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에 중요역할 부여’ 기류 변화… 2023년, 확장억제력 강화의 해”[현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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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5 09:03
업데이트 2023-01-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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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한국은 미국과의 위기 협의에 최고위급을 참여시키는 등 확장억제에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 한반도 등 위기대응 협의에
최고위급 참여시켜 목소리내야

한국 일각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
대북 억지력 최선의 접근은 아냐
북한의 선제타격 표적이 되기 쉬워

북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위해
올해 7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도


미국의 대표적인 군축·제재 분야 전문가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한국에 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길 꺼렸던 미국이 이제 달라지고 있다”며 “2023년은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연일 고조되면서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에 대해서 그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한국은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에서 급격한 안보지형 변화를 원치 않는 미국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이기도 하다.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비핵확산 유지 측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확장억제 강화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한·미 모두 확장억제력 강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이 위기 대응을 위한 협의에 최고위급을 참여시켜 더 큰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올해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상당히 크게 보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아인혼 선임연구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대면으로 진행했고 이후 이메일을 통해 보완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 한·미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에 나서는 등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방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나.

“확장억제력 강화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는 미국과 한국의 인식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많은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의 무력 위협이 진전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국 확장억제의 중요성을 직접 재확인한 것처럼 수년간 이어져 온 양국의 확장억제 협의체가 다시 활성화된 것은 긍정적이다.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을 순환 배치하는 빈도와 강도를 높인 것도 긍정적이다.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을 방문했고, 비질런트 스톰 연합훈련에서는 미군의 전략폭격기가 한국 제트기의 호위를 받으면서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반대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은 미국이 핵 확장억제력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또 한국은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한다. 과거에 미국은 한국에 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꺼렸지만, 이제는 미국도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아주 좋은 논의가 있었다. 2023년은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 문제가 고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위기 협의에 최고위급을 참여시키는 등 확장억제 정책에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루한 질문이지만 미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이나 워싱턴DC에 대한 공격을 감수할까 하는 의문이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당신은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에 미국은 소련의 핵 공격을 핵우산으로 막아주겠다며 프랑스의 핵 개발을 만류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냉전 당시 미국이 소련의 핵 공격에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같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신뢰할 만하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한국도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해야 한다. 북한이 가진 핵무기는 과거 소련이 가진 핵무기에 미치는 수준이 아니다. 또 미국은 한국에 2만85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 한·미는 피를 흘려 맺은 동맹이고 역사적인 유대도 있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최근 한국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접근법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와 저장시설 등을 가지고 있으면 북한의 선제타격 표적이 되기 쉽다. 반면 미국은 현재 한반도 근해에 잠수함을 배치해 효과적인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북한의 표적이 될 수 없다. 이런 방식의 대북 억지가 전술핵 재배치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핵무장이 어렵다면 일본처럼 완전한 우라늄 농축권을 확보하거나, 2015년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우라늄 20% 저농축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의 협상 당사자로서 이런 주장은 어떻게 이해하나.

“일본은 수십 년 동안 우라늄을 농축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기술을 다른 주요 국가들 수준으로 정교하게 개발하지는 못했다. 일본의 우라늄 농축 기술은 유럽의 컨소시엄인 유렌코(URENCO)라든지 러시아, 프랑스, 미국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일본은 농축 우라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국에 지적했던 내용이다. 굳이 농축권을 갖고 비용을 많이 들여 농축 능력을 개발하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세계 시장에서 농축 우라늄을 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올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올해 더욱 소형화, 경량화한 핵무기를 완성해야 하는데 기술의 진전을 확인하려면 핵실험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차 핵실험을 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본다. 지난해에는 어쩌면 중국이 북한을 단념시켰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중국의 당 대회 전에는 하지 말아 달라는 식의 요청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 등을 겨냥한 독자 대북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내는 데 효과가 있을까.

“대북제재의 일반적인 효과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제재가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전면적 봉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의 도움을 받아 제재를 피해간다는 것이다. 제재가 북한에 피해를 입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러시아 같은 나라들의 도움 덕분에 제재 아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안보리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안보리가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1월 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했고 안보리가 미국 주도로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불행하게도 결과는 대체로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감 표명 발언 정도는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해결 가능성, 특히 새로운 대북제재를 추가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존의 제재조차 해제하기를 원한다. 그런 그들이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려고 나설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게 대북제재에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되지만, 제한적인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남겨둬도 되나.

“중국의 역할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에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을 때 중국은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미·중 사이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국의 역할을 요구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데 협조한다는 전제를 들어 북한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무제한적으로 증대될 경우 한·미·일이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동아시아에 미군 주둔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견제한다. 그런 점이 걱정된다면 중국은 보다 건설적인 역할에 나서서 북한을 움직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한국이 더 이상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포괄적인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본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한국 외교의 지평이 넓어졌고 한국은 그에 걸맞게 한반도 이외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해 나가는 데에는 몇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인식으로 한·중 관계가 영향을 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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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아인혼은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역임… ‘대북 저승사자’ 별명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차분하고 온화한 인상을 가졌다.

하지만 그러한 인상과 달리 한국 정치·외교가에서는 ‘대북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였던 2009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도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업무를 담당했던 이력 때문이다. 대북 강경파인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제재는 충분히 효과적”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제재에도 북한이 계속해서 핵 개발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의 문제라기보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를 꼽았다.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2000년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함께 직접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면담하기도 했다. 이후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가 비확산에 대한 접근법을 형성하는 데 그의 지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그의 시각을 반영해 대북 정책의 큰 틀을 짰을 것이란 평가가 있다.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0년 미국의 핵태세 검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한국과의 후속 민간 핵 협정에서 미국 대표단 단장을 맡았다. 1990년대엔 국무부 정책기획국 분석관(1986~1992)과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1992~1999) 등을 거쳤다. 브루킹스연구소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2001~2009)으로도 일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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