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엄마 껌딱지’ 아들은 끝내…‘포항의 슬픔’

  • 문화일보
  • 입력 2022-09-07 11:17
  • 업데이트 2022-09-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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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엄마 구조, 중2 아들은 숨져
혼자 주차장 가는 아픈 엄마
신경쓰여 따라 나섰다 ‘참변’

엄마 구조된지 3시간 지난뒤
아들 김군은 숨진 채로 발견
같은 아파트서 7명 숨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오전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 왼쪽)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8시 15분 전모(39) 씨(〃 오른쪽 아래), 9시 41분 김모(여·52) 씨(〃 오른쪽 위)를 구조했다. 포항남부소방서·연합뉴스




포항=김보름·이예린 기자


“‘엄마 껌딱지’라 엄마 따라 주차장 갔나 봐요… 우리 조카 어떡해요.”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 현장에서 7일 0시 35분 숨진 채 발견된 김모(15) 군의 큰아버지는 “엄마는 주차장에서 살아 나왔는데, 조카가 안 나온다”고 불안해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군의 어머니 김모(여·52) 씨는 6일 오후 9시 41분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김 씨가 생존해 들것에 실려 나오자, 주차장 주변에 모여 있던 친척들은 “이모 나왔다! 이모 나왔다!”고 외치며 김 씨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김 씨와 같이 주차장에 내려갔던 아들 김 군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 씨가 12시간의 주차장 물속 사투 끝에 구조된 가운데 아들은 엄마와는 다른 길을 가는 ‘슬픔’을 맞이한 것이다. 이렇게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이들은 기도를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제발 살아 돌아와야 할 텐데…”라고 기적이 일어나길 빌었다.

끝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사춘기 소년 김 군은 친척들 사이 ‘엄마 껌딱지’라 불릴 만큼, 엄마를 유독 따르고 사랑했다고 했다. 친척과 가족에 따르면 사고 당일에도 엄마가 오전 6시 30분쯤 관리사무소의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방송을 듣고 집을 나서자, 김 군도 엄마를 따라나선 것 같다고 했다. 가족들은 김 군이 폭우 속 엄마 혼자 주차장에 가는 게 신경이 쓰여, 엄마를 보호하고자 같이 현관문을 나선 것으로 보는 듯했다. 실제 엄마 김 씨의 건강은 아주 좋은 편이 아니었다. 김 씨의 지인 김태희(여·55) 씨는 사고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혈류 전환) 스텐트를 했었고, 팔도 아팠지만 늘 밝고 헌신적이었다”고 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발생한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로 이 아파트에서만 김 군을 포함해 7명이 숨졌다. 인근 아파트에서 전날 숨진 66세 여성 1명, 일가족 대피 중 실족으로 사망한 70세 여성 1명을 더하면 포항에서만 모두 9명이 숨졌다.


“재능많던 주렁이… 냉천 가서 수영하며 놀기로 했는데”

김 군의 실종 소식이 6일 알려지자 김 군의 친구들이 현장으로 달려왔다. 김 군은 친구들에게 ‘주렁이’로 불렸다. 친구 최승규(15) 군은 “친구 녀석이 ‘나무처럼 재능이, 이로움이 많아서 주렁주렁 ‘주렁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최 군은 최근 김 군에게 “너랑 나랑 커서 군인 하자. 공부 열심히 해서 육군사관학교 가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춘기를 맞아 한참 진로 고민을 하던 김 군이 최 군에게 처음 건넨 꿈 얘기였다.

최 군은 “어제(5일) 비가 많이 오길래 냉천에 가서 헤엄치고 놀자고 얘기했었는데, 6일 아침에 연락이 안 되길래 그저 자는 줄 알았다”고 김 군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한참 봤다.

최 군이 보낸 장난 섞인 메시지에, 지하주차장에 갇힌 김 군은 답을 할 수 없었다.

김 군의 또 다른 친구 정모(15) 군은 “노래방 가서 주렁이와 싸이의 ‘챔피언’을 많이 불렀다”라며 “주렁이 집에서 잔 적도 많고 해서 너무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 군의 가족들은 병실에서 회복 중인 김 씨에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아직 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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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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