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직 범죄 드러난 건설노조 무법천지, 이젠 뿌리 뽑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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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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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의 무소불위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경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을 계기로 드러난 정황들을 보면, 건설 현장의 비리 차원을 넘어 상급 노조까지 조직적으로 관여한 ‘조직 범죄’ 혐의까지 의심된다.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조폭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팀이 나선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조 산하 사무실 5곳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산하 사무실 3곳 등 3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수사 대상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양대 노총 산하 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노조 지부나 간부들의 범행에 상부 조직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은 최근까지 수도권 일대 주요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수사하다 피해자들로부터 “노조 지도부가 건설 현장에서 ‘우리 노조 고용률을 70%까지 달성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또, 건설업체에서 조폭이 ‘삥’ 뜯듯이 받아낸 노조 전임비를 노동조합 명의 계좌로 직접 입금받거나, 개인 명의 계좌로 받은 뒤 노조로 송금한 정황도 있다고 한다. 폭력조직이 유흥업소에 조직원을 영업상무 등으로 취업시키거나 ‘보호비’를 뜯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행 지시와 상납 구조 등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개월 동안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를 봐도 무법천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전국 1494개 현장에서 모두 2070건의 불법행위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월급 외에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챙기는 ‘월례비’라는 뒷돈 요구,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노조 간부를 위한 전임비 강요 등으로 118개 건설업체가 최근 3년간 1686억 원을 뜯겼다고 신고했다.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불법행위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행태를 뿌리 뽑지 못하면, 노사관계는 물론 법치도 붕괴한다. 노조 측은 “공갈이 아닌 교섭” 등의 주장을 한다고 한다. 돈을 갈취하는 폭력배들도 그런 식이다. 불법으로 뜯어간 돈과 공사 지연으로 늘어난 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건강한 노조와 성실한 노동자를 위해서라도 조폭 행태가 다시는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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