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더 내고 더 늦게 받기’ 초점… 보험료율·급여수준 등 각론엔 이견[10문10답]

  • 문화일보
  • 입력 2023-01-17 08:58
  • 업데이트 2023-01-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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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국민연금 개혁 논의 본격화

보험료율 9%로 OECD ‘절반’
고령화로 수급 기간은 길어져
2039년 적자뒤 2055년 고갈
매년 재원 걷어서 지급해야 돼

국민 저항 심리에 개혁은 부진
실질 소득대체율 20~30% 수준
노후자금 못미치는 ‘용돈’비판

보험료율만 인상하자는 의견과
급여 인상 폭과 연계 주장 팽팽
정부 종합계획 10월 국회 제출
대다수 선진국들도 개혁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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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 말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장기 재정 전망) 결과를 내놓으면 윤석열 정부가 3대 혁신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된다. 정부는 5년마다 실시하는 재정추계를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해 오는 10월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국회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구성해 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력한 개혁 방안으로는 1998년 이후 변동 없던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등의 모수개혁이 거론되고 있다. 도입 당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돼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이번 개혁안은 ‘더 내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연금을 오래전 도입한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개혁에 착수한 바 있다. 최근 시계가 빨라진 국민연금 개혁 전반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살펴봤다.



1. 연금 개혁 앞으로 어떻게 되나

보건복지부는 당초 올해 3월 발표 예정이던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두 달 빠른 시점인 이달 말 발표하기로 했다. 재정추계란 국민연금법에 따라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추정해 점검하는 작업으로, 정부는 해당 일정을 앞당겨 연금 개혁 논의를 서두르겠다는 계획이다. 연금 개혁 관련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달 말에 재정추계를 발표하고 국회는 4월까지 개혁 초안을, 정부는 10월까지 국회안을 보강해 종합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7월 연금특위를 출범시켰는데, 올해 4월로 임기가 끝난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재정추계를 기반으로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 조정 등 내용이 포함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10월 말까지 대통령 승인을 거쳐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2. 현행 연금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으로 현재 전체 가입자 수는 약 2200만 명, 수급자 수는 약 600만 명이다. 국민 개개인이 소득 활동을 할 때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어 소득 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보험료는 가입자가 자격 취득 시의 신고 또는 정기결정에 의해 결정되는 기준소득월액에 보험료율(9%)을 곱해 산정한다. 사업장가입자의 경우는 본인과 사업장의 사용자가 각각 절반(4.5%)씩 매월 부담하고, 지역가입자의 경우는 가입자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급여의 종류는 노령연금을 비롯하여 장애연금·유족연금·반환일시금 등 4가지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최소 10년 이상(120개월) 연금보험료를 납부했을 때 만 65세 이후부터 평생 동안 매월 연금을 지급받는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에는 60세 이상을 수급 연령으로 했지만, 1998년 1차 연금 개혁을 통해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높이기로 했으며, 현재는 62세부터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명목상 올해 기준 42.5%(40년 가입 기준)다.

3. 연금 개혁 왜 필요한가. 이유는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8.2%의 절반도 안 된다. 합계출산율은 0.8명까지 하락하는 극심한 저출산 상황이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인 인구가 늘고 연금 수급 기간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 고갈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기금 소진 시점이 과거 예상치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금 개혁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을 현행(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대로 유지하면 기금이 2042년 적자로 전환된 뒤 2057년 고갈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2003년 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 2018년 4차 등 5년마다 국민연금 곳간 상태가 어떤지 진단하는 재정추계를 해 오고 있는데 저출산 고령화로 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발표될 5차 재정추계에서는 4차 때보다 1∼2년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2020년에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2039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관측됐다. 어떤 추계든 현재의 20대들이 국민연금을 받아야 할 시기에는 기금이 모두 고갈된다는 전망인 것이다.

