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시론>민주당의 ‘이재명 방탄’ 작전

  • 문화일보
  • 입력 2022-09-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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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검.경, 李 비리 혐의 속속 확인
3중 방탄체제 유리 갑옷 될 수도
野 ‘공격이 최선의 수비’로 대응

여권, 빌미 제공 사전 차단하고
정책 적폐 청산과 비전 제시에
정치혁신 패러다임 추진해야


해외 순방 중 부담스러운 일정을 끝낸 윤석열 대통령이 한숨 돌리며 일행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정치적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정확히 들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한 추측까지 덧붙여 보도하지 않았다면 외교 참사 시비는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속어를 빌미로 대통령 자질을 문제 삼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형수에게 날린 사람을 당 대표로 선출한 정당 아닌가. 이러니 민주당 공세의 목적이 애당초 다른 데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력한 추론은 이재명 대표를 위한 4단계 방탄체제 구축이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는 것을 봉쇄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의혹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최근 수사 상황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사를 저지·방해했던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이 대표의 비리 의혹이 속속 확인되고 새로운 의혹까지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로부터 2억5000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구속했고, 쌍방울이 이 대표 변호사 수임료 20억 원을 대납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대장동 예행연습으로 불리는 위례 개발과 관련해 유동규 등을 추가 기소했고 대장동에 대해선 전면 재수사 중이다. 지난 8일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으로 이 대표를 기소했고 다음 달 18일에는 첫 공판이 열린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경우, 경찰이 제3자 뇌물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두산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 대표가 당 안팎의 비판과 조롱을 받아가며 구축했던 국회의원 배지·당 대표·당헌 개정이란 3중 방탄체제는 유리 갑옷보다 못한 것이 된다. 비리 혐의가 속속 확인되는데 언제까지 불체포특권 뒤에 숨을 수도 없고 여론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당 대표의 공천 권한으로 묶어둔 당 소속 의원들도, 민심이 돌아서 공천을 받고도 낙선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동요하거나 이탈할 수밖에 없다.

이런 판단 하에 선제 공세 전략에 나섰지만 2024년 총선까지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내년부터 이 대표 소환이나 기소 등의 절차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대응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보수 일각에서 민주당 공세가 윤 대통령 탄핵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사실이면 여당도 사활을 건 전쟁을 해야 한다. 이게 민주당이 바라는 바다. 이전투구 상황으로 몰면 이재명 사법 리스크도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논리로 희석할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상대가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첫째는 민주당에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노출을 줄이고 총리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향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둘째는 정책 관련 적폐청산과 새로운 비전 제시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부동산, 연금 정책 등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규명하고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창의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는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정치혁신이다. 내년 초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는 과정을 통해 염치를 알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명예로운 보수’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기성 정치인들이 누려온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우선 선거기간과 방법, 선거운동원을 규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부터 대폭 개정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 법은 일본 군국주의 시대 선거법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OECD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회기 중 불체포에서 대중교통 이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보장된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을 폐지하는 데 국민의힘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봉사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정치에 입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총선 공천제도 역시 이 같은 취지에 맞춰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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