웅장하면서도 미려하다. 정면에서 볼 때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형태이다. 어머니의 품을 형상화함으로써 이웃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법규상 건축물은 도로에서 12m 떨어지면 되지만 20여m나 물러섬으로써 앞마당을 널찍하게 시민에게 개방했다.

새문안은 미국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가 1887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장로교회이다. 120주년을 맞은 2007년 새 교회당 건축위원회를 구성하고 2015년 신축 기공을 한 후 3년 반 만에 지하 6층~지상 13층 규모로 완공했다.

문화 선교를 중시해 온 이 교회는 1층에 갤러리를 두고 있다. 미술선교팀이 운영을 하는데, 코로나19 기간에도 휴관 없이 연 13회 전시를 펼쳐왔다. 새문안소장전, 기독미술인전, 선교사 사진전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1+10’전(7월 9일~8월 3일)은 이화여대 서양화과 동기 10명의 단체전이었다. ‘유일한’ 하나님과 함께한다는 뜻의 제목 아래 각자의 예술적 영감을 담은 작품을 내놨다.

갤러리는 올 하반기에 두나미스 청년선교팀의 활동 관련 전시, 새문안역사관 기획전, 이호연 작가의 기독미술전, 닥종이공예로 보는 성경 속 이야기전 등을 예정하고 있다. 김문선 새문안교회 권사는 “미술인 신도들이 새 교회당 완공 전인 2016년부터 매년 정기 전시회를 열어왔다”며 “2019년부터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외부 신청 전시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권사는 “갤러리 전시의 공감 폭을 확대하기 위해 기독교 미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을 유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신사동 광림교회도 건물 내 장천갤러리를 두고 있다. 미술인선교회 회원들이 1년에 몇 차례 전시를 열고 있다. 이처럼 교회 미술관을 꾸리는 사례가 늘어나며 예술 선교의 빛이 더 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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