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도 학원 내몰리는 세상… 중3까진 좋아하는 일 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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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9-30 09:12
업데이트 2022-09-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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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 빌딩 앞에서 어린이들을 포용하고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미래를 뜻하는 초록우산을 들고 있다. 김동훈 기자


■ M 인터뷰 - 아동 행복 생각하는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부모·아이 모두 학업 스트레스
경쟁 내모는 韓교육 문제 심각

서울대 학점 A+ 받는 모범생들
꿈이 뭐냐 물으니 “모른다” 답해
달달 외운 답에 좋은 점수는 비극

문화·예술 빛내는 ‘한예종’처럼
한 분야만 잘해도 좋은 대학 가면
SKY 입시용 학원체제 무너질 것

아이들 하루 시간대별로 분석해
정부 정책에 데이터로 제시 계획



“창의적인 인재가 차고도 넘치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물론 우리 사회의 목표죠. 아이들이 창의적이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아야 됩니다. 그게 행복한 거잖아요. 결국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면 창의적인 인재가 차고도 넘치는 대한민국이 되는 겁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가야 할 답은 있습니다.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못 하고 있는 거죠.” 대한민국 아동옹호 대표 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황영기 회장은 아동이 행복해지면 많은 것이 해결되기에, 대한민국 교육 역시 그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와 어린이들 모두 스트레스를 받으며 학업 경쟁에 내몰리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7월 27일 제10대 회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을 취임 후 꼭 두 달이 되던 26일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 빌딩에서 만났다. 어린이재단 빌딩 입구에는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는 글귀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우리의 미래들이 과연 행복한가요.

“아동 교육 현실을 보면 행복이 아닙니다. 부유한 부모들이 보통 자녀를 해외로 많이 보내고 있어요. 한국에 있으면 유치원에서부터 학원에 보내면서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향한 대로에 진입을 시킨다는 말이죠. 그런 모습 보기 싫다고 해외로 떠나는 겁니다. 그러지 못한 분들은 한국에서 자녀를 경쟁에 내몰고 있어요. 굉장히 어렵고도 큰 문제이지만, 이러한 아동 교육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저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중학교 3학년까지는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기초학력만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재능을 발견하도록 중학교까지는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본격적인 공부는 대학교에서 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현실에선 이게 가능하지 않으니까 자녀들을 학원에 내몰고, 사교육비는 비용대로 많이 드는 상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실에서는 훌륭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죠.”

황 회장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이 2014년에 발표했던 교육 탐사 프로젝트 서적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소개했다.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을 연구했더니 모범생들이었어요. 어려서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선행 학습하고, 학교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서울대에 들어온 학생들입니다. 대학교에서도 강의를 녹음하고 복습하면서 달달 외워서 교수님이 원하는 완벽한 답안을 내는 아이들이 A+를 받는 학생이었어요. 그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였습니다. ‘남과 다른 게 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이더군요. 결국은 서울대에서 꿈과 창의성이 없는 학생에게 A+를 주고 배출한 겁니다. 이는 비극입니다. A+를 받고 졸업하면 삼성전자나 구글에 들어갈 수는 있어요. 그런데 중도에 포기하고 나오는데, 그 이유는 본인의 꿈이 아닌 거예요.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이건 아닌데’ 싶은 거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거를 시도해보고 그쪽으로 가도록 이제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고 부모가 대학 합격이라는 틀로 아이들을 쥐어 짜내듯이 몰아넣는 반복되는 현실이 옳지 않다는 거죠. 여기까지는 다들 동의합니다. 누군가가 앞에 나서서 지적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표가 떨어져서 제대로 못 하죠. 우리 같은 아동 행복을 내세우는 아동 대표 기관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나설 계획이신가요.

