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역할 마다안한 에이스… 원팀으로 월드컵 우승 이끌다[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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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09 09:00
업데이트 2023-01-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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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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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리더십 - 호날두와 ‘GOAT’ 논쟁 마침표 찍은 메시

사우디전 후 여론 비난에도
“우리 팀을 믿어달라” 호소

네덜란드와 8강 승부차기후
키커 아닌 골키퍼에 달려가
부담감 가장 컸을 동료 위로
“마라도나와 닮아” 평가 받아

자타공인 라이벌이던 호날두
소속 팀원들과 불화설 번져
경기력도 미흡 ‘골치’ 전락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의 길고 길었던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Greatest Of All Time·GOAT) 논쟁이 월드컵 ‘캡틴 리더십’에서 판가름났다. 지난 15년 이상 유럽 프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인 메시와 호날두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평생 라이벌로서의 운명을 가르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아르헨티나 주장 메시와 포르투갈의 주장 호날두는 동료들을 아우르는 모습이 사뭇 달랐다. 메시는 친근한 동료 같은 리더십을 보여줬으나 호날두는 자신의 역할을 고집한 나머지 ‘원 팀’(One Team)으로 거듭나는 데 방해가 됐다. 결국 메시는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카타르월드컵 정상에 오르며 호날두와 GOAT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메시가 카타르월드컵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빼어났다. 최악의 위기에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끔 동기부여하고 팀을 위해 헌신과 희생할 수 있도록 자극했다. 아르헨티나는 C조 최약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메시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는 등 자신의 몫을 했으나 충격적인 패배에 고개를 숙였다. 메시는 결승전을 앞두고 당시 패배를 떠올리며 “사우디에 질 거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 시작은 매우 큰 타격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아르헨티나 내에선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메시는 여론을 달래기 위해 애썼고, 동료들을 대신해 화살을 맞았다. 그는 “해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사람들에게 우리를 믿어달라고 했다”며 “사우디전 이후 매 경기가 결승전과 다름없었기에 어려웠지만, 모두 이겼다”고 말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운데)가 지난해 12월 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이긴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메시의 리더십은 그라운드 안에서 더욱 빛났다. 그라운드는 오로지 선수와 심판만이 밟을 수 있는 공간. 사령탑은 경기 도중 관여하기가 쉽지 않다. 메시는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을 지휘하고 독려했다. 그리고 상대 선수들과 언쟁을 벌이고 심판에겐 팀을 대표해 항의했다. 팬들은 메시가 ‘에이스’로서 활약하며 팀을 이끌길 원했으나 메시는 조연까지 맡았다. 메시는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자신 혼자서 승리를 따낼 수 없다는 것을 앞서 4차례 월드컵에서 절실히 깨달았다. 특히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생애 처음으로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수상했으나 결승전에서 우승을 놓친 바 있다.

그래서 메시는 카타르월드컵에선 동료들과 동반을 선택, 동료를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아르헨티나가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긴 직후 메시는 잠시 중계방송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메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5번째 키커로 승리를 확정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를 향했고, 카메라는 그들을 촬영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메시는 홀로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에게 달려갔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박스 밖에서 마지막 키커의 슈팅을 지켜본 후 긴장이 풀렸는지 그라운드에 누웠다. 메시는 승부차기에서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싸운 마르티네스와 기쁨을 나누며 활짝 웃었다.

메시의 이런 모습은 전 세계에 울림을 줬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선배이자 지난 시즌 파리 생제르맹에서 메시를 지도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메시가 아르헨티나의 진정한 리더가 됐다고 인정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메시는 경기장 안팎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경기를 어떻게 조율하고 주심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상대 선수들도 모두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전 직후 메시의 리더십을 디에고 마라도나와 비교하는 사람들을 봤다”며 “메시는 이제 아르헨티나에 꼭 필요한 리더가 됐으며 엄청난 발전이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마침내 진정한 메시를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메시는 또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승리 직후 인터뷰를 하다가 근처에 있던 네덜란드 골키퍼에게 “뭘 봐, XX 저리 꺼져”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전이지만 조용하고 얌전하던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메시의 돌발 행동에 아르헨티나 선수단과 국민은 오히려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메시는 13세에 아르헨티나를 떠나 스페인에서 성장했기에 그동안 아르헨티나 국민은 메시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외국인 보듯 거리를 뒀다. 그러나 메시가 아르헨티나식 화끈함을 보이자 가슴으로 품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에서 주장 완장을 처음 찬 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이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 감독이 이끌었고, 주장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은퇴)였다. 그런데 마라도나 감독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메시에게 주장을 맡겼다. 당시 메시는 23세로 아르헨티나 역대 최연소 주장으로 이름을 올렸고, 경기 직후 “색다르고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의 주장 선임 배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찌감치 아르헨티나의 에이스로 활약한 메시가 머잖아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기둥이 될 것으로 판단, 메시에게 미리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마라도나 감독은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26세의 나이로 주장을 맡아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호날두



반면 호날두가 이끈 포르투갈은 카타르월드컵 개막 전부터 흔들렸다. 호날두가 불화의 중심이었다. 호날두는 카타르월드컵 개막 직전 전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축인 브루누 페르난드스와 디오구 달로트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호날두와 페르난드스가 대표팀에서 만났으나 냉랭한 악수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페르난드스가 오해라고 해명했으나 불화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호날두에서 비롯된 불화설은 조금씩 포르투갈 대표팀을 잠식했다. 게다가 호날두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마찰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주전 경쟁에서 밀린 탓에 경기력이 완벽하지 못했다. 메시가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들고 합류한 것과 전혀 달랐다. 호날두는 더는 포르투갈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1차전 이후 침묵했고, 3차전에선 한국의 동점골 빌미를 제공하며 1-2 역전패의 원흉이 됐다. 호날두의 저조한 경기력은 포르투갈에서도 문제로 떠올랐다. 포르투갈 매체 아볼라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민의 70%가 호날두를 토너먼트에서 선발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스위스와 16강전에서 호날두를 선발 명단에서 빼고 곤살루 하무스(벤피카)를 선발로 기용했고, 하무스는 월드컵 데뷔전에서 3골을 작성하며 호날두의 부진을 깨끗이 지워냈다.

포르투갈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호날두가 산투스 감독과 마찰을 빚으면서 포르투갈은 엉망진창이 됐다. 호날두는 한국과 조별리그 3차전 당시 교체 지시에 그라운드를 떠나며 산투스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 호날두가 스위스와의 16강전 선발에서 제외되자 포르투갈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단판 승부로 펼쳐지는 토너먼트에 팀의 분열은 최악의 상황. 경기력 난조에 팀의 화합도 조성하지 못한 주장 호날두는 골칫덩이에 불과했다. 결국 포르투갈은 몇 수 아래로 평가받던 모로코와 8강전에서 0-1로 패배했고, 호날두는 눈물을 흘리며 5경기 1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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