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 희생당한 자를 위로하며… 무당들은 우리 곁에 살고 있다”[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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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1-27 09:09
업데이트 2023-01-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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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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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작은 골목 건너편 집은 철마다 굿을 했다. 변두리였지만 서울에서 굿을 한다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이후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굿하는 모습을 봤을 뿐, 주변에서 사라진 풍습(?)이라고 생각했다. 특정 종교의 시선으로 보면 악마적 행위일 뿐인 굿. 그래서인지 더더욱 “쓰고 그리고 춤추고 연대하고 싶어서 무당이 되었다”는 홍칼리의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한겨레출판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롤로그에서 홍칼리는 당당하게 “우리는 여기에 존재한다”고 선언한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만물의 신령님을 모시는 사람”이라는 존재였던 무당들은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타자와 연대하며” 일상을 살아낸다. 홍칼리가 만난 6명의 무당들은 저만의 방식으로 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루살이에 지친 보통 사람들을 위로한다.

큰무당 고 김금화 선생의 조카이자 제자로, 서해안 풍어제를 주관하는 무당 혜경궁 김혜경은 스스로의 역할을 “돌아가신 분하고 산 사람의 매개자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많이 빌어요. 절을 하고 싹싹 빌고 빌어요”라는 말로, 무당의 할 일은 온전히 기도임을 강조했다. 이유가 있다.

무당은 “남을 위해 빌어줘야” 되는 존재다. 하여 스스로의 삶은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돌아가신 분의 말”을 산 사람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그래야 산 사람들이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한국의 분단 현실, 전태일 열사,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제주 4·3항쟁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대동굿판을 여는 무당” 솔무니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굿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당연히 “전쟁을 일으키고 살생을 일으키는 신”들은 만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되게 힘이 세 보이지만” 솔무니에게 그런 신들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솔무니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영적인 혁명, 의식 혁명”이라고 말한다. 애써 “민주화 항쟁의 영령을 만나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런 큰 뜻을 품었기에, 더더욱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당의 자활을 돕는” 무당도 있다. “은퇴한 무당이자 은퇴한 스님”인 가피는 엄마와 함께 사회적 기업 ‘신밧드(신을 받드는 사람들)의 모험’을 운영하면서 “직업으로서의 무당”을 선택한 이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신기운을 푸는 다채로운 영성생활”을 더불어 누리도록 돕는다. 이들 외에도 함께 울어주는 무당 무무, 트랜스젠더 무당 예원당, 만물과 교감하는 무당 송윤하의 삶 그리고 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과 태도를 만날 수 있다.

편견과 무지 속에 무당들은 점차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여기에” 서 있다. 각자의 아픔과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는 존재로 말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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