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 작곡… 연말 공연 대표 레퍼토리로[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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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
발레 3대 작품 만들어낸 거장
첼레스타 등 새로운 악기 사용
발레음악 예술성·완성도 높여

발레(Ballet)라는 이름부터 시작해 파드되(Pas de deux), 아라베스크(Arabesque) 등등 대부분의 발레 용어들이 불어인 것만 봐도 그 종주국은 프랑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발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은 ‘백조의 호수, op.20’ ‘잠자는 숲 속의 공주, op.66’ ‘호두까기 인형, op.71’ 등, 프랑스 작곡가가 아닌 모두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1840∼1893)의 작품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발레는 프랑스 것임이 분명하지만 발레 음악은 러시아의 차이콥스키로 대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레 역시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종합예술이다. 무용뿐만 아니라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 같은 무대미술이 사용되고 또 춤곡(음악)을 필요로 한다. 차이콥스키는 그 음악에 풍부한 선율과 화성, 다채로운 악기로 색채를 더해 발레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차원적 예술 해석을 가능케 한, 발레 음악의 예술성을 한층 끌어 올린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발레 곡 중 3대 발레 작품으로 꼽히며, 연말 공연장의 대표적인 레퍼토리가 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 발레 ‘호두까기 인형, op.71’이다.

50세가 되던 해인 1890년, 차이콥스키는 마린스키 극장(Mariinsky Theater)의 우세즈볼로즈스키로부터 발레 작품을 위촉받는다. 2년 전인 1888년에도 이미 그로부터 발레 작품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위촉받은 바 있으나 이번에는 내키지 않았다. 당시 차이콥스키는 오페라 ‘이올란타’의 작곡과 교향곡 제6번의 구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게다가 매년 6000루블을 후원해 주던 폰 메크 부인과의 결별까지 겹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두 지친 상태였다.

더구나 에른스트 호프만(1776∼1822)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의 이야기를 발레 음악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유치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린스키 극장의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1819∼1910)가 프랑스 극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1824∼1895)의 각색본을 다시 2막의 발레로 구성하자고 설득했고, 1891년 1월 마침내 차이콥스키는 작곡을 수락한다.

같은 해인 1891년 파리를 여행 중이던 차이콥스키는 ‘첼레스타(벨과 같은 투명한 소리를 내는 건반악기)’라는 악기를 접하게 되는데 듣자마자 그 순수하고 신비로운 소리에 매료됐다. 1886년에 발명된 첼레스타는 거의 보급되지 않은 악기였는데 차이콥스키는 이 사랑스러운 음색의 악기를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발레 작품에 사용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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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는 곧장 출판업자 유르겐손에게 편지를 보내 이 악기를 구입해 놓을 것과 다른 작곡가들이 절대로 먼저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일러뒀다. 후에 차이콥스키는 ‘사탕 요정의 춤’ 장면에서 첼레스타를 사용해 환상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그 외에도 장난감 북, 장난감 나팔 등으로 동화적인 음향을 더했다.

차이콥스키는 발레 초연에 앞서 8곡을 선별, 모음곡 형식으로 1892년 3월 31일 초연해 큰 성공을 거뒀다. 전체 발레 작품은 1892년 3월 31일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안우성 이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호두까기 인형, op.71a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는데, 그 인형이 꿈속에서 쥐들을 무찌르고 멋진 왕자로 변신해 클라라를 과자의 나라로 안내한다는 내용. 작품 전체에서 작곡가 자신이 간추린 모음곡으로 작품번호는 op.71a다. 발레 전체의 길이가 1시간 30분가량인 것에 비해 모음곡은 대략 30분이며, 음악의 배치도 발레 원곡과는 순서가 다르다. 작은 서곡(Ouverture miniature)으로 시작해 행진곡(Marche), 사탕 요정의 춤(Danse de la fee Dragee), 트레팍(Trepak), 아라비아의 춤(Danse arabe), 중국인의 춤(Danse chinoise), 갈잎피리의 춤(Danse des mirliton), 꽃의 왈츠(Valse des fleurs)순으로 총 8곡으로 이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