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고금리 한파에… 작년 기업 자금조달 27조 급감

지난해 기업 주식·회사채 발행액
전년대비 11% 줄어 204조5747억
IPO 건수 늘었지만 공모금 8%↓

기관 사모펀드 약정액 13조 줄어
최대 규모 운용사는 한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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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몰아친 증시 한파와 고금리 폭풍에 기업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창구인 주식 및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30조 원 가까이 줄었다. 기업 공개(IPO) 및 인수·합병(M&A) 시장 위축 여파에 사모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대폭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지난해 기업의 주식·회사채 공모 발행액이 전년 대비 26조9046억 원(11.6%) 감소한 204조5747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주식 발행액은 IPO 및 유상증자가 모두 감소하며 전년 대비 7조1495억 원(24.6%) 급감한 21조9408억 원에 그쳤다. IPO 건수는 110건에서 115건으로 소폭 늘었지만, 공모 금액은 14조5225억 원에서 13조3515억 원으로 8.1% 감소했다. 유상증자는 8조58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급감했다. 건수도 89건에서 59건으로 크게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시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코스피 상장기업의 유상증자 건수 및 금액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발행액은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및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로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전년 대비 19조7551억 원(9.8%) 감소한 182조6339억 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30조37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0% 감소했다. 특히 금리 불확실성이 이어짐에 따라 장기채(5년 초과) 비중이 6.3%포인트 감소하고 중기채(1년 초과 5년 이하) 비중이 6.1%포인트 늘어나는 등 발행 만기가 짧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일반회사채 이외에도 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액도 각각 1.1%, 11.4% 감소했다.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CP 및 단기사채 발행액은 총 1555조41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연기금, 금융사 등 국내외 기관 투자자만 돈을 맡길 수 있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도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1∼9월 중 신규 설립된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약정액은 2조6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조2432억 원(신규 약정 기준)이나 줄었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국내에선 주로 기업의 지분 인수 후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바이아웃’ 펀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M&A와 IPO 시장이 위축하면서 신규 약정액이 쪼그라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약정액이 가장 큰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는 한앤컴퍼니로, 약정 규모가 12조79억 원에 달했다. 직전까지 약정 규모 1위였던 MBK파트너스는 10조7276억 원으로 2위로 밀려났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