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조, 민노총 간부 1명씩 불러 ‘노동당 화선 입당·충성 서약식’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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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5 11:49
업데이트 2023-01-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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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베트남서 접촉해 교육·의식

2017·2019년 4차례 걸쳐
전현직간부 4명과 회합 의혹
청주간첩단은 ‘혈서’ 쓰기도

전문가 “직파·고정간첩에서
원격조종 ‘글로벌 간첩’ 진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과 북한 리광진 공작조와의 만남이 4~11시간에 걸쳐 이뤄진 것은 조선노동당 입당과 충성서약, 비밀암호명, 암호·음어 사용법, 비상도피선 파악 등 공작원 교육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방첩 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2017년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리광진 공작조가 사흘간 매일 번갈아 가며 회동할 때 만남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 것은 교육 방식에 서로 익숙해지면서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2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리광진 공작조는 2017년 9월 11~13일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 F호텔에서 민주노총 조직국장 A 씨, 보건의료노조 실장 B 씨, 제주지역 시민단체 대표 C 씨 등 3명을 매일 번갈아 가며 만났다. 만남 시간은 첫날엔 11시간이었으나 그다음 날은 8시간, 사흘째 되는 날은 4시간이었다. 대공전문가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들의 만남이 장시간 소요된 것과 관련해 “북한은 국내 포섭 간첩단을 북한이나 해외로 불러내 약식교육하는데 리광진 공작조도 이러한 교육시간을 가진 것”이라며 “북한 간첩망이 과거처럼 ‘직파·고정 간첩’보다는 중국·동남아 등 해외서 국내 지하조직을 원격 조종하는 ‘글로벌 간첩’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작원이 될 경우 가장 중요하게 치러지는 의식이 노동당 입당인 ‘화선(火線) 입당식’이다. 유 원장은 “‘화선’은 ‘불처럼 타오르는 전선’을 뜻하는 것으로 예비 당원 기간 없이 바로 노동당에 입당하는 것”이라며 “북한도 정식 당원이 되려면 2년간 후보위원 기간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엄격한 조건 때문에 당원은 북한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당식이 끝나면서 ‘흑금성’ 등 비밀암호명이 부여된다.

이어 공작금 수령과 공작 평가, 충성 맹세문 작성 의식이 진행된다. 충성 맹세문은 자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노동당 앞으로 2장을 쓴다. 청주간첩단(자주통일충북동지회)의 경우 충성 맹세문을 워드로 치고 손가락을 찢어 쓴 ‘조국 통일 혈서’를 영상 사진으로 보내기도 했다.

충성 맹세문 작성이 끝나면 당원 기본교육, 주체사상, 김일성 혁명 역사 등 공작원이 알아야 할 기본교육과 해외접선 방법 등 실무교육이 이어진다. A7 메모리식 무전기·스테가노그래픽·클라우드 활용법, 지령문 해독 등이다. 마지막으로 조직망 와해를 대비한 비상도피선 교육이 진행된다. 해외 대사관 등과 연계된 특정 전화번호를 알려줘 긴급 도주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식통은 “4∼5명이 호텔에서 밥까지 먹으며 약식 교육을 받다 보면 8∼11시간 걸리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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