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다 하면 상처만 줄 뿐… “새해엔 말부터 줄이자”[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1-0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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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왬 ‘Careless Whisper’

아르헨티나 축구선수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은 언젠가 영화로 재현될 것이다. 몰려드는 400만 인파를 버스 지붕에서 내려다보는 스포츠 ‘탑건’들의 표정에 두려움은 없었다. 30년 전이었다면 뉴스화면에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써도 좋았을 성싶다.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1993년에 발표된 이 노래의 제목은 ‘나는 문제 없어’(원곡가수 황규영)다.

국제축구연맹이 월드컵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골든볼은 별다른 ‘문제없이’ 리오넬 메시의 차지였다. 축구황제는 우쭐대지 않았고 그는 머잖아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할 것이다. 한동안 일요일 저녁마다 ‘도전 골든벨’(KBS 1TV)이라는 청소년프로그램이 방송됐는데 매회 시작할 때 진행자와 도전자들이 함께 외친 구호가 인상적이었다. “문제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 새해를 맞아 지금은 자신의 주변에 문제가 남았는지 내가 남았는지 차분하게 살펴볼 시간이다.

시청률 높은 시간대를 골든타임(프라임타임)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요즘은 응급상황에서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의미로 쓴다. 음악동네 신년캠페인후보로 ‘너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라’가 있는데 내용은 단순하다. 화가 날 때, 분노조절이 어려울 때 눈을 감고 가사를 곱씹으며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부르자는 제안이다. 그 4분 남짓의 시간이 다가올 위험을 가라앉히고 정신건강도 지켜줄 거란 생각이 든다.

성탄절부터 새해 첫날까지 7일이 배치된 것은 다행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가늠하며 미래를 구상하는 기간으로 모자라지 않다. 지난해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는가. 어디에 갔고 누구를 만났는가. 소설은 몇 편이나 접했는가. 고전읽기는 인내심과 지구력을 요한다. 영화 관람도 두 시간 이상 몰두해야 한다. 하지만 지혜가 담긴 노래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즐거움과 함께 경각심도 준다. 음악의 골든타임(4분)은 여행이나 독서의 유익함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빗물처럼 흘려보내지 말고 샘물로 담아 방울방울 섭취한다면 당신의 바다는 그만큼 깊고 맑고 넓어질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며 크리스마스캐럴을 찾아들었다. 그중엔 성탄절 당일에 세상을 떠난 가수의 노래도 있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부른 2인조 영국밴드 왬(Wham!)의 조지 마이클(1963∼2016)과 앤드루 리즐리는 고등학교 동창 사이고 그들은 5년간(1981∼1986) 함께 무대에 섰다. 결별하는 사유는 어디나 비슷하다. ‘나는 문제 없어’의 자신감이 ‘너는 문제 있어’의 불신감으로 번질 때 퇴로는 막힌다. 심리적이건 경제적이건 단짝이 짐짝으로 느껴질 때 조용히(가끔은 요란하게) 각자 짐을 싼다.

‘라스트 크리스마스’에는 귀담아들을 만한 속담이 나온다. ‘Once bitten and twice shy’ 한번 물리고 나면 두 번째엔 조심하라는 얘기다. 상처가 교훈을 준다는 뜻인데 현실의 풍경은 이와 반대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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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마이클은 공연마다 자작곡 ‘경솔한 속삭임’(Careless Whisper)을 엔딩으로 불렀다. 평정심을 되찾는 골든타임용 노래로 제격이다. ‘진실을 안다고 위안이 되는 건 아니다(there’s no comfort in the truth) 시간은 돌이킬 수 없으니(Time can never mend) 좋은 친구의 경솔한 속삭임은(the careless whispers of a good friend) 평안을 위해 차라리 무시하는 편이 낫다’(To the heart and mind, ignorance is kind). 그러니까 새해엔 우선 말부터 줄이자.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면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니까’(We’d hurt each other with the things we’d want to say).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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