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받은 제게 희망을 심어주시는 선생님… “사랑합니다”

■ 고맙습니다 - 나순옥 시조 시인

낯선 곳에 이사하니 모든 것이 새로웠다. 원래 이곳에 살던 지역 사람들도 새롭게 태어난 혁신도시가 낯설었을 것이다. 인구증가로 인해 윤기 나는 혜택을 서로 누리며 살 수 있는 것도 성공적인 혁신도시의 단면이다. 내가 이사 온 충북혁신도시가 그렇다.

새로운 환경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정신건강에 이로울까 생각하며 주변 자연들과 인사 나누기를 했다. 여기저기 다니며 길도 익히고 숨 쉬는 자연들과 교감도 하고 새싹 파릇한 봄 햇살을 즐기기도 했다. 자연과는 친해질 수 있었으나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무인도도 아닌 곳에서 무인도에 있는 사람처럼 살려니 무료했다. 그러다 진천군 평생학습센터를 알게 됐고 시 창작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일주일에 두 시간의 학습 프로그램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짙게 피어나는 곳이었다. 여기서 시조시인 스승님을 뵙고 지도를 받게 됐다.

선생님과의 인연이 1년을 넘어가고 있을 때 종격동 종양이라는 병명을 받고 식도 뒤에 붙은 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입원을 했다. 그동안 살면서 불편하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는데 꼭 수술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지만, 진료를 본 의사 모두 빠른 시일 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가라고 하니 고민으로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수술일정을 잡고 예정대로 대형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하는 날 나를 염려하신 선생님의 메시지는 “현경아∼” “정현경∼∼” “현경아∼∼ㅠㅠㅠ” 이것뿐이었다. 더 이상 아무런 말없이 이름만 보낸 문자를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두려워 마라. 내가 너와 함께하리라’는 구절을 마음에 담고 다녀오겠습니다.”

수술 후의 진통은 가히 최악이었다. 종괴라고 했는데 혹 3개를 합치니 11㎝였다. 절개한 목 부위보다 끼고 있는 콧줄과 목 안의 진통이 고통이었다. 목이 아파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정신은 돌아왔다. 걱정하는 사람들과 선생님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분의 기도 덕분에 무사히 수술하고 회복 중입니다. 불편하긴 하나 견딜 만합니다. 좀 좋아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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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마워라 ㅠㅠ” 선생님은 제자의 무사함에 안도하며 답장을 보내셨다. 그래도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었는지 다음 날 또 문자가 왔다. “수술에는 항상 변수가 생겨요. 몸 잘 챙기고 무리하지 말고 자꾸 눈 붙이고 쉬어요. 답장하지 말고.” 정말 답장을 하지 않자, 다음 날 선생님은 또 궁금하셨는지 “잘 견디고 있지요?” 하신다.

그다음 날도 선생님은 “현경아∼∼”만 부르고 계셨다. 낯선 곳에 이사 와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하며 무인도에서 사는 것 같은 삶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기도가 감응을 받았는지, 진천에서 이렇게 따뜻한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나도 선생님이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으니 이제 꽃이 되어야겠다. 선생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꽃 같은 제자가 되어야겠다는 염원을 품어 본다. 하느님이 누구의 이름을 세 번 불렀듯이 살아날 기(氣)를 불어 넣어 주신, 언제나 생화로 내 마음에 살아있는 나의 선생님 나순옥 시조 시인님. 뚱딴지같이 부족한 저에게 희망을 심어주시는 선생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제자 정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