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SNS로 필로폰 사는 시대, 지금 안 막으면 ‘마약공화국’ ”...‘수리남’ 검사 실제 모델의 우려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2-10-07 08:58
업데이트 2022-10-07 11:53
기자 정보
김무연
김무연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폰트
공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희준 LKB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LKB파트너스 사옥 옥상에서 ‘수리남 마약왕’ 조봉행을 기소할 당시 재직했던 서울중앙지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 M 인터뷰 - 드라마 ‘수리남’ 검사 실제 모델 김희준 변호사

‘수리남’마약王 조봉행 10년형
운반책 피해자는 억울한 옥살이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 담겨

마약거래 ‘비대면’으로 진화
과거처럼 위장수사로는 한계
병원처방 펜타닐도 쉽게 구해

수사권 조정 뒤 투여는 警담당
밀수 500만원 넘어야 檢 수사
공조해도 모자란 데 역량 약화

신종마약류·범죄자수 느는데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다’착각
‘마약청’ 설립 위해 힘 모아야



25.2명.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 수다. 마약류 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하는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실제로 국내 마약 사범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마약 사범은 2016년 1만4214명에서 지난해 1만6153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8575명이 마약 범죄로 검거됐다. 마약 사범 급증에 수사기관은 물론, 정치권까지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마약통’으로 꼽히는 김희준(55)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를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LKB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나 국내 마약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물었다. 그는 “우리나라 마약 범죄에서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마약 사범의 연령대가 10∼20대로 낮아졌다는 점”이라며 “수사 역량을 높이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예방 및 재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의 담당 검사로 알려졌다. 드라마와 실제 사건은 차이가 있나.

“우선 드라마처럼 조봉행(수리남에 등장하는 마약왕 전요한의 실제 인물)이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었다. 그랬다면 그의 형량이 징역 10년에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당시 콜롬비아를 주름잡던 칼리 카르텔로부터 코카인 등을 들여온 다음 한국인을 꾀어 유럽 등지에 운반하도록 지시하는 유통망을 형성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나 여행자들에게 접근해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주고 가방 등을 유럽으로 가져가 넘기라고 부탁하는 방식을 애용했다. 이렇게 포섭된 대다수 사람은 마약 운반에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짐을 옮기다 현지 세관에 적발돼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배우 전도연 씨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도 조봉행의 피해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밀수 혐의를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마약 수사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

“1998년 광주지검 강력부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약 수사를 맡게 됐다. 당시에 광주·전남 지역은 1년에 검거된 마약 사범이 20명 정도에 불과해 마약 청정 지역으로 불렸다. 부임 초반에는 단순 투약 사범 위주로 수사했지만, 하다 보니 투약 사범 검거에 만족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마약을 파는 공급책을 파헤쳐야 마약이 근절된다고 봤다. 그래서 마약 투약범의 연락망을 이용해 마약을 사겠다고 위장해 검거하는 방식으로 마약 공급책을 하나둘 잡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잡히는 마약 사범만 15명에 달했다. 1년으로 환산하면 180명이니까 기존보다 마약 사범이 1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마약 사범이 급증한 게 아니다. 단지, 수사기관이 잡으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었다.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마약 사범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단속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다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마약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2017년 기준으로 마약 사범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연령층은 40대였지만, 지난해에는 20대로 바뀌었다. 같은 기간 10대 마약 사범 수도 4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런데 20대에 마약을 투여해 적발됐던 사람의 대다수는 이미 10대 때부터 마약을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마약 범죄는 암수 범죄(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공식적으로 통계에서 제외되는 범죄) 숫자가 많은 대표적인 범죄다. 드러난 마약 범죄는 전체 범죄의 70%를 조금 넘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10∼20대의 마약 사범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상황은 국가적인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약 사범의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약 거래의 패러다임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마약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판매자와 접촉해 마약을 사고파는 ‘대면 접촉’으로 이뤄졌다. 당연히 마약상에게 접근하기 위한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어린 학생이 취득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텔레그램 등 SNS에서도 마약을 판매하는 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다크웹(추적하기 어렵도록 설계된 네트워크)에 접속해 마약을 구매할 수도 있다. 구매자는 인터넷상에서 마약 판매자와 접촉해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이런 구매 방식은 정보기술(IT)에 숙달한 젊은 연령층에 매우 익숙하다. 의료용 마약성 약품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마약 사범의 연령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이란 약품이 있다.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인 헤로인의 100배에 달하는 진통 효과를 가진 약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펜타닐을 사용한 패치 등 의약품은 처방전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당연히 보편적인 마약인 필로폰 구매도 여전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

―마약 사범 연령대가 낮아지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은.

