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명태전·대파 향긋 산적… 추석이 아니어도 끌리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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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9-08 08:53
업데이트 2022-09-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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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부림시장 ‘명태전집’의 명태전. 번철에다 명태 한 마리를 펴고 밀가루 풀과 고추, 방아풀 등으로 옷을 입혀 통째로 부쳐내는 요리다.


■이우석의 푸드로지 - 명절 음식

음력 8월 보름, 햇곡 덜 영글어
수확 감사보다 대풍 기원 명절
올벼로 만든 송편이 대표 음식

추수 시작하는 中九엔 전 부쳐
진주 육전·대구는 배추전 유명
차례 지낸후 반찬 비벼 먹기도


민족 최대 명절(名節) 추석이다. 명절날 먹는 음식을 절식(節食)이라 한다. 요즘 계절식(제철 음식)을 절식으로 줄여 쓰는 바람에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식은 절후(節候)에 맞춰 먹는 음식이다. 농경의례에 따라 생겨난 세시풍속이다. 절식을 먹는 건 명절과 24절후 때다. 명절은 태음력을 지키지만, 신기하게도 24절후는 태양력을 따른다. 예를 들어 추석은 음력 8월 보름, 동지는 양력 12월 22일이다.

신석기시대부터 농경을 시작한 한반도는 대대로 파종과 수확 시기를 고려해 명절로 삼았는데 이 중 가장 큰 명절이 바로 수확기에 해당하는 추석이다. 무려 7세기에 나온 수서(隋書)와 당서(唐書) 동이전 신라조에는 ‘신라인들은 8월 보름에 큰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을 모아 활쏘기를 한다’고 했다. 삼국사기 신라 유리왕조에도 가배(한가위)에 대한 기록이 있다. ‘7월 16일부터 8월 보름까지 신라 6부의 여성들이 편을 갈라 길쌈(길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베 짜기를 이른다)을 하는데 승부에서 지면 이긴 편에게 크게 대접하고 한바탕 흐드러지게 논다’는 내용이다.

추석 아침에 송편과 각종 음식을 올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간다. 예전에는 3적(구이 3가지)·3탕(국물 3가지)·3채(나물 3가지)를 기본으로 하는 정식 제례 원칙을 따랐지만, 점점 더 간소화하는 추세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 5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상을 간소화한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유교의 본산 성균관이 제시한 이번 간소화 방안에는 ‘기름에 지진 전(煎)을 꼭 부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표준안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 기본 찬은 송편을 중심으로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로 간소화했다. 좀 더 차리자면 여기다 육류, 생선, 떡 등을 놓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성균관은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추석에 무엇을 먹을까. 햇곡과 과일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추석 즈음은 가을이 일러서 오곡백과가 덜 영근 상태다. 추석은 수확에 감사하는 의미보다는 본격 수확을 앞두고 대풍을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 ‘추수 감사(thanksgiving)’의 적절한 시기는 추석이 아니라 상달(음력 10월)이 맞다.

수확이 이른 호남에선 일찍 수확한 올벼(풋벼)로 송편과 밥을 지어 차례를 지내는 올베심리가 있다. 수확이 늦은 영남에선 올베심리와 비슷한 풋바심을 하고 대신 수확을 한 중구(中九, 음력 9월 9일)에 햅쌀을 거둬 차례상에 올렸다. 영남 북부 안동 하회마을에선 아직도 중구 제사를 중시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정현의 솜씨와 정성’의 모둠찰편과 쑥인절미, 팥찰떡.


추석의 대표 절식이라면 역시 송편이다. 솥 바닥에 솔잎을 깔고 햇곡으로 반달 모양 송편을 빚어 쪄먹는다. 햇곡이라지만 덜 영근 올벼로 만든 ‘오려(올벼)송편’이었다. 소로 콩이나 깨를 넣기도 하고 앙금을 만들어 채우기도 한다. 보름달이 뜨지만 반달 모양으로 빚는다. 중국은 반대로 보름달 모양의 중추월병(中秋月餠)을 만든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9월 중구에는 비로소 추수 감사의 의미를 더한다. 이때 국화전을 부치고 국화주를 담가 마신다. 전도 부쳐 먹는다. 궁중에서 전유어(煎油魚), 전유화(煎油花), 저냐라고 불렀던 전은 지역에 따라 저냐, 지짐이, 부치개, 부치기, 부침개 등으로도 불린다. 손이 많이 가고 예전엔 밀가루와 기름이 귀했던 터라 전은 대대로 명절에나 만들어 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전은 외국에서도 인기 있는 한식요리로 영어로는 어소티드 코리안 팬케이크(Assorted Korean Pancake), 일본에선 아예 우리 동남 방언을 그대로 가져다 지지미(チジミ)로 부른다.

양반가가 집중된 서울 종로 인근에는 예전부터 전을 파는 식당들이 많았다. 제례상에나 올리던 귀한 음식인 전이 근대에 들어선 탁주 한 사발에 곁들이기 좋은 서민 안주로 여겨진 까닭이다. 옛 피맛골 부근이나 광장시장 인근에 전을 부치는 노포들이 여전히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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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식문화는 해당 지역의 산물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밀가루 반죽을 부쳐냈을 뿐인 전에도 각각 지역적 특색이 서려 있다. 남도 광주와 경남 진주는 고기를 지져내는 육전이 유명하고 대구는 배추전과 정구지(부추)전, 땡초(매운 고추)전, 전남 목포는 민어전과 홍어전으로 유명하다. 부산에선 동래파전이 가장 유명하지만 동태전과 가자미전도 많이 먹는다.

