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선율… 오페라 중 가장 큰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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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푸치니 ‘라보엠’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파리 젊은 예술가의 삶 · 사랑
아픈 청춘의 가장 슬픈 순간

연말이면 무대에 오르는 단골
관객에 최고의 감동 · 기쁨 선사

해마다 연말이 되면 공연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들이 있다. 교향곡으로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있고 발레작품으로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 작품으로는 푸치니의 ‘라보엠’이 있다. 많은 분이 묻는다. 연말이면 항상 같은 레퍼토리들이 공연되는 이유라도 있느냐고. 물음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가장 위대하거나 화려하거나 감동적인 작품들이라서 그렇다”이다. 연말 공연은 한 해 중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연계의 가장 큰 이벤트다. 제작자의 입장에선 이런 빅 이벤트의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에게 가장 큰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중 크리스마스 하면 즉시 떠오르는 오페라가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의 원작이기도 한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 ‘라보엠’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라보엠이란 제목이 뜻하듯 보헤미안, 파리의 가난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절절한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아픈 청춘들의 가장 가엽고 슬픈 순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게 흐르는 선율은 모든 오페라를 통틀어 가장 큰 카타르시스와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1막이 열리면 때는 1830년대 크리스마스이브, 파리의 한 허름한 다락방에 시인 로돌포와 화가 마르첼로, 음악가 쇼나르, 철학가 콜린이 모여 있다. 월세도 내지 못할 만큼 가난한 예술가들이지만 크리스마스이브만큼은 만찬을 즐겨야 한다며 시내의 모뮈스 카페로 향한다. 하지만 시인 로돌포는 잡지사에 기고해야 할 원고가 남아있어 곧 마무리하고 뒤따르기로 한다. 이때 로돌포에게 이웃집 처녀 미미가 촛불을 얻으러 온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로돌포의 촛불마저도 꺼지고 방안은 어둠 상태가 된다. 마침 미미는 자신의 방 열쇠를 흘려버렸고 로돌포와 미미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거리며 함께 열쇠를 찾는다. 그리고 이때 두 사람의 손이 포개지게 되는데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 로돌포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잡고 그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부른다. 이에 미미도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라는 아리아로 화답하며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다. 2막의 배경은 광장에 위치한 모뮈스 카페, 네 친구들과 미미는 카페 앞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는데, 화가 마르첼로의 옛 여인 무제타가 늙고 돈 많은 알친도르와 함께 등장한다. 이 모습에 마르첼로는 질투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 질투심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미련임을 깨달은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재결합하기로 한다.

3막,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결핵으로 미미의 병색은 완연했고 가난한 형편 때문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로돌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결국 미미와 헤어지기로 한다. 마르첼로는 무제타의 남성 편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질투심으로 인해 두 사람은 또다시 헤어진다. 4막, 두 사람이 처음 사랑에 빠졌던 로돌포의 다락방으로 미미가 찾아온다.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고 1막에 두 사람이 함께 노래했던 사랑의 선율이 흐르지만 미미는 이내 숨을 거둔다. 죽음을 알아챈 로돌포는 그녀의 이름 “미미, 미미”를 외치며 절규와 오열 속에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 오늘의 추천곡 - ‘그대의 찬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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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로돌포가 미미의 얼음장처럼 작고 차가운 손을 잡았을 때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하며 부르는 아리아. “나는 시인입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시와 노래로 둘러싸인 천국에서 사는 마음만은 백만장자인 사람이죠”라는 자기소개에 이어 “그런데 지금 내 모든 보물을 도둑맞았어요. 당신의 아름다운 두 눈에게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 가슴은 이미 당신이라는 벅찬 희망으로 다시 부풀어 오르고 있으니까요”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테너 아리아 중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로 꼽히는데 특히 ‘당신이라는 벅찬 희망’이라는 대목에서 ‘희망’을 노래할 때 테너가 내는 고음, 하이C는 아리아의 백미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