4. 고갈되면 연금 못 받나

국민연금 곳간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면서 2030 청년층은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공적연금인 만큼 정부는 기금이 고갈돼 못 받게 되는 일은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고갈된다면 적립식(기금을 쌓아놓고 운영해 지급)에서 부과식으로 전환해 유지할 수 있다. 부과식은 지금처럼 돈을 쌓아놓고 지급하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처럼 매년 연금 재원을 걷어 노후 세대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주 납부 대상인 청장년층이 그해 보험료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기금 고갈 후에도 연금이 지금처럼 지급되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33.2%까지 올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청년 세대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국가 지급 보장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법 제3조 2항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고 명확하게 명시한 것은 아니라서 지급 보장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5. 연금 개혁 그동안 왜 못 했나, 왜 어려운가

국민연금은 시행 35년 동안 1998년과 2007년 단 두 차례만 개혁에 성공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2033년 65세까지 늦췄다. 노무현 정부는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돼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40%로 인하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기금 고갈 논란이 커지자 더 내고 더 받는 개편안이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이는 연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국리서치의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6%는 현재 보험료율이 부담된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은 ‘월 소득의 10% 미만’만 보험료로 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발표된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한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개편 방향과 관련해 ‘현행 방식을 유지하자’는 국민 의견이 3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초저출산으로 세 부담이 가중되면 저항 심리는 훨씬 커질 공산이 크다. 국민들의 거부감이 큰 비인기 개혁이다 보니 이를 추진하려는 정치인이 드물다는 문제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금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6. 어떻게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나

보험료율 인상 및 지급 개시 연령 조정 등 모수개혁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는 연금 개혁 관련 전문가 포럼을 지난해 5월부터 13차례에 걸쳐 진행했는데, 대다수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모수개혁 방식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5%까지 순차 인상하고 수급 개시 연령도 62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추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구체적인 보험료율 인상 폭이나 지급 개시 연령 변경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열려 있는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월 납입 보험료율을 10년 내 22%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국회 차원에서도 모수개혁 방식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장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이달 초 “급여 수준을 그대로 두되 보험료를 인상하자는 측과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그에 맞는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며 이들 모두를 국회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7. 연금 구조 개혁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보험료율 등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 수준을 넘어 공적연금 전체를 통합시키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적자가 심각한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을 통합해 국민연금과 하나의 틀 안에서 관리하도록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OECD는 지난해 9월 내놓은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에서 “공적연금 제도 간 기준을 일원화해 직역 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행정비용을 절감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이는 모수개혁에 비해 공무원, 군인, 교수 등 직역 단체의 반발이 거세고, 연금 체계 큰 틀의 대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아직 정부나 국회 연금특위에서도 입을 떼지 못한 상황이다.

8. 용돈연금 논란도

연금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노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낮아 ‘용돈연금’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은 현재 42.5% 수준이다. 이는 40년을 가입할 때 평균 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을 뜻한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은 40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 소득대체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평균 수령액을 봐도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58만2000원 정도다. 이는 노후에 필요한 개인 최소 생활비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제9차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적정 생활비로 부부는 월 277만 원, 개인은 177만3000원이라고 답했다. 수급액을 늘리려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OECD는 지난해 9월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를 펴내면서 보험료율 인상만큼 급여 수준 등을 높여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9. 해외는 연금 개혁 어떻게 하나

앞서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은 선진국들은 이미 연금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의 연금 개혁 방안은 대동소이하다. 특히 연금 수령 시점을 정년으로 보는 유럽 국가들은 정년을 늘려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고 있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고령자의 은퇴를 늦추는 것이다. 우선 독일은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덴마크와 아일랜드도 연금 수급 시작 연령을 현행 67세에서 68세까지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핀란드는 은퇴 시기를 63∼68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늦게 은퇴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국과 영국은 군인이나 경찰 같은 육체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군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아예 정년을 없앴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기존 65세인 정년을 70세로 늘렸다.

10. 프랑스 국민 74%가 반대하는 연금 개혁안 내놨는데

최근 프랑스 정부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식이 골자다. 특히 프랑스는 연금 수령 시작 최소 연령(은퇴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올리기로 했다. 물론 국민의 반발이 거세다. 여론조사 기관 오독사(Odoxa)가 이달 4∼5일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퇴직 연령을 62세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할 정도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가 연금 개혁에 나서는 이유는 현행대로라면 연금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30년 연금 제도 적자는 135억 유로(약 18조670억 원)에 달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의 개혁안대로라면 2030년 177억 유로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권도경·정철순·임정환 기자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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