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18m 폭포 · 주상절리 보고 목장서 치즈도 만들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연천을 방문한 임형묵(오른쪽 세 번째) 씨와 직장 동료·친지들이 지난 10월 29일 재인폭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동훈 기자

■ 농촌애올래 - 경기 연천군 ‘한탄강지질공원’

20m현무암 주상절리 백의리층
국내 내륙에선 한탄강서만 발견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
남북분단 현실 체험·역사교육
가족 · 친구 여행하기 딱 좋은 곳

연천 =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이렇게 예쁜 곳이 있었구나!” 가을 단풍이 온산을 울긋불긋 물들이던 지난 10월 29일 경기 연천군 재인폭포에서 만난 임재희(12) 양은 너무나 예쁜 폭포의 모습에 연신 감탄을 연발했다. 코로나19로 제한됐던 외부 활동 규제가 일부 풀려서인지 재인폭포에는 가을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관광객들은 코로나19 방역 규정과 안전 규칙을 잘 지키면서 질서 있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었다.

재인폭포는 한탄강(漢灘江)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오래전부터 명승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북쪽에 있는 지장봉에서 흘러 내려온 하천이 높이 약 18m에 달하는 현무암 주상절리(柱狀節理·암석에 발달하는 절리 중에서 절리면이 교차하면서 암석이 기둥 모양으로 구분돼 있는 형상) 절벽으로 쏟아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직장 동료·친지들과 연천을 방문한 임형묵(56) 씨는 “딸에게 비무장지대(DMZ)도 보여주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여행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임 씨 가족은 이날 아빠의 직장 동료 30여 명과 가족·친지 등을 포함, 모두 53명이 함께 여행을 왔다. 여행을 기획하고 안전 등을 책임지는 진행 요원 역할까지 한 염수진(53)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오랫동안 단체 여행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최근 일부 외부 활동 규제도 풀리고 가족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 연천 여행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염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꽤 오래 여행을 할 수 없었는데, 모처럼 자연을 느끼니 그동안의 업무 스트레스 등도 풀리는 느낌”이라며 활짝 웃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참석하자 현장 진행 요원들이 곳곳에 포진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철저하게 예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임형묵 씨 등 관광객들이 목장 체험을 하면서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김동훈 기자

경기 연천은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한탄강 지질공원에 속해 있다. 재인폭포도 신생대 4기에 지금의 강원 평강군에 있는 680m 고지와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옛 한탄강을 따라 흘렀고, 그 뒤 굳어진 현무암 위로 지장봉 계곡을 따라 흐르던 물이 암석을 침식시켜 만들어졌다.

연천은 관광객에게 단순히 보고 즐기는 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학습장이기도 하다. 이날 임 씨 가족이 재인폭포 관광을 마치고 찾은 백의리층은 지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백의리층은 20~30m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 아래 아직 암석화하지 않은 채 분포한 퇴적층을 말한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 한탄강변에서 처음 발견돼 백의리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문가들은 “백의리층은 국내 내륙에서는 한탄강 일대에서만 관찰되는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지질 교육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지질 공부’를 마친 참석자들은 인근 목장으로 이동해 피자와 치즈 체험을 했다. 특히 피자와 치즈 체험은 저연령대 자녀들에게 인기가 많다. 피자와 치즈 체험을 마친 뒤에는 목장을 둘러 보면서 송아지가 크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자연과 동물의 성장 과정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이날 임 씨 가족 일행은 재인폭포를 둘러보기 전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인 태풍전망대와 민통선(한반도 DMZ의 남방한계선으로부터 남쪽으로 5~20㎞의 거리를 동서로 잇는 선) 안에 있는 유일한 갤러리인 연강갤러리에 들러 남북 분단의 현실을 느끼기도 했다. 임 씨는 “자라나는 세대는 남북 분단 상황을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번에 태풍전망대 방문 등을 통해 분단 현실 등을 보여줄 수 있어서 교육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연천은 남북이 갈라져 있는 현실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질 공부와 자연 체험도 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여행지다. 맑고 깨끗한 자연에서 거둔 채소 등으로 먹거리가 풍부하고, 목장에서 치즈·피자 체험 등도 할 수 있어서 남녀노소, 연령대를 불문하고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한탄강 지질공원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윤수정(59) 씨는 “연천은 ‘내륙의 제주도’라고 불릴 만큼 화산 활동의 흔적과 주상절리 등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며 “체험 거리도 풍부해 가족·친지들이 여행하기에 장점이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