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33도는 판단력 상실, 5일 잠못자면 정신분열, 2ℓ 출혈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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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1-15 09:13
업데이트 2022-11-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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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 열흘 만에 구조된 박정하 작업반장 등 작업자 2명이 부축을 받으며 광산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10문10답 - 인간 생존 가르는 ‘극한 상황’

봉화광산 매몰사고 생존한 광부
“구조 될 것 믿어”희망으로 버텨

공기·물·식량없이 3분·3일·3주
평범한 사람들 한계는‘3의 법칙’
별개로‘의지·지식·장비’꼽기도

물에 빠지면 골든타임 8 ~ 10분
체온 40도땐 경련·44도면 숨져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인간은 식량과 공기, 기온 등에 민감한 존재이지만, 최근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에서 221시간 만에 생환한 사례처럼 간혹 생존이 어려운 재난 상황에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몰 사고와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니어도 추위, 화재, 홍수, 교통사고 등 우리 주변에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인류는 장비와 도구, 연구와 실험 등을 통해 다양한 극한 상황에 대응해 왔다. 과연 인간이 가진 생존 능력은 어떤 조건에서 유지될지 분석해봤다.

1.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광부들 어떻게 살았나

무사 생환한 작업반장 박정하(62) 씨와 보조작업자(56)는 광산 갱도 매몰사고로 지하 190m에서 고립됐다. 이들은 사방의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형태의 원형 공간(100㎡)으로 피신한 뒤 비닐로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뎠다. 천막과 모닥불에 사용된 비닐과 목재는 작업용으로 갱도에 있던 것을 사용했다. 갱도 내 평균 온도는 섭씨 14도 정도로 고립이 장기화하면 저체온증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박 씨 등은 작업 도중 쉬는 시간 마시기 위해 가져간 커피믹스 30개로 배고픔을 달래고 물로 배를 채우며 버텼다. 박 씨는 “너무 배가 고파서 첫날부터 한 끼에 커피믹스 2봉지씩 밥 대신 마셔 고립 3일 만에 모두 동나는 바람에 구조될 때까지 갱도 내 흐르는 물만 마셨다”고 했다. 커피 물은 갱도 내에 있던 커피포트 아랫부분 플라스틱을 뜯어내고 라이터로 모닥불을 피워 끓였다.

2. 커피믹스의 힘은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커피믹스(동서식품 맥심)엔 주요 성분인 커피 이외에 설탕과 카세인·코코넛오일·올리고당 등 식물성 크림이 들어간다. 이 중 카세인은 우유가 함유된 순수 단백질이다. 코코넛오일은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소비되는 중쇄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 믹스 한 봉지의 열량은 약 50㎈다. 한 봉지 전체의 중량이 12g으로 영양 측면에서 탄수화물(당류 6g)이 9g, 포화 지방이 1.6g을 차지한다. 주요 성분인 탄수화물은 몸에 에너지를 바로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의 카페인도 극한 상황에서 각성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다만 커피 자체에 카페인이 함유돼 있어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이뇨 작용을 촉진해 탈수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 과거 국내외 최장 매몰 생존기록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광산사고로 고립됐다가 구조된 ‘인간 승리’는 양창선 씨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는 박 씨보다 147시간 오래 고립됐다가 생환했다. 그는 1967년 8월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 매몰 사고로 지하 125m 갱도 내에 갇혔다가 368시간 만에 구조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그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2일 동안 나눠 먹고 갱도 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도시락통에 받아 마시며 배고픔을 참았다. 외국 탄광에서는 2010년 8월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호세 구리 광산이 붕괴하면서 19∼63세 사이 광부 33명이 매몰됐다가 1600여 시간 만에 구조된 사례가 있다. 광산 고립 사고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1995년 6월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 박승현(여·당시 19세) 씨가 377시간 동안 고립된 적이 있다. 이는 국내에서 최장 시간 매몰됐다가 생환한 사례로 알려졌다. 박 씨는 이 기간 음식은 물론 물 한 방울도 먹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버티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됐다.

4. 생존자들 어떤 생각을 하며 버텼나

봉화 광산 갱도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구조돼 세상의 빛을 본 박 씨는 “나오니까 좋네요. 갱도 안에서 (보조작업자와) 서로 달래고 위로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뭘 해보든지 해보면 길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탈출을 위해 고립된 갱도 안을 돌아다니기도 했다”며 “금방 구조될 것이라는 바람과 달리 다소 늦어졌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광부들의 동료애를 들었다. 박 씨는 “사람다운 냄새가 질릴 정도로 나는 곳이 광산”이라며 “동료 사이에 인간애가 넘쳐 버티면 언젠가는 구조하러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간혹 절망적인 순간도 맞이했다. 박 씨는 이때마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고 무조건 살아 나가야 한다는 마음을 다잡았다”며 “죽더라도 물려줄 건 물려주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가겠다는 생각도 하며 견디기도 했다”고 말했다.

5. 인간 생존 333법칙이란

보통 건강한 인간은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식량 없이 3주를 버틸 수 있다. 이를 ‘3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길게 버티는 경우도 있어서 5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있다. 체중과 환경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의 법칙을 적합하게 보는 이유는 재난 상황에서의 한계는 각종 인프라 등이 무너지는 등 조건이 좋지 않아 의학적으로 인체가 견딜 수 있다고 보는 최대 한계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생존의 3요소로 △생존 의지 △지식(기술) △장비 등을 꼽기도 한다. 살겠다는 정신력과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지식과 기술, 극한 상황을 보완하는 장비 등을 의미한다. 이 중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라 판단된다.

