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명상으로 모인 氣의 춤사위 한 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원, 기(氣, Qiosmosis) 22-3, 종이 위에 혼합재료, 54×79㎝, 2022.

이재언 미술평론가

젊은 시절 어떤 이가 내게 손바닥을 펴라 하더니 지폐 한 장을 올려놓았다. 신기하게도 지폐가 파이프처럼 동그랗게 말리는 것이었다. 기(氣)가 센 사람일수록 그 말리는 속도가 빨라진다 했다. 서글프게도 지금은 한참을 기다려도 별 반응이 없다. 종종 한의원에서 진맥(診脈)할 때마다 듣는 이야기. “기가 약하다.” 믿어야 할지, 무시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 김영원은 기(氣)의 예술가다. 기는 절대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초과학 현상이라고 강하게 설파하는 작가이다. 우리 눈에 잘 안 보인다고 해서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어디 이뿐이던가. 질 들뢰즈의 ‘몸통 없는 기관’이라는 개념도 기의 실재를 음미하고 있음이다.

기를 모으는 통로는 명상이다. 하드디스크 청소하듯, 내면세계의 잡다한 파일들을 비우고 정리하는 것이 명상이며, 작업의 단초이다. 무아(無我), 나조차도 잊는 경지에서 기가 팽배해지면, 그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붓이 춤춘다. 분방하고 호방한 필치. 작위적 그리기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이 뻥 뚫리는 후련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