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의 시론]이재명 거취가 2023 정치개혁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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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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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설 전후 李 추가 수사·기소 우려
대표 내놓는 게 黨 위하는 결단
버티면 합리세력 등장도 방해

3·8 與 전당대회도 중대 분수령
미래 대비한 체제정비가 관건
4월엔 중대선거구 개편 이뤄야


2023년은 오랜만에 찾아온 선거가 없는 해다. 그리고 드물게 찾아온 정치 개혁의 시기다. 여와 야, 그리고 국회가 크게 변할 수 있는 ‘3대 정치 개혁’의 계기가 마련됐다. 변화는 야당에서부터 먼저 시작될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두 가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다. 여기에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쌍방울 대북 사업 관련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다. 설 연휴 전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추가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여러 번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검찰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다고 해도 추가 기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계속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옳은 일일까. 이 대표는 이쯤에서 물러나야 한다. 당에 새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진보 세력을 정치적으로 대표한다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내로남불 정당’ ‘위선 정당’으로 주저앉았고, 이 대표 취임 100여 일 만에 ‘가짜뉴스 정당’ ‘방탄 정당’으로 추락했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것인가.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하겠지만, 패권이 지배하던 이 당에는 아예 그런 세력이 싹을 틔울 씨조차 심지 않았다. 기존 세력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하는데, ‘친문 적자’ ‘호남의 아들’이 아니라 최소한의 합리성과 상식을 가진 인물들이 나서야 한다. 이재명이 대표를, 처럼회가 주류를, 김어준이 치어리더를 자처했던 것이 비극이었다. 이들은 몰락하거나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문 정권까지 민주당 주류였던 운동권 세력도 철 지난 이념을 팔면서 386에서 586까지 오래도 해먹었다. 이제 진보 진영의 신진 기예들이 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치꾼, 정치 장사치들은 길을 비켜줘야 한다.

3월 8일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다. 내년 총선을 지휘할 여당의 새 대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선출된다. 2007년 대선 때부터 보수 정당은 친이명박·친박근혜 싸움에 기력을 소모했다. 한편으로는 친이·친박이 쳐놓은 울타리 때문에 새로운 인재도 수혈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의 목표는 확실하다. 윤석열 정부와 협력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리고 공천 개혁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지도부를 세워야 하는 것이다. 당원 100% 경선이 이뤄진다. 100만 명에 이르는 보수 당원의 집단 지성이 발휘돼야 한다. 지도부 선출보다는 그 이후의 공천이 더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친윤·비윤 따지지 말고 앞으로 20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갈 각 분야 전문가들을 발탁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여야에 물갈이가 필요하다면, 국회에서는 정치를 양극화하는 시스템에 대한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을 1년 앞둔 오는 4월 10일까지 공직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소선거구제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부산물이다. 중대선거구제는 ‘나눠 먹기’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지역 기반을 염두에 둔 선거구제 개편이었다. 그로 인해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지역 구도가 생겼고, 결국은 양극화된 진영의 거대 정당이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체제로 전락했다. 정치 갈등이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다시 정치 갈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영·호남을 비롯한 253개 지역구 의원이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기득권을 꺾을 수 있는 힘은 둘뿐이다. 당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다.

미국의 시사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지난 연말 한국의 국력이 미국·중국·러시아·독일·영국에 이은 6위라고 발표했다. 기술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 성원했지만, 아직 세계 정상권에 오르지 못한 분야가 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축구, 하나는 정치다. 축구는 월드컵에서 한 차례 4강에 올랐고, 16강에도 두 번 올랐다. 세계적 수준으로 가고 있다. 이제 정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3년은 여·야·국회의 정치가 세계적 수준으로 가는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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