“처음부터 마약에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보면 마약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별도 교육 시간을 배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약의 위험성을 추상적으로 알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폐해 및 이에 따른 법률적 처벌 등을 알려주는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재활을 통해 다시 마약을 끊도록 만드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한 마약 사범 재활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형식적으로 21곳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병원이 지정돼 있지만,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제 기능을 하는 곳은 경남국립부곡병원과 인천참사랑병원 등 2곳 정도다.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악순환을 근절해야 마약 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마약 관련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마약 수사 역량이 제자리걸음이란 비판도 있다.

“마약 접근성이 늘어나면서 마약 사범 수는 늘고 있지만, 관련 수사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마약 판매는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판매자는 해외특급배송 등으로 마약을 국내에 보내고, 국내에 있는 운반책이 이를 약속된 장소에 숨겨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주를 이룬다. 판매자·운반책·구매자 모두 얼굴도 모른 채 마약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과거처럼 마약 사범 간 네트워크를 이용해 위장 수사를 하는 방법도 한계에 봉착했다. 이럴수록 수사기관 간 더욱 강력한 공조가 필요한데 지금은 외려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마약범죄 중 유일하게 500만 원 이상 규모의 마약 밀수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마약 수사는 구매자와 운반책, 판매자가 모두 연결돼 있으므로 수사 영역을 명확히 나눌 수 없는 범죄인데도 이를 구분 지은 건 수사 역량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검경 간 공조 체계가 두터워져도 모자랄 상황에서 수사권 조정으로 양측 간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공조 체계조차 무너지는 듯해 아쉽다.”

―늘어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신종 마약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마약 관련 범죄자 수도 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마약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마약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미국 마약단속국(DEA)처럼 마약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조직이 아니라 수사 및 검거, 재활, 예방 교육을 통합해서 할 수 있는 마약에 특화된 별도의 부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 정부에서도 국내 마약 문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마약청 설립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마약청 설립을 위해선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부서 간 공조가 필수적인 만큼 부서 이기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일반 국민이나 수사기관, 정치권 모두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란 허상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 마약 공화국이 될 것이 자명하다.”


■ 김희준 변호사는

강력부 검사 출신으로 ‘물뽕’ 첫 적발… ‘프로포폴’ 마약류 등재에도 일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수리남 마약왕 조봉행을 검거할 때와 지금의 마약 밀매 루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닙니다.”

김희준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최근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마약왕 조봉행을 검거 및 기소할 당시 담당 검사로 이름이 나면서다. 1967년생인 그는 1990년 만 23세의 나이로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6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1998년 광주지청 강력부 검사로 부임하면서 마약 사건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국내에는 생소했던 신종 마약인 감마 하이드록시뷰티르산(GHB), 이른바 ‘물뽕’을 처음 적발해 신종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 현직 제약회사 직원까지 연루된 대규모 아편 밀수 조직을 검거하기도 했다. 당시 이 밀수 조직이 보유하고 있던 아편은 640.5g. 시가 20억 원 상당의 물량으로 2만 명이 복용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김 변호사는 2011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마약왕 조봉행을 구속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단순히 마약 수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령 개정도 건의해 당시 수면 마취제로만 여겨져 오남용이 심했던 약물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등재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2017년 21년간의 검사 생활을 정리하고 LKB파트너스에 합류했다.

△1967년 전남 함평 출생 △1988년 전남대 법과대학 졸업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 합격 △1996년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 △1998년 광주지검 검사 △2003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2010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2016년 서울고검 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 △2017년 LKB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