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상서로운 조선의 그림 ‘곽분양행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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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수 시카고미술관 한국미술큐레이터

곽분양행락도(사진·시카고미술관 소장)는 조선 후기에 왕실뿐 아니라 사대부, 민간의 혼례에도 많이 사용된 병풍이다. 그림의 주인공 곽자의(郭子儀·697∼781)는 중국 당나라의 명장으로 안사의 난을 진압했다. 또한, 8남 7녀의 자식과 많은 손주를 보아 군주에게는 바람직한 신하로, 일반 사가에서는 덕망 있는 어버이로 추앙받았다. 그의 80세 생일잔치를 담은 이 그림에서, 많은 손주는 다산을, 쌍으로 그려진 학·사슴·원앙 등은 부부간의 금실을, 소나무와 괴석은 장수를 상징한다. 이 외에도 당대 사대부나 왕가의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 그림이 외국 수집가들을 사로잡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상당수의 곽분양행락도는 서양 수집가들의 손을 거쳐 해외 미술관에 소장됐고, 시카고미술관도 루시 칼훈의 기증으로 1940년 이 병풍을 소장하게 됐다.

그러나 병풍은 그간 수장고에서만 지냈다. 다행히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사업’을 통해 표면에 축적된 오염을 제거하고, 장황을 해제해 새 배접지를 입혔다. 덕분에 시카고미술관의 곽분양행락도는 앞으로 수백 년을 더 누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