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K9자주포 앞세워 40兆 ‘잭팟’…K-방산, 4대강국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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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8-30 09:06
업데이트 2022-08-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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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로템의 K2 흑표전차. 현대로템 제공


■10문10답-무기 수출 역대 최대 실적

對UAE 4조·對이집트 2조 이어
나토 국가 폴란드에 수출 쾌거
올해 수출액 100억달러 넘길 듯

한국, 세계 점유율 2.8%로 8위
높은 가성비로 방산시장서 각광

정부 “방산, 국가전략산업 추진”
국방비 늘며 국방력·산업도 성장
유럽시장 견줄만한 경쟁력 갖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방위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언했다. ‘K-방산(arsenal)’의 목표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이다. 지난달 27일 폴란드와 약 20조 원대의 기본계약(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체결에 이어 지난 26일 역대 최대 수출액인 7조6000억 원대의 1차 본계약(K2, K9)을 체결했다. ‘K-방산’은 ‘잭팟’ ‘초대박’이란 단어가 따라붙으며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 원대의 천궁-Ⅱ 방공 미사일, 이집트와 2조 원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각각 따냈다. 선진국과 군사 강국에도 진출하고 있다. 호주(보병전투차량)와 노르웨이(전차)에선 독일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방산 수출국인 미국 시장의 문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세계 무기 시장의 추이를 분석해온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세계 방산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8%로 세계 8위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무기 수출액은 5억6600만 달러로 세계 10위, 국방과학기술은 세계 9위권이다. 과거 50년 전 해외 방산 강국으로부터 중고 무기체계를 넘겨받아 사용하고, 기술도면과 부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하던 마이너리그 수준에서 이제는 첨단 무기체계와 핵심기술을 개발하며 세계 방산 시장의 메이저리그로 등극한 것이다.

1 K-방산 수출 효자 품목

K-11 복합소총 등 K 계열 국산 무기는 한때 잦은 고장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명품 무기들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수출효자 무기로 각광 받고 있다. 2021년 K9 자주포, 천궁-Ⅱ 등의 수출로 방산 수출이 70억 달러(약 8조3000억 원)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폴란드와 초대박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K-방산은 세계적인 기술 수준의 첨단 무기체계 개발 도전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고체추진 발사체 시험발사 등에 성공하고, 최첨단 전투기인 KF-21 시제기도 첫 비행을 마쳤다. 또한 레드백 장갑차와 최신예 구축함, 잠수함 등 지상, 해상, 공중을 아우르는 다양한 첨단 무기체계들이 유럽, 동남아시아, 호주, 중동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2 폴란드 수출액 최대 40조 원

지난달 27일 폴란드 국방부와 K2 전차 980대(18조 원), K9 자주포 670문(4조 원), FA-50 경공격기 48대(3조8000억 원) 납품 등에 대한 기본계약을 맺었다. 총 사업규모 26조 원, 지원차량이나 탄약 등을 포함하면 약 40조 원의 초대형 계약이다. 방위산업 수출이 수입을 넘어선 최초이자 유례없는 성과다. 탄약 운반 장갑차를 비롯한 중장기 지원 물량까지 포함하면 최대 40조 원이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폴란드는 AS21 레드백보병전투차량과 K808 차륜형 장갑차, K239 다연장로켓, 천궁-Ⅱ 방공 미사일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가 K-방산에 손을 들어준 것은, 폴란드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최전선을 지켜야 하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구소련제인 자국 장비를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폴란드로서는 정리해야 할 악성 재고였다. 장비 이전 후에 생길 전력 공백을 메우는 게 급선무다. 급한 무기를 빨리 수입해 일선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국내서 면허 생산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줄 나라로 대한민국을 선택한 것이다. 폴란드 수출 성공은 나토 외교 성과가 더해진 덕도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9 자주포 개량형인 K9A2 시험발사 장면. 한화디펜스 제공



3 자주포 세계 점유율 1위 K9

K9 자주포는 명품 무기로 인정받고 있는 화력체계로, 지난 2001년 이후 8개 국가(튀르키예(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에 수출되며 글로벌 자주포 수출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금번 폴란드 추가 공급 계약으로 K9 자주포의 점유율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디펜스는 연내 폴란드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며, 이를 유럽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아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유도탄 등 다양한 무기체계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수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어서 특히 유럽 시장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방산 세일즈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디펜스는 이미 나토 회원국 4개국(튀르키예,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과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아울러 나토 동맹의 핵심인 영국과 미국의 자주포 사업에도 도전장을 낸 상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기동화력체계(MFP) 사업에 탄약장전이 전자동으로 이뤄지는 자동화포탑이 탑재되는 최신 K9A2 자주포를 앞세워 경쟁에 나선다.


