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음악’의 결정체 K-팝… 퍼포먼스·음반·공항패션까지 기획[K팝의 탄생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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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0 08:46
업데이트 2023-01-2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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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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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샤넬 앰배서더로 활약 중인 블랙핑크 제니.



■ K팝의 탄생 현장을 가다 - (4) 비주얼 디렉팅

시작은 소녀시대 ‘컬러스키니진’
교복·치어리더복 콘셉트 등 인기
히트곡 늘며 비주얼 중요성 커져

10년새 담당업무 종사자 두배로
“음악·비주얼 잘 어우러져야 성공”
일상생활 옷차림까지 챙겨주기도

해외서도 통하는 ‘K-팝 비주얼’
짧은 시간에 다양한 장르 소화
하나의 문화아이콘으로 자리매김


100개 팀이 넘는 K-팝 아이돌 그룹이 활동하는 지금, 뜨기 위해선 ‘한 방’이 필요하다. 멤버들의 매력,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요소가 잘 맞물려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결정적인 ‘한 방’이 ‘비주얼 콘셉트’다. 그 시작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컬러풀한 스키니진을 입은 소녀시대, 치어리더 콘셉트의 트와이스, 교복을 입고 ‘으르렁’을 외친 엑소 등이 있다. 음악, 멤버들의 이미지, 퍼포먼스와 비주얼 콘셉트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메가 히트가 가능하다.

‘듣는 음악’이었던 대중음악이 ‘보는 음악’으로 바뀌면서 이제 비주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비주얼 디렉팅’이라는 용어는 보편화됐고, 대형 기획사 위주로 한두 명 정도였던 ‘비주얼 디렉터’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사이 1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콘셉트돌’로 유명한 그룹 ‘빅스’의 비주얼 콘셉트를 책임졌던 장연화 비주얼 디렉터와 이번 달 말 컴백하는 걸그룹 비비지와 비오 등을 맡고 있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김종완 비주얼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엑소의 ‘으르렁’ 활동 당시 모습.



◇콘셉트 열풍과 비주얼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본격적인 ‘비주얼 디렉터’ 1세대의 대표를 꼽는다면 민희진 디렉터다. 최근 하이브의 독립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걸그룹 뉴진스를 론칭해 또다시 성공 신화를 쓴 그는 10여 년 전부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의 비주얼 디렉팅을 맡아 대성공을 거뒀다. 이때부터 ‘비주얼 디렉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그가 히트시킨 ‘컬러 스키니진을 입은 소녀시대’(2009년 ‘지(Gee)’ 활동) 이후, K-팝계에선 아이돌에게 명확한 콘셉트를 부여하는 게 필수 작업이 됐다.

2012년 데뷔한 그룹 빅스의 비주얼 디렉팅을 맡았던 장 디렉터는 그때를 “그룹마다 정확한 콘셉트와 색깔을 정하고 이야기를 부여하는 게 본격화하던 때”라고 이야기했다. 빅스는 정규 2집 ‘사슬’(2015년)에서 당시 남성 아이돌로서는 파격인 ‘초커’와 맨몸 위에 걸친 슈트 재킷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당시 기획사 직원들 모두가 머리를 모아 콘셉트를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사활을 걸고 ‘파격적으로’ ‘제대로 해보자!’라면서 독특한 소품들을 활용하게 됐습니다.”(장연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뉴진스 앨범 가방 및 앨범 커버.



◇비주얼 우선 시대

비주얼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높아졌다. 당연히 비주얼 디렉팅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요즘은 음악을 듣는 창구 자체가 다양해지고 많아졌어요. 음악을 유튜브로도 듣고 스포티파이로도 듣습니다. 그런데 그냥 듣기만 하진 않죠. 들을 때 앨범 재킷 사진이 화면에 떠 있잖아요. 거기에도 비주얼 디렉팅이 들어가야 합니다. 디지털 커버도 앨범 커버 그대로를 따와서 쓰는 게 아니라 다시 고민을 하게 된 겁니다.”(김종완)

비주얼 디렉팅 요소가 많아지면서 관련 업무 종사자 수도 크게 늘었다. “비주얼 담당자 수가 어림잡아도 10년 전에 비해 배로 많아졌습니다. 예전엔 뮤직비디오 한 편 촬영할 때 스타일리스트 한 팀과 헤어·메이크업 한 팀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두세 팀이 오기도 해요. 이 세트에선 이 팀, 저 세트에선 저 팀의 스타일링을 받아요. 그러다 보니 비주얼을 총괄하는 비주얼 디렉터가 꼭 필요해졌어요.”(김종완)

음반을 제작할 때 일의 순서에서도 비주얼 디렉팅이 음악을 앞서는 상황이다. 비주얼 디렉팅이 곡 수급과 동시에 진행되거나, 곡을 받기도 전에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음악이 나오고 거기에 맞춰 비주얼 기획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기획과 동시에 비주얼 콘셉트를 잡고 여기에 맞는 곡을 받기도 합니다. 음악, 비주얼, 뭐가 먼저라기보다 하나로 잘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장연화)

비주얼 디렉팅은 음악·앨범 작업 바깥에서도 이뤄진다. “가수 비오의 경우 사복을 챙기는 팀이 따로 있어요. 발라드 가수들도 예전엔 ‘노래만 좋으면 되지’였는데 이제는 ‘스타일 좋다’는 이유로 팬이 늘어나는 세상이 됐습니다. 방송에서의 모습뿐 아니라 페스티벌에서의 모습, 공항 패션, SNS에 올라오는 일상 사진 등이 너무나 빨리 여러 곳에 퍼지기 때문에 비주얼의 중요성은 더 커졌고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김종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디올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방탄소년단 지민이 18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며 선보인 공항 패션. 뉴시스



◇K-팝의 비주얼, 한계는 없다

K-팝 가수들은 이제 대중음악계를 넘어 패션과 스타일을 아우르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블랙핑크의 제니는 샤넬, 아이유는 구찌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고 많은 K-팝 스타가 패션 위크에 초청된다. K-팝 가수의 글로벌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수들이 유명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될 줄 누가 상상했겠어요. 정말 놀라운 일이죠. 예전엔 배우가 완판 사례를 만들었다면 이젠 K-팝 스타들이 완판 사례를 만들고 있어요. 배우들은 한 이미지를 긴 시간 동안 보여 주는 반면, K-팝 가수들은 바로바로 콘셉트를 바꾸니 짧은 시간에 많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김종완)

해외 팬들에게 왜 K-팝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많은 팬이 비주얼을 이유로 꼽는다. K-팝의 비주얼이 전 세계에서 통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디렉터들은 ‘다양성’과 ‘한계 없음’을 이야기했다.

“K-팝 가수들은 모든 장르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일 것 같아요. 저스틴 비버가 몇 년에 걸쳐 해온 음악을 K-팝 가수들은 한 앨범에 넣어버립니다. 정말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는데 그러려면 비주얼이 잘 뒷받침돼야 하죠.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음악과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것, 그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김종완)

“한국만큼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해내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K-팝은 한계가 없습니다. 계속 새로운 것들이 빠르게 나오고 있어요. 앞으로 K-팝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장연화)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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