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나이 안먹어요… 일상으로 파고든 ‘달콤한 유혹’[이우석의 푸드로지]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1-05 09:04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빵집 중의 하나인 해운대 OPS의 몽블랑 케이크. 가늘게 뽑아낸 밤맛 크림으로 봉우리를 올렸다.



■ 이우석의 푸드로지 - 케이크

어원은 인도유럽어의 ‘뭉치·덩이’뜻
기원전 지중해 연안에서 처음 만들어
이집트로 건너가 고급 음식으로 진화

치즈·고구마·당근·아이스크림케이크
파운드케이크· 팬케이크·롤케이크 등
모양 · 재료따라 무궁무진한 변주 가능

최초의 생일케이크는 로마시대에 기록
초가 올라가는 것은 중세 독일의 풍습
국내 90년대부터 크리스마스에도 즐겨


지금에야 커피나 차와 함께 즐기기도 하지만 케이크는 엄연히 의식 음식(ceremony food)이다. 특별한 날에나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다. 30~40년 전만 해도 생일에 케이크를 받기 어려웠다. 커다랗고 다양한 장식이 올라간 케이크, 촛불을 밝히는 그 알록달록한 제과점 케이크는 TV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우리는 원래(?) 그랬고, 그보다 더 오래전 서양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케이크에는 밀가루와 소금만 쓰는 그냥 주식용 빵보다 더 비싸고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까닭이다. 케이크가 생일이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일부러 챙겨 먹는 음식이 된 연유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양 음식들이 그렇지만 케이크(cake) 역시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정의를 내리자면 ‘덩어리’란 뜻에서 출발했다. 비누나 트윈케이크(화장품) 등에서 같은 이름을 쓴다. 음식에선 밀가루, 달걀, 우유, 버터, 설탕, 베이킹파우더로 빚은 반죽을 구워 달달하고 부드럽게 만든 빵을 뜻한다. 반죽 중 공기를 넣어 최대한 부드럽게 구워내는 것이 특징이다. 케이크는 또 식재료를 갈아 치밀하게 빚어낸 음식 종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걸 굽거나 튀겨서 먹는데 떡(rice cake), 어묵(fish cake) 등이 속한다.

케이크는 종류만 해도 너무 많다. 파운드 케이크, 쇼트케이크, 팬케이크, 롤케이크 등이 있으며 치즈 케이크, 고구마 케이크, 당근 케이크,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 무슨 재료를 쓰느냐까지 치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아진다. 현대에 들어서 파티시에의 창작에 의해 개발된 케이크 종류까지 더해지니 점점 케이크 천국이 되고 있다. 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지금은 크리스마스나 생일, 기념식 정도에 등장하는 케이크를 상상하면 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흔히 기억하는 케이크는 낮은 원기둥 또는 정육면체 빵에 생크림과 초콜릿을 얹어 바른 다음 다양한 장식을 올려 화려하게 꾸민 것이다. 이를 데커레이션케이크라 따로 이른다. 재료는 비슷하지만 얇은 빵을 둘둘 말아 눕힌 원기둥 모양으로 만드는 롤케이크도 있다. 하지만 장식하거나 기념 초를 꽂기 어려운 까닭에 이벤트에는 잘 쓰지 않는다.

케이크의 역사는 은근히 오래됐다. 크리스마스 때 가장 많이 먹지만 예수 탄생 이전부터 전해진다. 원래 영어단어 케이크는 원시 인도유럽어에서 나왔다 한다. 뜻은 뭉치, 덩이의 의미였다. 기원전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처음 나왔다는 설이 있다. 밀가루에 꿀과 우유, 달걀 등을 넣어 그대로 굳혀 먹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 괴상한 음식이 고대 이집트로 건너와 불에 구운 형태로 바뀌었고, 견과류나 과일이 첨가되어 좀 더 고급스러운 음식이 됐다. 다시 지중해 그리스로 전파된 케이크는 최초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풍부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달걀과 유지(乳脂)를 넣어 좀 더 부드럽게 만든 케이크가 있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초의 생일 케이크는 로마에서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 시민이 50번째 생일을 맞으면 꿀과 치즈, 올리브오일 등을 넣어 만든 케이크를 구워 함께 먹는 일종의 ‘환갑 떡’ 비슷한 생일 케이크가 역사 속에 등장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었대도 요즘처럼 달고 부드럽지는 않았을 테다.

케이크에는 밀가루보다 달걀과 크림,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 당시엔 과일과 꿀, 달걀을 하염없이 펑펑 넣을 수는 없었다. 설탕이 풍족해지고 버터와 크림 등이 일반화된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우리의 ‘아는 맛’ 케이크가 나올 수 있었다. 달걀과 베이킹파우더로 반죽을 부풀리는 기술이 나오기 이전까지의 케이크는 절대 이만큼 폭신폭신 부드러울 수 없다. 달걀은 핵심재료였다. 중국에서도 이에 중점을 둬 케이크를 ‘단가오(蛋고)’라 부른다. ‘달걀 떡’을 뜻한다. 원래 달달한 맛이니 중국인이 ‘단 거’ ‘단 거’ 찾아도 이상할 게 없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대한제국 초기에 케이크가 들어왔으며 고종 황제가 즐겼다고 한다. 상당히 고급 음식이자 귀한 별미였다. 당시 낙농업을 거의 하지 않던 대한제국에선 크림 등 동물성 유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유통수단이나 기술적으로도 어디서 상하지 않고 가지고 오기도 어려웠다.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며 케이크가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자국에 낙농업을 정책적으로 발달시킨 일본을 통해 들여온 재료에다, 재빨리 장식하는 제과 기술까지 얹혀져 1940년대엔 국내 호텔에서 인기 메뉴 ‘케-키’가 명성을 떨쳤다. 1980년대 들어 동네 곳곳에 제과점이 생기며 케이크가 대중 속으로 스며들었다. 결혼식에 몇 단 케이크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생일 등 특별한 날에나 먹던 케이크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확대된 건 1990년대부터다.