오랜만에 고깃점을 먹는 때니 적(炙)도 빼놓을 수 없다. 차례상에는 산적(散炙)을 꿰어 올렸다. 편의상 햄과 게맛살을 쓰는 요즘 산적을 연상하면 안 된다. 원래 저민 고기와 대파 등 채소, 해물, 떡 등을 꼬치에 꿰어 구워낸 음식인데 숯불 직화나 번철에 지져낸다. 구운 대파의 향긋함이 고기에 배어드니 그 조화가 아주 좋다.

차례 음식은 한 상 차림으로도 먹지만 나중에 반찬들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비빔밥의 유래로 ‘골동반(骨董飯)’을 언급한 해동죽지 등 문헌에 따르면 헛제삿밥과 비빔밥은 그 뿌리가 같다. 양반이 많이 살던 전주와 진주에서 공교롭게도 비빔밥이 발달했다. 비빔밥은 차례상에서 나온 음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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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서 꿩을 잡는 설날에 주로 먹지만 추석 즈음에도 만두를 빚는 곳이 있다. 주로 한수 이북 지방의 문화다. 경기 북부와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등에선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으레 만두를 빚었다. 만두는 빚을 때 손이 많이 가지만, 먹을 때는 정말 편하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채소류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샌드위치, 햄버거와 다를 게 없다.

개성지방의 잔치 음식인 편수는 일반적 만두인 교자(餃子)나 포자(包子)의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인도 만두 사모사와 닮았다. 옆에서 보면 피라미드 모양 사각뿔이고 위에서 보면 네모다. 두부와 숙주나물, 고기뿐 아니라 굴과 잣, 버섯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고기도 소고기에 꿩, 돼지고기 등 다양한 부위를 섞어서 쓴다. 주로 만둣국으로 먹는데 보통은 차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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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추석 차례를 위한 상차림이 아니라 절식에다 계절식으로 즐기기 좋은 맛 좋은 잔치 음식 등이 마침 선선히 내려앉은 가을 밥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밥상만 같으면 만사 좋을 일이다.

놀고먹기연구소장

■어디서 맛볼까

◇떡 = 안정현의 솜씨와 정성. 이바지 음식의 달인으로 소문난 명인이 하는 집이다. 일명 ‘강남떡집’. 찹쌀떡, 절편, 꿀떡, 시루떡, 인절미, 모둠찰편 등 다양한 떡 종류는 스무 가지가 넘는다. 절구 인절미와 나무 찜기 시루떡이 가장 인기가 많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80길 30 삼도빌딩.

◇떡 = 경기떡집. 요즘 서울 강북권에서 가장 핫한 떡집, 아니 방앗간이다.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다채로운 떡 종류를 선보인다. 시그니처 이티떡을 비롯해 단호박 고구마 찰떡 등 디저트로 딱 좋은 다양한 제품이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9길 24.

◇산적 = 까치구멍집. 안동호 월영교 인근에서 헛제삿밥을 파는 이 집은 게맛살과 햄이 아닌 고기와 채소를 꿴 정통 산적을 낸다. 여기다 탕국을 비롯해 상어, 산적, 나물 채반, 생선구이, 떡, 명태전 등을 차려내는 헛제삿밥이 일품이다. 안동 간고등어와 전통 식혜까지 곁들이면 헛제삿밥이 아닌 근사한 차례상이 된다. 경북 안동시 석주로 203.

◇만두 = 연교. 연남동 화교가 직접 빚는 만두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샤오룽바오(小籠包). 쫄깃한 피 속에 육즙 가득한 만두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맛을 낸다. 성젠바오(生煎包)도 맛이 좋다. 서울 마포구 연희로1길 65 1층.

◇잡채 = 서원반점. 짬뽕으로 유명한 군산에서 잡채밥 맛집으로 소문났다. 주문 즉시 밥과 잡채를 따로 볶아 잡채밥을 낸다. 다소 진한 양념을 한 당면 잡채가 볶음밥에 얹혔으니 금상첨화다. 잡채는 살짝 칼칼한 맛이라 볶음밥의 느끼함을 덮어준다. 전북 군산시 구시장로 63.

◇새우만두 = 티엔미미. 광둥(廣東)식 중국요리로 주목받는 정지선 셰프가 운영하는 집이다. 다양한 딤섬과 요리가 있다. 부추수정교자는 향긋한 새우 풍미를 한입 가득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요즘 홍대입구역에도 문을 열어 가기 좋아졌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19.

◇모듬전 = 나들목 빈대떡. 서울 ‘망리단길(망원동)’에서 오랫동안 전을 부쳐온 집이다. 커다란 번철을 늘 데워놓고 주문을 받으면 즉시 부쳐낸다. 모듬전에는 동태전, 고추전, 깻잎전, 부추전, 애호박전, 돈저냐 등이 한가득 들어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33.

◇육전, 민어전 = 미미원. 소고기전, 즉 육전(肉煎)이다. 테이블 옆에서 직원이 직접 일일이 달걀옷을 입혀 육전을 부쳐준다. 키조개 관자, 민어전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골라 주문할 수 있다. 한정식 못지않게 차리는 후식 뚝배기 정식도 챙겨야 한다. 광주 동구 백서로 218.

◇명태전 = 마산부림시장 명태전집. 번철에 명태 한 마리를 펴서 통째로 부쳐낸다. 밀가루 풀과 매운 고추, 방아풀(배초향), 부추 등으로 양념을 바르듯 옷을 입힌다. 껍질까지 바삭하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대로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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