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종의 시론]한국경제 ‘기회의 씨앗’ 키워야 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1-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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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산업부장

지역소멸·고령화·양극화 난제
1%대 성장 충격 가시밭길 예고
전대미문 위기 턱밑까지 위협

구조적 메스와 적기 대응 절실
반도체 등 산업 지원 팔걷어야
절치부심 없인 쇠락 길 불보듯


짧은 설 명절 연휴가 막을 내렸다. 연휴 전 아랍에미리트(UAE)발(發) 대형 오일머니 유치와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 풍력 터빈 제조사 아·태지역 본부의 한국 이전 등의 ‘낭보’가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줬다. 그뿐, 지금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놓인 건 안갯속 같은, 시계(視界) 제로의 초유의 위기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의 무거운 과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귀성 과정에서 다시 절감했지만,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젠 수도권에서조차 출산 장려금을 주겠다고 나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올 정도로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불과 2년 앞(2025년)으로 임박했다.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 비중이 올해 18.4%로, 1000만 명을 곧 넘어설 전망이다. 활력을 상실한 지역의 공동화(空洞化), 의료기능의 후퇴, 지역 중소·벤처의 인재 유입 중단, 고사 등 온갖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에 대응할 시간적 여력조차 부족하다는 한탄이 들린다. ‘인구 고령화는 곧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성장잠재력 감소와 노년 부양비 부담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저성장 국면을 고착화시킨다’(현대경제연구원)는 경고가 현실이 됐다.

어려움은 쌓여가는데 성장에는 이미 급제동이 걸렸다. 대외 여건 악화, 3고(高) 현상으로 내·외수가 한꺼번에 불황 국면으로 진입하는 징후가 역력하다. 경제전망·예측 기관들은 앞다퉈 2%대였던 경제성장률 전망을 1%대로 하향 조정해 끌어내리고 있다. 전체 수출의 24∼26%를 차지할 정도로, 오랜 기간 한국 경제 성장을 좌우해온 중국 성장률조차 제로 코로나 충격으로 지난해 3.0% 성장에 그쳤다. 팬데믹 피해가 집중된 2020년(2.2%)을 빼면 46년 만에 가장 저조한 경제성적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동력이 꺼진 후유증과 여진은 상당할 것이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반도체 산업도 PC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 여파로 험난한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인 대만의 TSMC는 이미 삼성전자를 앞질러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에 올랐다.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비상 긴축경영에 착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1분기에만 1만 명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국내에서는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사무직까지 자율희망휴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국 경제를 둘러싼 내우외환과 전대미문 위기의 구조적 배경, 고강도의 쇄신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다’(IMF), ‘침체를 피할 수 있다’(독일 총리)는 경기 낙관론이 제기됐지만, 위안으로 삼을 일도 아니다. 성장은 멈추고, 수출은 감소하고 고용은 뒷걸음질 친 이 상황이 바로 경제부문의 비상 적신호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부동산 대책의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노동·교육·연금 등 어렵게 꺼내 든 3대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산업 쇠락과 침체 원인을 해부하고 보완책을 찾는 한편, 경쟁력 강화 방안과 함께 반도체 이후의 먹거리가 무엇이 될지, 혜안을 모아야 한다. 대통령실과 행정 부처는 사람, 인재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부처와 동맥 격인 산하기관에서, 지자체에서 공적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간뇌도지(肝腦塗地)의 각오로 가려내고 등용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지금 한국 경제가 절치부심해 ‘기회의 씨앗’을 심는 자세로 매진하도록 조타하지 않는다면 성장의 꿈은 점점 더 요원해진다.

명(明) 제국은 스페인, 포르투갈 등 해양 강국을 훨씬 앞섰던 정화의 대선단을 스스로 팽개치더니 결국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50여 년 가깝게 한국 경제·산업 현장을 관통해온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펴낸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를 통해 권고한다. “정부, 정치권이 어떤 정책을 고민하고 설계할 때 ‘좌우’ 이념보다, 이 정책을 통해 진정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선후’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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