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제 한파 속 최우선 정책은 물가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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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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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희망차고 행복해야 할 설날이 우울하게 지나갔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한파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갑이 더 가볍게 느껴지게 하는 높은 물가 상승 때문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에 비해 5.1% 올라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도 4%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돼 적정선이라고 보는 2%보다 여전히 높을 전망이다.

심각한 것은 경제 상황이 좋아서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란 점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반영하듯 1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2.7% 줄면서 4개월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성장의 핵심인 반도체 수출이 34.1%나 줄었다. 반면에 수입은 늘어 무역수지는 102억6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11개월 연속 적자가 우려된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 이 경우 물가 안정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 물가상승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낮아지면서 또 다른 물가상승 압력이 생기고, 이는 다시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요즘 야당의 주장처럼 추경을 통한 정부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 지출 증가는 물가를 올려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문제점이 있다.

많은 국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지출을 억제하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려고 한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정책에 반하는 주장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나 투자에 부담이 되니 기준금리 인상을 억제하라거나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설적이지만, 현재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런 부담을 크게 해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려가는 양상이다. 금융 당국에서 대출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에 불필요한 간섭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정부의 정책 수단은 명확하다. 지금의 경제적 고통을 국민 개개인이 공평하게 분담토록 하는 것이다.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은 오히려 고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더 많이 경감시킬 수 있다. 부채에 대한 이자는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안전망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주거나 대출금 상환유예 같은 저소득층에 대한 맞춤형 정책이다. 지나치게 낮은 공공요금으로 공기업의 적자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시장가격 수준으로 높이고 저소득층에는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게 좋다.

더 중요한 것은 당장 직면하게 될 고용 한파를 녹여 줄 정부 정책이다. 물론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공공부문 비효율성 해소는 매우 중요하다. 이 정책과 모순되지 않는 범위에서 일시적 고용이나 새로운 일자리 진출을 위한 교육훈련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조만간 경기회복 시기가 오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민간부문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여 노동시장에서 유연한 고용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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