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탈거된 이미지 뒤에 오는 소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현숙, Thanks to-소(小), 소(素), 소(笑), 100×225㎝, 혼합재료, 2019.

이재언 미술평론가

아들이 고가의 멀쩡한 운동화를 버리고 떠났다. 밑창만 좀 손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자기도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아빠가 생각 있으면 어떻게 해보라는 것일까. 접착제로 떨어진 밑창을 수선하니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다. 도랑 치고 가재도 잡은 것이다. 다행히 문수가 비슷하여, 아들 보란 듯 잘 신고 있다.

작은 재생, 뿌듯한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재생의 보람을 키워가는 사람이 있다. 김현숙은 수명을 다해 버려져야 할 것들을 되살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다. 그림의 소재로 이름도 잘 모르는 들꽃을 그리더니, 청바지 같은 헌 옷 천 조각들로 부재(不在)를 메꿔가고 있다.

이미지가 탈거(脫去)되고 남은 식물 그래픽의 잔상들이 무언가를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죽음이 곧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일까. 여기에 조합된 천 조각들 역시 어떤 상징에 복무하고 있는 것 같다. 시들어가는 잎들의 자취에 헝겊들이 안착해가고 있다. 작고, 소소한 것을 기뻐해야 할 이유가 편재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