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우직한 코끼리야, 항상 널 응원해[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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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0 08:39
업데이트 2023-01-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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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책

나는 코끼리야
고혜진 지음 │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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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현재 지구에 살아남은 육상동물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태어나자마자 100㎏을 훌쩍 넘는 아기 코끼리의 몸무게는 점점 무거워져 곧 몇 톤에 이른다. 일생 동안 몸집이 자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천 년 전부터 코끼리를 길들여 일을 시켜왔다. 무거운 통나무를 운반하고 서커스를 하고 동물원에서 손님을 끌어모은다. 그러나 이것은 코끼리 본래의 삶이 아니다. 코끼리는 생태계의 지구화학적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풀과 나무를 빠르게 먹어치워 빛과 물이 통과할 수 있는 밀림 속 공간을 확보한다. 마음이 섬세하게 발달해서 새끼가 죽으면 엄마 코끼리는 그 몸을 부둥켜안고 여러 날을 운다.

그림책 ‘나는 코끼리야’는 멸종 위기에 놓인 코끼리의 자아해방선언이다. 야생 코끼리들의 평온한 일상을 찍어낸 것처럼 그렸다. 코끼리의 몸을 생각하면 굵은 주름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런 점에서 판화를 택한 고혜진 작가의 선택은 옳았다. 둔중한 코끼리의 움직임은 칼집 자국을 따라 느리게 흔들린다. 달빛의 저녁과 태양의 한낮을 오가며 역광으로 담아낸 코끼리 무리는 신비롭다. 엄마의 살냄새를 기억하며 몸을 부르르 떠는 장면은 숙연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코끼리는 왜 이렇게 위축된 것일까. 무엇이 이들을 주저앉히고 몰아세웠던 걸까. 뒤쪽 면지에 그 까닭이 그려져 있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잔인한 인간들이다.

코끼리는 치열한 경쟁과 일상적 비웃음에 노출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고만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잃었던 자존감을 되찾고 스스로 바위보다 큰 산을 오르려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내가 보이지 않아도 걱정 마”라는 코끼리의 말은 내 안에서 울리는 웅장한 격려의 소리다. 괜찮고,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 얼마든지 기대어도 좋다. 우리는 코끼리니까 우리는 할 수 있다. 힘든 새해, 담담하고 포근한 응원의 그림책이다. 44쪽, 1만5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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