4 진격의 K-방산 세계 순위는

세계 무기 수출시장의 2.8%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미국(39%), 러시아(19%), 프랑스(11%), 중국(4.6%) 등에 이은 세계 8위 방산 강국이다. 올 연말에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서 아시아 최대 방산수출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의 1위는 미국으로 세계 시장의 39%를 차지하며, 2위는 미국의 호적수 러시아, 3위는 영업력이 뛰어난 프랑스다. 우리나라는 10위 이스라엘(2.4%)이나 9위 스페인(2.5%)보다 높고, 7위 영국(2.9%)이나 6위 이탈리아(3.1%)에 비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5위인 독일(4.5%)이나 4위인 중국(4.6%)의 점유율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5 K-방산 주도 기업은

방산전문매체 글로벌디펜스뉴스가 매출기준으로 선정한 2022년 100대 방산기업 순위에 포함된 대한민국 기업은 3곳이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 및 한화시스템 포함)가 30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59위, LG넥스원이 62위다. 현대로템은 아직 해당 순위 내에 들지 못했지만 폴란드로 K2 전차를 대거 수출하는 본계약이 곧 체결되면 향후 주요 글로벌 방산기업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톱10 중 1위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지난해 방산 매출은 644억5800만 달러(약 86조 원), 10위인 미국 L3헤리스 테크놀로지는 149억2400만 달러(약 20조 원)였다. 다만 단기간에 20위권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 29위인 독일 라인메탈(47억8857만 달러)에서부터 23위인 미국 허니웰(51억5100만 달러)까지는 한화(47억8692만 달러)와의 지난해 매출 격차가 10% 미만에 불과하다. KAI(17억905만 달러)와 LIG넥스원(15억9078만 달러)도 현재 도전 중인 추가 해외수출건의 계약이 가사화돼 연 매출 20억 달러를 넘어서면 머지않아 50위권 이내로 진입할 수 있다.


6 K-방산 경쟁력은

K-방산의 경쟁력은 뛰어난 성능과 탁월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에 기반한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에다 미국·유럽 무기 이상의 성능이 반드시 필요하면서 가격도 충분히 낮아야 한다. K-방산의 주력수출품인 K9, K2, FA-50은 높은 가성비가 강점이다. 상시적인 생산라인까지 갖춰 원하는 시기에 신속히 공급할 능력을 갖췄다.

중립적 무기공급이란 강점도 있다. 미국과 유럽이 냉전 종식 후 전차,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 생산을 포기한 것이 우리에게는 되레 전화위복이 됐다. 북한의 위협에 항시 대비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냉전의 유물’인 재래식 무기의 대량 생산이 절실한 과제가 됐다. 또 K9의 경우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대응사격 등에서 실전 전투력이 입증돼 신뢰보증 수표가 됐다.

북한의 위협에 부단히 대응하면서 우리 방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무기를 개발하며 KF-21 같은 스텔스전투기 시제기까지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유럽 시장에서 빅딜에 성공했다. 미국의 방산업계를 추월하긴 힘들어도 최소한 유럽 방산기업들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산 FA-50 경공격기 폭탄 투하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7 K-방산 성공 요인은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K-방산의 성공 열쇠다. 내년도 국방 예산은 57조 원대로 예상된다. 2000년의 14조 원에서 무려 40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방비는 세계적으로 10위 수준이다. 덕분에 방산업체들은 안정적인 내수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K-방산의 성공은 곧바로 국방력 강화로 이어졌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가 추정한 핵무기를 제외한 세계군사력지수에서 2005년 세계 14위였던 우리나라 국방력이 지난해 세계 6위로 성큼 뛰어오른 것도 국방비 증가와 K-방산의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


8 방산 수출 역사

우리나라 최초의 방산 수출은 1975년 풍산이 47만 달러 규모의 M1 소총 탄약을 필리핀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수출이 추진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방위사업청이 창설되기 이전인 2006년까지 방산 수출은 주로 탄약, 부품 등 재래식 장비의 소모품 위주였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올해 K-방산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사청에 따르면 방산 수출액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 30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호주 정부와 체결한 1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를 비롯해 K2, FA-50, 천궁-2, 잠수함 등 K-방산 주력상품들의 폴란드·호주·UAE·이집트·필리핀·인도네시아 등에 수조∼수십조 원대 수출 계약 등 굵직한 수주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수출액이 70억 달러로 급증했다.


9 K-방산 시초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ADD)에 1971년 11월 “소총, 박격포, 탄약을 4개월 내에 국산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시작된 암호명 ‘번개사업’이 K-방산의 출발점이다. 당시 무기 생산 기초가 되는 산업 기반과 기술 축적이 전무한 때에 내린 박 전 대통령의 날벼락에 개발팀은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연구실 불을 밝힌 채 미군 소총과 박격포를 분해·조립한 끝에 1972년 4월 기본화기 사격시험에 성공했다. 1970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탄생한 ADD는 당시 ‘대전기계창’으로 불렸으며 공대생에게는 ‘꿈의 직장’이었다. ‘번개사업’으로 우리 장병들 체형에 맞춰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한국형 K2가 첫 작품으로 지금도 세계 10여 개국에 수출되는 효자 무기다.


10 방산수출 4강 진입 과제

정부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 목표를 세웠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세계 3∼4위권의 방산대국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워 현재 15조4000억 원 규모에서 30조 원까지 2배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현재 17조 원대의 방위력 개선 재원서 창출될 국내 방산 수요 외에 13조 원을 수출로 메우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무기수출액 세계 4위 이탈리아의 17억 달러(약 2조2700억 원)의 벽을 넘으면 된다. 5∼9위 수출국(중국·독일·스페인·이스라엘·영국)도 한때 세계를 제패했거나 우리보다 한발 앞선 방산기술력을 보유한 군사 강국들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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