“기초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아동 행복지수가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지수입니다. 아동의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조사하는 겁니다. 기상해서 아침 먹고, 등교하고, 부모님과 대화하고, 게임하거나 TV를 보고, 학원에 가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 등을 상세하게 조사하는 겁니다. 이를 초·중·고교 학급, 각 지역, 가정 소득 등으로 구분해 조사하면 굉장히 중요한 정책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설문조사를 넘어 예산을 투입해 정성을 들여 조사해 보려고 합니다. 아동 정책의 기초 자료로 쓰일 수 있는 중요한 조사입니다. 세부 자료들의 경우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서 정책적 이슈를 찾아내는 데 활용될 수 있겠죠. 행복지수의 기초 자료를 준비해서 중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의 행복은 교육에 달려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동을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과제는 아이들을 현 교육에서 빼내는 거예요. 그게 궁극적인 숙제죠.”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먼저 대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대학 시험을 수시로 바꿔서 재능 있는 사람을 선발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방의 많은 사립대에 퇴로를 열어주고, 전문성을 띤 특성화대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축구를 잘하는 학생은 공만 계속 차도 서울대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꿈이 있고 재능이 있고 어느 분야에 미친 아이들을 뽑을 수 있도록 대학이 변해야 합니다. 대학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도 변할 거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변하겠죠. 어느 부모가 큰돈을 들여가면서 대치동 학원에 밤늦게까지 자녀를 보내고 싶겠습니까. 현실에선 그러지 않으면 아이가 대학에 떨어지기 때문이겠죠. 그런 것을 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사회에 나가서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현재와 같은 공고한 SKY 학원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이 있어도 환경이 여의치 않은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재단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능 계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재 양성 사업 ‘아이리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2년째 이어오고 있는 재단의 대표 사업 중 하나입니다. 선정된 아동에게는 연간 최대 1000만 원의 재능 계발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사업 시작 이후 올해까지 총 659명입니다. 지원 총액만 175억 원에 달합니다. 학업 분야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체육 분야까지 범위를 넓혀서 아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아동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인 16일에는 농구 분야 인재 아동 성혜경 양이 2022~2023 여자프로농구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거쳐 KB스타즈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2022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 U-19의 근대 5종 여자 단체전 금메달, 여자 계주 동메달을 획득한 김예나 양도 있습니다. 김재권 군은 제9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남자 핸드볼 대표팀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6 리우올림픽 펜싱 에페 부문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 선수는 지금은 재단의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멘토로 나서 국가대표를 꿈꾸는 멘티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불우한 아동도 많습니다.

“아동의 행복은 장기적인 숙제이지만, 지금 당장은 아동이 처한 여러 문제 중 아동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언제나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립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로 등 떠밀린 자립 준비 청년, 자살을 결심한 부모로 인해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아동, 그 밖에도 아직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해 ‘아이들의 신호에 응답하라’ 캠페인 역시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단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먼저 해야만 하는 일을 생각해 아동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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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회장은

금융전문가서 아동복지 천사로… “편리한 기부플랫폼 구축할 것”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금융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삼성그룹에서 금융전문가로 꼽혔으며, 삼성그룹을 나온 이후에도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초대 회장,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등을 맡으며 금융 분야 요직에서 활동했다.

황 회장은 아동옹호 대표 기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첨예해지고 복잡해진 아동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정부기구(NGO) 역시 기존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현금 지원’이라는 단순한 지원 방식을 넘어 모든 현안을 아우르는 세밀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급변하는 변화에 맞춰 조직 특성에 맞춘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다양한 조직을 운영해왔던 경험을 아동 복지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펼쳐나가고자 하는 각오로 재단 회장에 취임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특히 제10대 회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기부 문화 정착’을 꼽았다. 황 회장은 “재단이 74년의 역사를 토대로 아동옹호 대표 기관이라는 기치를 내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후원자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며 “재단이 그간 아동 복지를 선도해온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부 문화를 정착하고 확산시키는 데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가 단순히 타인을 위한 일이 아니며, 후원자 스스로의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위한 일임을 모든 국민에게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액수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상 속에서 편하게 기부를 실천할 수 있도록 모바일 등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으며, 이커머스 등과의 제휴를 통해 판매 금액 일부를 기부하는 형식도 논의 중에 있다.

황 회장은 “많은 기부가 이루어져서 사회의 어두운 구석, 빈 구석을 잘 메꾸는 그런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고, 서울대 무역학과 학사, 런던대 정치경제대학원 석사 △삼성증권 대표이사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한국경제교육협회 회장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제10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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