6. 음식(물)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식량은 당장 없더라도 의외로 오래 버틸 수 있다. 인체는 평소 몸에 양분을 쌓아놓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활동량을 극도로 줄이면 3주 정도에서, 길게는 30일까지도 생존할 수 있다. 장기 생존 상황에서는 음식이 필수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평균 1800∼2400㎉인데, 이를 채우지 못하면 우리 몸은 섭취한 탄수화물을 시작으로 체내 지방을 태운 뒤, 근육조직을 이루는 단백질까지 분해하고, 마지막에는 심장을 비롯한 장기의 근육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사용하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더 중요한 건 물이다. 비상대응 요령에 식량 찾기보다 물 찾기가 더 중요하고 우선시되는 이유다. 한국인 성인이 섭취하는 물의 양은 평균적으로 하루 2ℓ 내외인데, 수분을 원활히 섭취하지 못한 채로 3일이면 탈수 증세를 보인다. 신체의 수분 중 3% 정도가 손실되면서부터 극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5% 이상이 손실되면 두통이나 맥박의 변화 등 임상적 증상을 보이게 되며, 10% 이상 손실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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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출혈 시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몸무게 70㎏ 기준으로 성인의 피의 양은 약 5ℓ 정도, 몸무게 23㎏ 전후의 어린이는 약 1.8ℓ 정도다. 전체 몸무게의 7∼8% 정도 되는데, 이 중 3분의 1 이상을 잃을 경우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 보통 1회 헌혈 시 320∼500㎖ 정도의 혈액을 빼낸다. 성인 남자 혈액량의 15% 정도 되는 500㎖의 피를 빼냈다면, 한 달 정도면 복구된다. 다만 750㎖ 이상 빠져나가면 몸에 이상이 온다. 먼저 맥박이 빨라지고, 초조해지며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피가 1ℓ 빠져나가면 기력을 잃고, 숨이 차며 추위를 느끼게 된다. 1.5ℓ의 피가 빠지면 혈압 유지가 불가능해져 의식이 사라지는 상태가 되며, 2ℓ의 피가 빠지면 혼수상태에 달해 사망에 이른다. 동맥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출혈량이 매우 많아 단 3∼5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압박과 동시에 지혈대를 이용해 지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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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간, 물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물에서 호흡할 수 없는 인간이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분 정도다. 물론, 훈련받은 사람이나 해녀는 4분 내외 버티고, 숙련된 다이버의 경우 10분 가까이 버틸 수도 있다. 물속에서 숨 오래 참기 기네스 기록자인 크로아티아의 부디미르 부다 쇼바트는 2021년 3월 27일 자국 내 수영장에서 24분 33초의 기록을 세웠다. 다만 이는 기록 도전 전에 순수한 산소를 과호흡해 체내 산소 농도를 높여 무호흡 상태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반인들은 10분을 버틸 수 없다. 해양구조대 등에 따르면 물에 빠진 사고 발생 이후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8∼10분 정도로 본다. 이는 익수자가 수면에서 가라앉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최대 시간 약 3∼5분, 그리고 물 밑에 가라앉아 호흡이 정지한 이후부터 적용되는 골든 타임 약 4분의 시간을 합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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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추위와 더위는

인간의 체온은 보통 37도 정도다. 0.5도 이상의 변화가 생기면 뇌의 체온조절중추가 피부모세혈관과 호르몬을 조절해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한다. 체온이 높아질 경우 40도가 되면 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근육통, 두통, 무력감과 구토가 나타난다. 41도가 되면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지면서 땀이 나지 않는다.

열사병은 심부체온(몸속체온)이 41.1도로 인체의 단백질이 열에 의해 파괴되거나 기능이 떨어져 각종 장기 등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태가 된다. 체온이 44도가 되면 대부분 사망한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는 노출되는 추위의 정도와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옷을 입지 않으면 25도 이하에서도 추위를 느끼고, 가벼운 옷을 입었을 경우 0∼5도에서 추위를 느낀다. 옷을 두껍게 입으면 영하 29도의 대기에 노출돼도 위험이 없지만, 피부가 신체조직 빙점인 영하 0.5도 이하로 떨어지는 건 피해야 한다. 추위 등으로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 상태로 온몸이 떨리고, 심부체온이 33도로 떨어지면 기억과 판단력을 상실하며, 30도 이하가 되면 몸을 떠는 반응이 사라진 뒤 27도 이하가 되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26도 이하의 체온은 대부분 살아 있기 어렵다.

10. 잠은 얼마나 안 자면 위험한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1964년 랜디 가드너라는 17세의 미국 고등학생이 과학자 월리엄 데먼트와 이러한 실험에 도전한 적이 있다. 당시 랜디는 264.4시간(약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아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실험 5일째부터 정신분열증세를 보였고, 환각은 물론 편집증과 피해망상에 시달렸다. 실험 7일째부터는 운동 기능을 잃었으며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후 2007년 영국의 정원사 토니 라이트가 266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았지만, 기네스협회가 잠을 오래 자지 않는 부문은 건강 위험성으로 인해 폐지해 기네스 기록에 오르지 않았다.

동물실험도 있었다. 1983년 시카고대의 앨런 렉트샤펜 교수는 쥐가 잠들려고 할 때마다 깨우는 장치를 만들어 쥐가 계속 잠들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쥐는 몸이 점점 야위어지면서 14일 만에 죽었다. 이 연구는 수면 부족이 죽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최초의 실험으로 화제가 됐다.

이용권·김만용 기자, 봉화 = 박천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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