케이크는 수제로 일일이 동네 제과점에서 만들던 것을 대기업에서 만들어 체인형 제과점에 공급하며 순식간에 대중화됐다. 대형 체인 제과점의 경우 크리스마스 직전 일주일 정도에만 1년 케이크 총 판매량의 70% 가까이 판다고 한다. 종교야 어떻든 집집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놓고 성탄전야를 보내는 문화가 됐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챙겨 먹는 전통은 가장 익숙하지만 사실은 역사가 얼마 되지 않는다. 18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다른 나라에선 꼭 케이크만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독일에선 크리스마스에 슈톨렌(Stollen)을 만들어 먹는다. 케이크와는 달리 딱딱하고 퍼석하다. 단맛은 과일과 슈거파우더로 낸다. 생강빵인 레브쿠헨(Lebkuchen)과 함께 독일 성탄절 대표 음식이다.

프랑스에는 뷔슈 드 노엘(Buche de Noel)이란 빵을 성탄전야에 먹는다. 19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어로 뷔슈는 통나무란 뜻으로 성탄의 통나무란 의미다. 겉도 그렇고 자른 모양이 딱 나무 나이테를 닮았다. 뷔슈 드 노엘은 부드러운 롤케이크 종류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선 건포도가 잔뜩 들어간 파네토네(Panettone)를 꼭 챙긴다.

케이크에 생일 초가 올라간 것은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중세시대 독일에선 자녀의 생일 아침에 케이크를 구워주는 킨더페스테(Kinderfeste)라는 풍습이 있었다. 케이크에 초를 올려 불을 붙이고 저녁에 케이크를 먹을 때까지 종일 놓아두었다. 양초는 자녀의 나이보다 하나 더 많게 올려 ‘생명의 촛불’로 기념했다고 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빵보다 디저트로 딱 맞아 요즘 카페에선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 케이크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몽블랑, 오페라, 도지마롤이라 해서 제과 방식에 따른 케이크 종류도 있고 딸기와 블루베리, 고구마 등 제철 과일이나 작물이 주인공인 케이크 등 다양한 맛으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슈톨렌&몽블랑 = OPS
‘옵스’라고 읽는다. 부산에서 인기를 끌어 전국구 빵집으로 등극한 집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슈톨렌도 판다. 드레스덴 전통식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밤, 건포도 등 건과, 견과류가 가득 들었다. 슈거파우더를 듬뿍 올린 상태로 판다. 얇게 잘라 먹으면 고소한 맛과 달달한 맛이 조화롭다. 가늘게 뽑아낸 밤맛 크림으로 봉우리를 올린 몽블랑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1로 31. 슈톨렌 작은 것은 1만6000원. 몽블랑 6000원.

◇우유 케이크 = 나비빵집
고양시에서 소문난 수제빵집이다. 매일 직접 만드는 식빵, 바게트, 치아바타 등 주식 빵과 더불어 동물성 유지를 아낌없이 쓴 부드러운 케이크류도 인기다. 샌드위치 같은 끼니용 빵도 있다. 우유 케이크는 촉촉하고 폭신한 빵 위에 켜켜이 크림을 바르고 마무리로 키위를 잘라 올렸다. 심하게 달지 않은 크림과 살짝 새콤한 과일이 잘 어울린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동송로 70 107호. 2만8000원.

◇롤케이크 = 곤트란쉐리에
프랑스 제과장의 이름을 딴 빵집 체인이다. 역시 다양한 프랑스풍 빵을 판매하는 곳. 크루아상이 유명하지만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롤케이크 밀크롤도 맛이 좋다. 부드러운 스펀지케이크로 우유 향기 짙은 생크림을 크게 감쌌다.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파운드 케이크도 인기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22길 16 뉴서울호텔 1층. 밀크롤 5500원.

◇치즈 케이크 = 도레도레
다양한 케이크를 파는 전문점이다. 무지개떡을 연상시키는 시그니처, 이른바 ‘레인보우 케이크’가 눈길을 끈다. 과연 이름처럼 7가지 색으로 물들인 빵 사이 사이에 고소하고 달콤한 크림치즈가 들었다. 겉면도 우유의 풍미가 진하게 배어있는 크림치즈로 감쌌다. 생크림과 레몬 크림 등을 넣은 버전도 있다. 인천 남동구 남동대로 217. 9000원.

◇딸기 케이크 = 커피명가 라핀카점
딸기 케이크로 전국적 명성을 얻은 집이다. 층층이 쌓인 부드러운 빵 속에 두둑이 박힌 새콤달콤한 딸기와 매끈한 생크림이 잘도 어우러져 과연 명불허전 ‘과일 케이크의 제왕’임을 과시한다. 경북 고령 특산 딸기만을 사용하며 제철이 지나면 판매를 종료하는 고집 덕에 더욱 칭송이 자자하다. 대구 수성구 국채보상로 953-1. 7500원.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