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공제 6억 → 9억 손질하고 다주택 중과 폐지” … 정부 개정안 거야에 발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공시지가 상승 여파로 올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우편함에 도착한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Why - ‘납세자 급증’ 종부세 논란

유럽 최고세율 1~1.5% 수준인데
한국 다주택 최고6%…징벌 가까워
세제개편 작업 야당에 막혀 고심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각종 정책으로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이 과도하게 급증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적극적으로 ‘세제 정상화 작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실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경우 서울 강남 등에 사는 일부 부유층만 내는 세금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저(低)소득층이 내는 세금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17년째 그대로인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1주택자는 11억→12억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주택 가격은 크게 올랐는데 기본공제금액이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사실상 증세(增稅)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특히 다주택자 중과 세율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종부세율은 2주택 이하의 경우 0.6∼3.0%, 3주택 이상일 경우 1.2∼6.0%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다주택 여부에 상관없이 0.5∼2.7%로 낮추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주택 보유 수에 따라 세금을 중과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예컨대 지방에 세 채의 주택을 갖고 있지만, 공시지가가 매우 낮은 경우 보유 주택 수가 많다는 이유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에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은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재부는 “해외 주요국에서 부동산 시장 관리 목적으로 주택 보유 수에 따라 보유세를 차등 과세하는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재산가액에 따라 상당히 높은 수준의 누진적인 방식으로 과세된다는 점도 문제다. 재산세 외에 부동산 유형별 합산가액에 종부세가 부과되는 이원화된 구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보유세에서는 단일세율이 적용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종부세에서만 합산가액에 따라 총 6단계의 세율이 누진 적용된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할수록 실효세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다. 유럽의 최고세율이 1∼1.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6%의 최고세율은 징벌 수준에 가깝다.

종부세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국회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세제 개편작업이 번번이 야당의 높은 벽에 가로막히자 정부 내에서도 “플랜 B를 가동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시행령 등을 고쳐 국민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다.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시가에 적용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거나, 공시가격을 자체를 낮추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가능하다. 다만,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명령만으로 복잡한 그물망을 만들어나갈 경우 법 개정을 통한 안정적인 국가정책 집행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